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목소리 들리니?” 세종시 온라인 개학 ‘진풍경’
“얘들아 목소리 들리니?” 세종시 온라인 개학 ‘진풍경’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4.09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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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양지중학교 3학년 6반 원격수업 출석률 100%
교사-학생 화상 연결 수업 '실시간 쌍방향형' 원격 수업, 일부 접속 불안도 노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던 9일 오전. 양지중학교 3학년 6반 교사가 출석 체크를 하고 있는 모습

“얘들아 목소리 들리니? 대답은 채팅창으로 할께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던 9일 오전. 세종시 양지중학교(교장 전순호) 3학년 6반 담임 문희영 교사의 목소리는 반가움으로 가득했다.

기나긴 방학과 네 차례의 개학 연기 끝에 가진 첫 만남이 ‘컴퓨터 화면’ 속 얼굴이어서 일까. 애틋함은 더욱 커 보였다. 그간 경험해본 적 없는 온라인 개학이란 낮선 풍경에 모두의 표정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서로의 안부를 물을 겨를도 없이 1교시 출석체크가 시작됐다. 24명의 모든 학생들이 제시간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한 학생의 스마트폰이 문제를 일으켜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전화 통화를 통해 출석을 무사히 확인했다.

“원격 수업 중에는 화면을 캡처해서 배포해선 안돼요. 저작권과 초상권 침해도 주의해야 해요. 알겠죠? 잘 알았으면 화면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세요~”

주의 사항도 꼼꼼히 챙겼다.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을 저마다 화면 속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세종시 각 학교들은 온라인개학과 함께 정규수업으로 인정되는 '원격수업'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세종시 각 학교들은 온라인개학과 함께 정규수업으로 인정되는 '원격수업'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은 이렇게 시작됐다.

원격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화상 연결로 수업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각종 콘텐츠나 자체 제작한 영상을 보고 토론하는 '콘텐츠 활용형',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으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이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 활용됐다. 모든 교사들이 이달 초부터 일일 시간표에 따라 원격수업을 준비해 왔던 터라 수업은 무리 없이 이뤄졌다.

줌을 통해선 다양한 수업활동이 가능하다. 교사는 시간표, 수업 자료 등을 화상으로 공유하고, 수업 방식에 따라 미리 준비를 할 것을 안내한다. 학생들은 수업시작 5분전 미리 줌에 접속해야 한다.

채팅방에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또 과제제시·제출·피드백과 학습내용에 대한 평가도 원격으로 할 수 있다. 상용화되어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활동중심 수업을 이끌어 내고, 수업 내용에 대한 형성평가도 가능하다.

“원격수업 중 관찰된 내용은 등교 개학 이후 수행평가나 생활기록부에 반영될 수 있어요. 알았죠?” 교사는 원격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양지중학교는 3학년 전체 200여 명 학생 전원이 출석했다. 화면 속 아이들은 각자의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다수 눈에 띄었다.

전순호 교장은 “원격 수업을 위해 태블릿PC 등 필요한 기자재 확보를 최우선으로 신경 썼다”며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양지중학교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세종시교육청은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원격수업 추진단’ 구성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초·중·고·특수학교 교원 전체 4000여 명을 대상으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원격 수업 플랫폼 활용 연수를 마쳤으며, 각 가정별 온라인 학습 여건도 확인하고 지원해 왔다.

9일부터는 앞으로 5주 간 ‘원격수업 집중의 달’도 운영한다. 긴급을 요하는 조치를 제외한 일선 학교 교사들의 출장, 행사, 각종 요구자료 제출도 최소화해 온라인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다.

또, 세종교육원(원장 사진숙) ‘스마트교육 지원단’을 통해선 모든 교원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중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지원할 계획이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오픈채팅방을 통해 실시간 답변이 이뤄진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적잖다.

원격 수업 특성 상 일부 사이트에서 접속이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는 불안한 모습도 여전히 노출되고 있어서다. 또 학년별로 단계적 개학이 이뤄짐에 따라 접속자 증가로 콘텐츠, 시스템, 서버 등이 잘 구동될지 의문 부호도 따라 붙고 있다.

실제 중·고등학교 3학년만이 개학한 이날 전국 일부 시도에선 출석 체크를 하고 강의를 들어야 할 'EBS 온라인클래스'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세종시 몇몇 고등학교에서도 파일용량이 큰 일부 자료의 업로드 장애 현상이 빚어졌다. 일부 학생의 경우 접속 이상과 함께 동영상 버퍼링 현상도 나타났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 접속자 증가가 불을 보듯 빤해서다. 일주일 뒤인 16일에는 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이 2차 개학을, 마지막으로 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에 합류하게 된다.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 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20학년도 단계적 온라인 개학 개요 (자료=교육부)
2020학년도 단계적 온라인 개학 개요 (자료=교육부)

전순호 교장은 “개학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시스템이 잘 구동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교육부 등 정부 차원에서 좋은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제 수행, 출결 체크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희영 교사는 “현재는 각종 사이트, 플랫폼에 각각 가입해 사용을 해야 해 학생들에게 일일이 안내하고 가입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고 했다.

온라인 교육이 잘 정착되기 위해선 교육공동체 모두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교장은 “부모님이 학생의 원격수업 참여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는 맞벌이 가정 등의 경우 아이들이 잘 참여 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써야 한다”며 “학생의 의지, 마음가짐을 독려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 학생들 출석률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98.8%를 나타냈다. 중학교가 24개교 3647명 중 3585명이 출석해 98.3%, 고등학교가 20개교 2914명 중 2899명 출석해 99.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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