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켜진 경고등’ 세종시, 국제안전‧아동친화 다 날아가나
‘불켜진 경고등’ 세종시, 국제안전‧아동친화 다 날아가나
  • 김선미
  • 승인 2020.06.05 09: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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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세종시, '허울뿐인 안전도시 신화' 뭐가 문제인가
지역안전지수 최하위권, 어린이놀이터 중대 사고 전국 최악

국제기구 인정절차 잘못됐든지, 세종시 안전관리와 예방에 소홀했든지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세종시 어린이놀이터 중대사고 빈번, 전국 최악”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도 자료를 발표한 시 의원에게도 미안했지만 처음에는 뭔가 오류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세종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구 4명 중 1명이 아동이다.

세종시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감안해 아동이 살기 좋은, 아동친화도시를 표방하며 다양한 아동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아동의 안전문제에서 치명적 결함을 드러냈다는 것은 의외일 뿐만 아니라 아동친화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아동친화 정책 의구심 낳은 중대사고, 전년도에 비해 125% 증가

2일 박성수 세종시 의원에 따르면 세종시의 어린이놀이터 사고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치아 손상, 골절 등 중대사고가 2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기, 부산에 이은 세 번째로 많은 수치로 시설수 대비로는 전국 최고라고 한다.

중대사고는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데다 사고가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사고는 2018년에 비해 무려 배가 넘는 12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놀이터 중대사고의 증가는 세종시가 자랑하는 ‘유니세프(UNICEF) 아동친화도시’ 인증마저 빛바래게 한다. 세종시는 지난 2017년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으나 아동 안전과 관련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아동 안전에 구멍이 뚫리다, 지역안전지수 최하위권과 무관치 않아

세종시의 안전문제는 아동 안전뿐만 아니라 세종시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역안전지수’를 보면, 건설현장 사고와 같은 신도시 특성을 감안한다 해도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역안전지수는 행안부가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 안전수준을 점수화해 최고 1등급부터 최하 5등급까지 등급을 매긴 평가자료다. 2019 지역안전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은 범죄는 1등급인 반면 교통사고, 화재, 생활안전은 5등급으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포괄적인 의미의 ‘생활안전’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세종은 범죄 분야에서 5년 연속 1등급을 유지했지만, 화재 분야에서 5년 연속 5등급을 기록하며 극과 극을 보였다.

교통사고, 화재, 생활안전 5등급 빨간 불 켜진 ‘국제안전도시’

어린이놀이터 중대사고 역시 경고등이 켜진 지역안전지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세종시가 2017년, 유네스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것처럼 국제안전도시 인증센터(ISCCC)의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ISCCC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지역사회 사고와 손상 예방을 위해 설립된 비정부 국제기구다. 국내에서는 13번째, 광역자치단체로는 4번째로 국제안전 공인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시는 국제안전도시 인증 이듬해인 2018년에 국제안전도시를 선포하기도 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따라 도시가 급성장하면서 도시의 안전문제가 대두되자 2014년 10월 안전도시 조례를 제정, ‘사람이 먼저인 안전도시’를 중점 과제로 추진했다.

안전도시 조례 제정, 안전도시위원회 구성 등 발빠르게 나섰으나...

시민과 민간전문가로 안전도시위원회를 구성해 매월 취약지를 점검, 개선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는 한편 행안부 지역안전지수에도 포함된 자살, 교통, 범죄, 재난 안전을 위한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손상사망률과 경제손실액이 크게 줄어드는 등 괄목 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이는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는데 결정적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후 행안부가 실시한 지역안전지수 성적표는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무색케 하고 있다. 국제기구가 인정한 ‘세종=안전도시’ 신화가 깨진 것이다.

2018년 1월 개최된 국제안전도시 공인식 모습

이 같은 결과는 애초 ISCCC의 인정절차가 잘못됐든지 그게 아니라면 세종시가 국제안전도시 인증 이후 역설적으로 도시의 안전관리와 예방에 소홀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인증 유효 기간 5년, 안전대책 재점검 느슨해진 고삐 다잡아야

ISCCC의 ‘국제안전도시’ 인증 유효 기간은 5년이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역시 매년 이행실적을 점검해 재인증을 한다.

세종시가 지금처럼 지역안전지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는 국제기구가 인정한 ‘국제안전도시’와 ‘아동친화도시’ 모두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 탈락의 불명예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코로나19사태에서 보듯 시민들의 안전한 삶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국제기구들의 인증이 도시의 안전과 위상을 영원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혹시 겉치레에 취해 착시를 일으켰다면 이제부터라도 느슨해진 안전대책을 재점검하고 안전 고삐를 바싹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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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람 2020-06-06 22:36:25
인도를 마구 달리는 오토바이 너무 위험해보여요. 안전도시 세종에 더 힘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