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검은 물체가..” 세종시 ‘로드킬’ 급증 철렁
“운전 중 검은 물체가..” 세종시 ‘로드킬’ 급증 철렁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5.20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이후 16건 접수, 고라니 개체수 많고 새끼 독립 시기 사고 빈번
세종소방본부, “2차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 운전자 주의” 당부
세종시에서 일어난 로드킬 현장

"새벽 시간 운전 중 검은 물체가 차 앞으로 뛰어드는 거에요.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고 핸들을 꺾었지만 '쿵' 하는 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던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봄철을 맞아 세종시에 '로드킬(Road-kill)'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동물들의 희생도 문제지만, 자칫 이로 인한 사고가 대형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사고가 야간 시간대에 주로 일어나다 보니 핸들을 급하게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 당황할 경우 자칫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봄철 맞아 로드킬 급증 4월 이후 16건 접수

20일 세종소방본부(본부장 강대훈)에 따르면, 최근 봄철을 맞아 나들이 차량 증가로 인한 로드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도농복합도시인 세종시는 저지대 야산이 많아 고라니의 출몰이 잦다. 번식기를 맞아 먹이 활동이 증가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이 늘어나는 등 사고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로드킬 관련 출동 건수를 보면 1∼3월에 2건이었던 것이 4월에는 10건으로 5배 넘게 폭증했고, 5월 현재까지 6건으로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약 90%가 고라니에 의한 사고로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로드킬은 총 9866건이 발생했고, 시기적으로는 5~6월이 45%, 시간대 별로는 새벽 0시~8시 사이가 63%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로드킬 사고는 야생동물과 직접적 충돌로 인한 피해도 크지만, 도로에 방치된 사체로 인한 2차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운전 중 야생동물을 발견하거나 충돌했을 시 핸들 급조작과 급브레이크는 절대 금물이다.

또 상향등을 사용해 동물을 쫓으려 하는 것도 위험하다. 일시적으로 동물에게 시력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제자리에 멈추거나 차량으로 돌진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경적을 울리며 서행으로 통과하는 것이 안전하다. 혹여나 충돌하게 될 경우 비상등을 켜고 차량을 우측 갓길 등 안전지대로 이동시킨 후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로드킬 급증 세종시...왜?

로드킬이 늘고 있는 것은 세종시의 주변 요인이 크다. 급속한 개발을 맞고 있는 데다 금강을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탓에 야생동물의 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피해 동물도 다양하다. 고라니, 노루 등 야생동물에서부터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까지 포유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양서류, 파충류, 조류 등의 사고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종 동물 등 보호종도 적잖다. 수 년 전에는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알려진 '수달'이 신도시 도로에서 객사한 사례도 있었다.

로드킬은 필연적으로 산과 물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종의 경우 금강 변 도로가 대표적인 곳. 야생동물이 물을 먹으려고 강 쪽으로 접근하면서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로드킬이 잦은 지역은 금강을 끼고 있는 '세종~공주 도로'와 '세종~청주 도로', '세종~유성간 국도 1호선'이 꼽히고 있다.

평소 금강변 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씨(57)는 "많을 때는 하루 2~3건의 로드킬을 목격할 때도 있다"면서 "인구가 늘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로드킬이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로드킬 증가의 일차적 문제는 도로 개설 당시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는 '생태통로' 설치를 소홀히 한 것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생태통로는 도로에 의해 야생동물 서식지가 분리되는 것을 막고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지만 현실적 문제로 인해 외면되는 사례가 많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 중 하나인 '세종~유성 간 국도1호선'은 생태통로가 없는 대표적 도로다. 자전거도로를 비롯해 총 8차선이라는 넓은 도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생태통로는 찾아볼 수 없다.

또 야생동물의 진입을 막을 '철책' 등의 시설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실 여건 상 생태통로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라면 동물들의 접근을 차단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임비호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은 "로드킬을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생태통로를 비롯해 동물 접근 차단용 철책 등 다양한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며 "세종시의 경우 금강 변 도로 등을 중심으로 로드킬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창섭 대응예방과장은 “봄철은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만큼 야생동물 출몰지역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며 “만약 충돌 시에는 당황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 후 120 또는 119에 신고해 사고처리에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세종시는 로드킬 동물사체 수거 처리 서비스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주간에는 시청 도시청결과(☎ 044-300-4721~5), 야간 및 공휴일은 세종시 당직실(☎ 044-300-8888)로 연락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