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이겨낸 작은 실가지에서 새잎이 나오고 씀바귀꽃, 봄맞이꽃으로 온 들판이 봄빛으로 짙어가는 오후,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교문을 나선다. 오늘은 아이들과의 가정방문이 시작되는 첫 날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담임선생님의 가정방문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선생님! 우리 집에 오셔도 엄마, 아빠 안 계셔요. 우리 집에는 오지 마세요.”
“선생님도 너희들 사정은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하교 후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친구관계는 어떤지, 너희들과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단다.”
아이들을 다독거리며 마을별로 가정방문을 하면서, 농촌의 어려운 가정형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해서 대부분의 마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져가고 있었고, 막노동을 하면서 손자들을 키우는 할머니들의 이마에는 근심스런 주름이 깊어만 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썰렁한 방에서, 이불만 두껍게 쌓아놓고 생활하는 모습이었고 편안한 공부방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농기구 수리를 하다가 기름 묻은 손을 닦으며 반갑게 맞이해주시던 아버님, 회사에서 야근만 계속하다보니 아이가 ADHD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며 하소연하는 어머님, Wee클래스에서 지도를 받았던 아이…모두들 따뜻한 손길과 지속적인 관심이 전폭적으로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가정방문을 마친 후,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이 유일한 놀이문화인 아이들에게 맞춤형 방과 후 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였다. 그리고 진로탐색 시간을 활용하여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자 힘을 쏟았다. 학력신장과 소질계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참으로 공을 많이 들인 지 1개월이 다가오고 있다.
덕분에 파티쉐를 꿈꾸는 건우는 가정실에서 요리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고, 보미와 귀원이는 피아노를 치며 피아니스트를 꿈꾸고 있다. 방과 후 학교 시간에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진서와 우혁이, 컴활 2급 자격증에 도전하는 현준이…우리 반 19명은,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본다’는 희망을 갖고 그동안 잠자고 있던 ‘꿈’과 ‘끼’를 발휘하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상처받고 위축된 아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세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봄볕이 따뜻한 날들! 운동장 여기저기에서 옹기종기 모여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주머니 속에 살짝 과자 하나를 넣어주고 수줍어하는 수연이, 이름 모를 풀꽃을 따다가 내 손에 쥐어주던 수원이, 철봉대에 올라가 재주를 부리며 선생님도 한번 해보라고 뽐내는 건우, 멀리뛰기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고 자랑하며 ‘씨익’ 웃는 관수의 꾸밈없는 미소를 보면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오늘도 독서록 첫 장의 ‘당신은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을 크게 읽고 아침 독서 30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과 정겨운 ‘꿈의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해맑은 웃음소리가 실바람을 타고 봄하늘에 울려 퍼진다.
우리아이도 이렇게땨듯하신 선생님을 만나기를..
진정당신이 스승이십니다 아이들과의 "꿈의대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