포노 사피엔스 시대 미래교육, 코로나19가 만들어 준 새로운 교육시스템
현재를 살지만, 미래로 성큼 다가가 사는 듯한 요즘이다.
옆 사람과 떨어져 앉아야 하는 버스와 지하철 속에서, 계란판처럼 폐쇄된 개별 공간에서 학습해야 하는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렸을 적 공상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미래사회 인류의 모습을, 그렇게 막연히 상상만 했던 캡슐 속 삶을 사는 새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요즘 우리는 꽤 잦은 빈도로 접하곤 한다.
이렇게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학교교육도 그에 따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미래교육」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미래교육」을 설계하기 위해선 미래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 청사진으로 삼아야 한다. 당장 2024년에 완공된다는 5-1 생활권의 ‘스마트시티’가 어떤 모습일지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그보다 먼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육학은 기본적으로 인간학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미래의 인류와 문명’으로 좁혀 생각해본다면, 「미래교육」에 대한 좀 더 쉬운 논의가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문명의 전환기에 서 있는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새로운 인류인 ‘포노 사피엔스’에 대해 이해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네이버 지식인’을 활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보곤 했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 반 아이들만 하더라도 지식인의 짤막한 글을 읽기 어려워하여 ‘유튜브’를 활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다. 문맹률의 고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은 글로 된 활자보다는 스마트폰 속 이미지와 영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요즘을 우리는 ‘교사 유튜버 시대’라고 부른다. 교사가 유튜브를 한다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사’와 ‘유튜버’ 사이의 갭은 ‘규율’과 ‘자유로움’의 차이만큼 크게 느껴졌다.
나만 해도 그렇다. 내가 유튜버를 한다고? 소심한 나에게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할 법한 유튜버를 하라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유례 없던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며 상상할 수 없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교사들은 수업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게 되었고, 꽤 많은 수의 교사들이 대중적으로 친숙한 유튜브라는 매체를 그 방법적인 플랫폼으로 채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담임 선생님이 유튜버라는 사실은 우리 아이들의 소소한 자랑거리다. 담임 선생님이 나오는 영상은 학부모님들도 함께 보시며 자녀와 재미있는 대화거리를 만드시기도 하신다. 꽁꽁 닫혀 있던 학교 공간이 개방되면서 서로 간 밀접한 연결감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교육의 3주체(교사-학생-학부모) 사이에 ‘소통’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긴밀한 소통을 하기 위해선, 요즘 아이들이 우리 세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처리한다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통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앞당겨진 온라인 수업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등 지금까지 우리 교육에는 다소 생소했던 역량을 요구하게 되었다. 한 번 구축된 온라인 학습 시스템과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습득하게 된 이러한 역량은 우리에게 좀 더 잦은 온라인 수업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혹한, 혹서 등으로 등교할 수 없을 때엔 코로나 시대에 구축한 온라인 수업 방법을 유용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온라인 수업이 피할 수 없는 변화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좀 더 수준 높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AI와 공존하는 세상은 원하든, 원치 않든 돌이킬 수 없는 인류의 미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사회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을 터,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래형 생태교육’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VR, AR 등의 가상현실과 AI 등의 기계 인간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질수록 새 인류는 반대급부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조금 더 부대끼고, 1차 산업혁명적이고 아날로그적이었던 장면들을 그리워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재난의 시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의 파괴로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Pandemic)은 앞으로 더 자주, 더 크게 찾아올 것이라 하니, 100년은 더 지구에 머물다 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환경보호에 대해 아니 생각해볼 수 없는 시점이다.
최근 독일은 학교 운동장을 텃밭, 정원, 야외 학습장 등으로 구획을 나눈 ‘생태통합운동장’으로 짓고 있으며, 우리 세종시교육청도 5개 유치원을 ‘생태유치원’으로 시범 운영하며 ‘생태교육’에 힘쓰고 있다. 특히 아파트 숲에 둘러 쌓인 신도시에 살며 논과 밭의 자연 풍경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 세종시 아이들에겐 이렇게 작물을 키워보고 수확해보는 기쁨을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에서 멀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교육청이 세종형 학력으로 ‘생태적 감성 능력’을 제시하며 세종시 학생들에게 생태 감수성을 함양한 어른으로 자라길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교실 공간만이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춧잎 한 장 만져볼 수 있고, 솔솔 부는 바람에 풀 내음 맡아 볼 수 있는 학교 텃밭도, 스마트폰만 틀면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온라인 학습 공간도 ‘또 다른 우리 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이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배움의 과정이 학습이라는 것을.
배움과 배움을 담는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우리 아이들의 삶의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미래는 찾아오고, 미래교육의 시대도 열릴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