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특화설계 말만 번지르르, 실상은 ‘빈껍데기’
세종시 특화설계 말만 번지르르, 실상은 ‘빈껍데기’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4.27 17:17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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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창조단지' 목표 특화 설계 공급 반곡동 '특화 가로', 설계 취지 외면
지구단위계획 깡그리 무시한 채 특화 시행지침 위반, 볼품없는 시설 조성 '빈축'
관계기관 안일한 행정 및 떠넘기기, 애꿎은 주민들만 분통..국민권익위 민원까지
'친환경 창조단지'를 주제로 계획된 행복도시 4-1생활권 조감도

'친환경 창조단지(Eco-Creative Town)'를 목표로 특화 설계되어 공급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반곡동(4-1생활권) '특화 가로'가 설계 취지를 외면한 '빈껍데기'로 전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을 깡그리 무시한 채 특화 시행지침을 위반한 볼품없는 시설이 들어서고 있어서다.

특히 입주 1년이 넘도록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애꿎은 입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관계기관 어느 곳 하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생활권특화가로(에코가로) '청수배미길' 빈껍데기 전락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은 설계공모로 공급된 반곡동 일원의 생활권특화가로(에코가로) '청수배미길'이다.

2단지와 솔빛초를 사이에 끼고 있는 이 길은 반곡동 BRT도로~솔빛초~괴화산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에코가로' 역할을 하는 폭 10미터 길이 250미터짜리 가로(街路)다.

반곡동 생활권특화가로(에코가로) '청수배미길' 현장 모습
4-1생활권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반영된 에코가로 횡단구성

문제는 이 가로가 설계공모 당시 제시된 '친환경 컨셉'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땜질식 시설'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지구단위계획과는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초라한 시설로 조성되고 있다는 것. 실제 현장을 보면 에코가로라는 그럴싸한 말과는 달리 휑한 보도블럭과 건천(乾川)만이 뒤덮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아파트(2019년 2월 입주) 준공 후 1년여 이상이 흘렀지만, 주민들의 통행이 빈번한 현장이 아직도 공사판이란 점이다. 통행 불편은 물론 각종 안전사고 위험 등이 도사리고 있는 대목이다.

반곡동 생활권특화가로(에코가로) '청수배미길' 현장 모습. 아직도 공사 현장이다.

실제 학생들은 지난 1년 여간 자갈, 건축자재 등 위험한 공사현장 속을 헤집고 등·하교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해 4월에는 한 학생이 등교 도중 공사현장에서 넘어지며 골절을 당하는가 하면, 자전거 및 배달오토바이 통행사고가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단지 입주민은 “공사가 끝나지 않은 집 앞 가로가 1년여 넘게 방치되어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관계기관의 무관심 속에 특화 가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답답한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4-1생활권 공동주택용지 설계공모 사전설명회에 제시된 마스터플랜(안) (자료=LH)

◆에코가로 '청수배미길' 원래 계획은?

‘청수배미길’은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015년 '친환경 창조단지(Eco-Creative Town)'라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며 공급한 반곡동 아파트 단지의 '통경축' 역할을 할 핵심시설로 꼽힌다.

반곡동의 정중심을 남북으로 가르는 ‘경관·보행 중심축’으로 설계된, 이른바 생활권특화가로인 ‘에코가로’로 제시됐다.

청수배미길의 세부 조성 지침은 행복청 '지구단위계획'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실제 지구단위계획 ‘경관 및 공공부문 시행지침(제12조)’을 보면, “4-1생활권 특화가로는 ‘에코가로’로서 생태특화구역 내 중저밀 주거용지와 학교, 공원, 공공공지에 인접한 가로로서 생태· 친환경 특성을 반영한 생활가로 계획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4-1생활권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반영된 에코가로 조성 예시도
4-1생활권 공동주택용지 설계공모 사전설명회에 제시된 지구단위계획 현황 (자료=LH)

또 “인접한 용지 내 계획된 생태연못 및 생태수로를 특화가로와 연계해 계획하고 저층부의 부대복리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가로활성화를 유도한다”고도 되어 있다.

‘가로별 식재 구조’ 및 ‘계획’까지도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에코가로의 중요성은 무척 크다.

식재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으로는 ▲공공공지 및 주거지역 포함 5열 식재 기본 ▲도로변 장애물 구간에 2열, 공공공지 내 1열, 중저밀 주거지역의 대지 내경계선에 인접해 추가 2열 등 총 5열 계획 ▲공공공지 내 식재계획은 생태수로와 연계해 통합적 계획 ▲가로수 보호틀의 끝이 대지경계선에 위치 ▲가로수 생장을 위해 식재간격 8미터 기준, 주거지역 건축선 후퇴부분의 경우 수목보호대 끝이 대지경계선 위치 ▲권역상징 주수종 및 부수종으로 식재해 상징성 부여 등이 기술되어 있다.

