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 "전통놀이 자문, 엉터리 학자에게 맡겼다"
임영수, "전통놀이 자문, 엉터리 학자에게 맡겼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5.2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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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21일 기자회견 열고 엉터리 자문에 강력 항의
일본 놀이책 베껴 폐기된 책 저자에 전통놀이 자문위원 맡겨, 면죄부만 줘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과 전영숙 다놂 놀이 대표가 21일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일본 놀이를 정리한 보고서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과 전영숙 다놂 놀이 대표가 21일 교육부가 용역을 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일본 놀이를 정리한 보고서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등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전통놀이의 상당수가 일본에서 전래됐다고 주장해온 연구원들이 교육부가 놀이문화를 최종 정리한 보고서 제작과정에 참여한 학자와 용역결과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놀이 27개 가운데 4개만 일본 놀이라고 판단한 반면 6개는 전통놀이, 나머지 17개는 판단 자체를 유보해 일본 정서가 어린이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되는 교육과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은 21일 오후 2시 세종시 교육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용역보고서 작성에 놀이학자 이상호씨가 참여해 일본 놀이 ‘하나이치 몬메’에서 전래된 ‘우리 집에 왜 왔니’를 전통놀이라고 판단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임관장은 용역보고서 자문위원으로 집필과정에 참여한 이상호 ‘풂놀이협동조합’ 대표는 지난 2015년 경기문화재단에서 발행한 ‘한국 전래놀이’ 저자로 2019년에 임영수관장과 전통놀이 다문화교육연구소 ‘다놂’ 전영숙 대표 등이 ‘일본 놀이도감’(1983)을 그대로 표절했다고 문제를 제기, 경기도에서 책 자체를 폐기토록 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임 관장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전래놀이가 일본의 것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주장을 검증하는 작업에 일본 놀이를 베껴서 책을 낸 사람에게 맡겼다는 건 말이 안된다” 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증은 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임영수, 전영숙은 지난 해 4월 7년에 걸쳐 ‘초등학교 교과서 속 일본놀이’를 연구한 책자를 통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즐기고 있는 ‘우리 집에 왜 왔니’,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비석치기’, ‘말뚝박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넘기’ 등 27가지가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사실을 처음 접한 교육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9년 5월 관련자 간담회를 연데 이어 2020년 2월 전문가 자문회의, 그리고 5월 21일 최종 용역보고회의를 통해 일본 전래와 전통 놀이를 정리했다.

교육부 용역한 ‘초등학교 전래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결과는 문제의 27개 놀이 가운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쎄쎄쎄’,‘고무줄 놀이’,‘ 사방치기’,‘비석치기’ 등 4개만 일본과 관련된 놀이이고 용역에서 검토한 나머지 6개놀이는 우리의 전통놀이이거나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17개 놀이는 아예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이같이 민감한 사안을 심사하면서 일본 놀이도감을 표절한 학자인 이상호가 참여했다는 것으로 보고서 내용의 상당수가 이씨의 저작내용이 들어가 있어 결국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불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는 게 반발하는 주된 이유다.

‘우리 집에 왜 왔니’의 경우 일본 사회에 일반화된 인신매매 놀이에서 유래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자를 꽃을 상징화시켜 불렀다는 점에서 일본의 ‘하나이치 몬메’와 같다는 것이다.

1977-1979년 일본 요밍리 신문에 스즈끼도시가 연재한 '소화 아이들 풍토기'
1977-1979년 일본 요밍리 신문에 스즈끼도시가 연재한 '소화 아이들 풍토기', '우리 집에 왜 왔니'와 같은 패턴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심사에서는 ‘남대문 놀이’, ‘청어엮기’,‘절구세’ 등 향토연구소 측이 주장과는 달리,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을 끌여들여 전통놀이로 합리화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상호씨는 그가 표절해서 저술한 ‘101가지 전래놀이’에서는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어린이가 놀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기술, 전통놀이로 규정한 저의를 의심케 하며 앞 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반드시 전통놀이만 실려야 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한 건 아니다“라며 ”다만 일본 정서를 담을 수 밖에 없는 일본 놀이에 대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유래와 역사를 제대로 알고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기향토박물관을 비롯한 전통놀이문화연구소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교육부에 공식적인 질의를 통해 입장을 재차 확인하고 바로 잡을 때까지 연구활동으로 지속적인 항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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