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사회, 체험했어요"
"더불어 사는 사회, 체험했어요"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3.03.28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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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우석기자의 현장체험]대한적십자사 조치원봉사회 무료급식 현장

대한적십자사 조치원봉사회는 2011년부터 세종시 노인복지관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오늘 봉사활동 가는 날 맞죠?” “네. 매주 화, 목요일에 갑니다. 시간 맞춰 오세요”

오전 9시 30분, 메모해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반갑게 응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대한적십자사 조치원봉사회는 일주일에 두 번 세종시 노인복지관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한다.

10시를 조금 넘겨 도착하니 다들 손길이 분주하다.
“저 오늘 일하러 왔습니다. 마음껏 시켜주세요.” 늦게 도착해 미안한 마음에 더 큰 목소리로 인사한다.

최정희 봉사회장(68)이 웃으며 맞아준다. 최 회장은 “급식하는 날에는 모두들 일찍 모여 준비를 한다” 며 “오늘은 사람이 많이 오니 고생할 준비 하라” 고 농담을 던진다. 그는 “우리가 급식하는 날은 맛있다고 소문나서 손님이 더 북적인다” 며 너스레를 떤다. 가방을 내려놓고 쓸고 닦기부터 거들었다. 오늘은 1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급식을 하고 있다.

“2011년 1월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어요. 2년이 넘도록 다들 한결같아 고마운 마음이죠. 아무런 대가없는 일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은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봉사회 서기를 맡고 있는 김명숙씨(50)는 “활동한지 다들 오래되어 익숙하고 편하다” 며 “가족처럼 지내며 일을 하다 보니 즐겁다” 고 말한다. 모두 표정이 밝아 보인다.

조치원봉사회는 회원 45명이 네 개 조로 나눠 교대로 무료급식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음식 재료선정부터 메뉴구성, 조리과정까지 외부의 도움 없이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음식 재료는 국산을 우선으로 하고, 최고 좋은 제품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며 “요즘은 노인들이 특정 메뉴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고 뿌듯해했다.

이날 메뉴는 얼갈이 배추국과 카레, 김치, 단무지와 후식용 딸기다. 채소 손질, 반찬 준비, 밥 짓기, 국끓이기, 설거지 등 회원들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준비된 반찬을 옮겨 담고, 밥이 잘됐나 확인하고, 음식 간을 보는 등 손길이 분주하다. 그 와중에도 주방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갑자기 다들 바빠진다. 시간을 보니 11시 20분. 배식시간이다. 모든 조리와 준비가 끝나고 급식이 시작되었다. 식당 문을 열자 맨바닥에 노인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의자가 부족해 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앉아있던 어르신들이 벌떡 일어서며 식당으로 향한다. 주로 인근의 독거노인들이 많았다.

봉사활동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절감케한 경험이 되었다.<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기자>
최 회장은 익숙하게 이들을 맞는다.
“장부에 등록된 이름을 확인하고 급식해야 해요. 장부에 이름이 없어도 식사는 가능한데, 요즘에는 근처 오송지역 에서까지 오는 분이 있어 식사가 부족할 때가 많아요. 조치원 지역민들이 많이 드셔야 하는데...” 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하루에 무료급식을 받는 노인들은 대략 150여명. 순서대로 식판을 받아든 어르신들로 식당은 금새 만원이다. 도란도란 모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흡사 동네장터 같아 정겹다.

갑자기 식당 한쪽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와당탕 소리가 난다. 한 노인이 발을 헛디뎌 쓰러진 것이다. 식판이 엎어지고 반찬과 국물이 흩어져 어수선하다. 재빨리 가서 부축하고 확인하니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다. 노인들이 많다보니 안전사고도 가끔 일어난다고 한다.

어느덧 밥이 떨어져 간다. 늦게 온 10여명은 식사를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최 회장은 돌아서는 할머니를 붙잡으며 딸기라도 드시라며 내어온다. 봉사회는 일인당 2,500원 기준 150여명분의 예산을 시에서 지원 받는다고 한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급식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조금 늘려야할 듯하다. 식사를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한 할아버지가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사탕 한 움큼을 책상위에 놓는다. 평리에 사는 장평순(85)씨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노인복지관에서, 금요일에는 역 앞에서 무료급식을 이용한다” 며 “특히 여기 밥이 맛있는 것 같다” 고 고마워했다. 그는 기자를 보더니 어릴 적 즐겨먹던 밀크 캬라멜을 손에 쥐어준다. 괜찮다며 사양하니 고생이 많다며 옷 주머니를 여미고 넣어준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한 시간여 만에 모두 식사를 마치고 식당은 텅 비었다. 주변은 흘린 음식물과 쓰레기 등으로 어지럽다. 바닥을 쓸고 걸레질을 하며 잠시 여유를 갖는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설거지를 하며 다시 웃음꽃이 핀다.

“여름에 주방 에어컨이 시원찮아 다들 고생이에요.”
한 회원은 “지난여름 시에서 선풍기 두 대를 설치해 줬는데 그래도 더운 것은 못참겠다” 며 “음식조리 열기에 주방은 특히 더워 다들 고생이다” 고 힘든 점을 말한다.

대한적십자사 조치원봉사회원들은 무료급식 봉사활동 뿐 아니라 ‘희망풍차 결연활동’ 을 통해 독거노인이나 결손 학생들을 보살피고 있다. 지역 내 어려운 형편의 19명을 선정하여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지원활동을 펼친다. 또 다음 달에는 결연세대를 대상으로 생일잔치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봉사와 나눔의 즐거움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철없던 학창시절의 어설픈 보육원 봉사활동 이후 오랜만에 무언가를 느끼는 하루였다.

150여명의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사가 부족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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