이는 LH가 건설사들에게 제안한 '공동주택용지 설계공모 사전설명회 자료'에도 제시되어 있는 사항이다.

4-1생활권 공동주택용지 설계공모 사전설명회에 제시된 지구단위계획 현황 (통경축)

◆주민 민원 봇물...관계기관은 '뒷짐'

이 같은 지침과는 달리 현재 청수배미길 현장은 계획에 비해 대폭 시설이 축소된 모습이다.

5열로 식재되어야 할 가로가 1열로만 식재되어 있는 등 보통 일반 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친환경 창조단지'를 목표로 야심차게 계획된 시설이란 말을 무색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입주 1년이 지나도록 방치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일단 특화가로인 청수배미길은 엄밀히 '공개공지'에 해당해, 설계공모 사업시행자이자 토지 소유주인 LH에 조성의무가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하지만 인허가와 사후 처리 등 관계기관의 총체적인 부실행정이 뒤얽히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세종시청의 안일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해당 공동주택이 설계공모를 통해 공급된 만큼 아파트 사유지 뿐 아니라 공개공지 등 입주 전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통해 사용승인 허가를 내줘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LH가 건설사 측과 협의해 특화가로를 조성하겠다는 안을 제시해 준공승인을 내 줬다”면서 “당시에는 논의가 잘 됐지만 이후 주민들 간 이견이 있어 공사가 지체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과 면밀한 대조 없이 승인을 내줬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문제의 당사자인 LH는 건설사 측이 조성을 약속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LH관계자는 “해당 단지는 설계공모로 공급한 부지”라며 “롯데건설과 신동아건설이 당선자로 선정됐을 당시 당선안대로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조건으로 LH와 공동주택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반면 건설사 측은 해당 부지가 공개공지인 만큼 원칙적으로 LH가 조성해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행복청의 설계공모 사후관리 체계가 부실했다는 점도 문제다.

설계공모 건축 심의 및 주택사업 승인 전까지는 공모전문위원(MA)이 조정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이 같은 절차를 빠뜨렸기 때문이다. MA는 당선작 선정 후 설계내용의 임의 조정 방지, 당선작 내용 중 법령 및 지침 불일치 사항 조정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해당 가로가 지구단위계획과 정면 배치된 상태인데도,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을 사고 있다. 행복청 측은 최근까지도 지구단위계획에 맞지 않는 시공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총체적 부실 행정이 더해지면서, 피해는 애꿎은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단지 입주민들은 지난 1년간 건설사, LH, 시청, 행복청 등을 향해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협의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말 뿐이었다.

답답한 이들의 발길은 급기야 국민권익위원회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27일 권익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LH와 건설사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1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모든 피해는 온전히 주민들이 감당하고 있다”며 “청수배미길이 하루빨리 주민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해결을 부탁드린다”고 성토했다.

4-1생활권 특화 설계공모 단지 위치도
4-1생활권 특화 설계공모 단지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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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루배 2020-05-13 14:25:29
초등학교 앞인데 아이들 빠져서 다치면 어디 책임인가요?

CIA 2020-05-07 20:05:02
시청 행복청 모두 사기꾼
업무역량0
시민상대 사기극
모든게 부실
시의회도 제대로 역할못함
시장이랑 같은 더불어공산당이라 견제기능 상실
어떻게 할까?
언론에 제보해서 만천하에 이 부조리를 밝히고
개혁. 시민이 진짜 주인으로 사는 시로 만들면 됨.

강정민 2020-05-07 08:39:03
이거 사기 아닌가요? 시정 안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 통해서 소송까지 가는게 어떨지요?

ㅇㅇ 2020-05-06 12:10:34
이거 진짜 문제인게 저런거 설계할때 너무 큰 단지다보니까 조경설계할때 크게 심의를 기울이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게 대놓고 대충은 아닌데, 기본 설계 제안을 설계 사무실에서 하고 관공서 사람들이 협의를 해서 최종 승인을 내리다 보니까 과정에서 설계안이 많이 바뀌는걸 감안해도 초기 설계 제안 설계가 제일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조경설계판에서 설계에 재능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은게 현실이라... 짬밥만 먹으면 경력올라가고 그 경력 높은 사람이 팀장되다보니 설계안도 그냥저냥인데 문제는 설계쪽 월급이라던지 뭐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해, 인력이 모자라서 남자 기준 30대 초반 여자 기준 20대 후반이 팀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예로 아파트 조경에 빠지지 않는 식물이 철쭉인데 이것도분양계절이초봄..

건천? 2020-05-01 10:23:38
진짜 무성의 행정... 지방행정 수준 스스로 욕먹이는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