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하면 떠나가는 보수로는 재건 어렵다"
"낙선하면 떠나가는 보수로는 재건 어렵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4.2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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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싹쓸이'로 끝난 세종정치, 보수 세력 재기는 요원할까
젊고 합리적인 보수 정치인 발굴... 4년 간 밑바닥 정서 읽으면...
낙선하면 살 길을 찾아 떠나가는 체제로는 차기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재건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낙선하면 살 길을 찾아 떠나가는 체제로는 차기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재건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년 동안 밑바닥을 기어도 시원찮은 판에 낙선하면 살길 찾아서 다 떠나가니 보수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

또한번 ‘싹쓸이’로 끝난 21대 총선 결과를 두고 미래통합당 한 당원이 하소연을 했다. 어디 총선 패배 이유가 그것 때문이겠느냐마는 4년 동안 방치했던 당 조직을 선거에 임박해서 가동하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게 전적으로 원인은 아니지만 지난 8년간 ‘선거 패배 후 이탈’은 원도시 중심의 보수 세력 약화와 함께 신도시에 새로운 보수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만은 틀림이 없다.

특히, 시당 책임자들이 떠나가면서 마땅한 후임도 정해놓지 않아 당 조직이 급속히 괴멸되고 연기군 시절부터 이어져 왔던 원도심의 보수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시의원을 지원했던 핵심 여성 당직자가 민주당에 입당, 정당정치를 희화화했는가 하면 선거 과정에서 비판에 앞장섰던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그 쪽으로 당적을 옮기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구심점이 없다 보니 저변확대도 어려워졌다. 강력한 차기 총선 주자가 4년 동안 지역 보수 세력 결집을 통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하더라도 불투명할 상황인데 낙선 후 보란듯이 떠나갔으니 저변확대는 될래야 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인접한 대전의 상황과는 너무 달랐다. 6선의 의원에게 4번째 도전한 정치인도 있었고 3번 같은 지역에서 낙선에도 불구하고 도전장을 낸 후보도 있었다. 그런데 왜 세종에는 그런 보수 인물이 없냐는 것이다.

여기에 강력한 민주당 체제는 보수 괴멸을 앞당겼다. ‘국회의원 이해찬-세종시장-이춘희’ 라인은 정치세력에 강한 흡인력을 보여주었다. 젊고 유망한 정치 지망생들이 민주당 쪽으로 쏠렸고 중도세력, 또한 민주당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중앙 정치의 모델을 세종시 출범과 함께 가져오면서 지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깔끔한 선거 전략과 시의적절한 공약 개발 등은 과거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였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는 통합당 후보들, 또한 한층 세련된 공약 개발로 구태를 벗어났지만 과거 두 번에 선거는 그랬다.

이런 쏠림 현상 속에 인물이 아닌 정당 투표가 역시 보수 세력 재건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중앙당에서 벌어진 잇단 ‘헛발질’이 그나마 애써 모아놓았던 표마저 날아가게 만들었다. 선대본부장 영입 과정에서의 오락가락한 일이라든가 세월호 막말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유의미한 결과도 가져왔다. 바로 김병준 후보 말대로 ‘희망’을 본 것이다. 지역 유권자의 약 40%가 보수를 지지했다는 점이다. 인물론에서 밀리지 않았고 뒤늦게 출발했지만 공약 개발도 적절했다는 것이다. 2대8, 3대7의 일방적인 민주당 편중현상이 약화됐다는 점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갖게 됐다.

지역을 지키면서 합리적인 보수를 만들어 내면 분명 희망은 있다. 물론 중앙 정치가 지역 정치를 도와주는 구도가 되어야 한다. 중앙당이 혁신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준다면 세종지역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중앙정치가 그렇게 짜여지고 이 지역에서도 신도시 유권자들에게 먹힐 수 있는 젊고 합리적인 정치인을 찾고 4년 동안 지역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면 다음 선거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에다가 일당 독식에 따른 폐해가 드러나면 표심은 달라질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고 지형 변화는 예측 불가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에는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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