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도시 세종 만들기에 무용협회가 앞장 설 터..."
"문화예술도시 세종 만들기에 무용협회가 앞장 설 터..."
  • 황우진 기자
  • 승인 2020.03.31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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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춤으로 '미학의 삶' 구현하는 유혜리 세종시무용협회지회장
"춤은 정신세계 보여주는 ‘종합예술’...공연으로 시민과 소통하겠다"
인생의 기쁨과 슬픔, 정신세계를 그려내는 것이 '춤'의 본질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유혜리 단장

“춤은 제 인생의 삶 자체입니다. 인생의 슬픔과 기쁨, 스토리가 녹아 있어요. 그런 감정과 얘기를 몸동작으로 풀어내는 종합예술이 춤입니다.”

코로나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고 일상도 멈추면서 마스크로 고립된 이웃.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새로운 삶의 모습 속에 때 아닌 광경을 생각했다.

자가격리 무위(無爲)의 시간 속에 문득 무변광대(無邊廣大)의 세상을 그리는 아득한 율동, 청정무구 하늘에 물감처럼 풀어내는 춤사위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인상 깊은 장면의 춤꾼. 세종시 출범 이후 곳곳을 누비며 춤으로 터를 다져온 유혜리(43) 무용가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춤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지만 무언지 막연한 기대감과 설렘을 갖고 지난 26일 오후 4시 세종시 무용협회지회장인 그를 새롬동 무용학원에서 만나 평생 업(業)이 된 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로 벌써 두 달 넘게 학원을 중단하고 쉬고 있어요. 이제 춤이 너무 추고 싶어요.”

그의 무용학원도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 벌써 두 달 넘게 멈춘 상태였다. 어여쁜 무동들이 한창 구슬땀을 흘리며 뛰어야 할 연습장은 텅 비었고 적막감만이 가득했다.

하소연은 세상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탄과 비명의 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이 밝아졌고 모습은 진지했다. 천상 춤꾼이었다.

“명동초등학교 3학년인 10살 때부터 춤을 시작했어요. 조치원여중을 졸업하고 충북예고로 진학해 무용을 공부했는데 콩콜대회에서 해마다 큰 상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해요”

조치원이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무용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충북예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에 진학해 전문적인 무용인이 됐다.

세종시에서 ‘유혜리 세종무용단’을 이끌면서 2018년 세종시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아 이를 계기로 교육과 공연을 병행하는 전문예술인 법인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팔일무' 한영숙류의 태평무, 2015년 서울 한국문화 집 코우스에서 공연장면
'팔일무' 한영숙류의 태평무, 2015년 서울 한국문화 집 코우스에서 공연장면

유단장에게 춤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우리나라 춤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춤은 크게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로 나뉘어요. 한국무용에는 전통과 창작무용이 있어요. 전통무용은 또 궁중, 민속, 가면무 등으로 나눠지며 창작무용은 스토리델링, 융복합무용, 콜라보 등 실용댄스까지 그 종류가 무궁무진해요.”

한국 고전무용은 종교의식에서 기원되고 발달했다. 시가(詩歌)와 음악, 무용은 하늘을 받들던 정치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고대에서 음악과 시가와 무용은 구별되지 않고 종합예술로 성립했다. 음악과 시가와 무용은 삼위일체로 음악이 있으면 시가가 있고, 시가가 있으면 반드시 무용이 수반되어 이것을 악(樂)이라 규정했다.

“춤은 정신적인 느낌을 몸동작으로 표현해내는 일이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춤을 추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추는 것이 아니고 추어지는 경지가 돼야 진짜 춤이 돼요.”

전통춤 살풀이, 승무, 바라춤, 태평무 같은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 접해본 이런 춤에 대해 특징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정신세계, 그것이 춤의 세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답변이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세종의 으뜸' 공연 포스터. 세종시의 복숭아꽃을 주제로 추운 겨울 역경을 딪고 이른 봄에 피어 향기를 전하는 성스러움을 표현했다

“제 춤은 벽파 박재희 선생님으로부터 전수했습니다. 선생님은 무형문화재 92호로 태평무 인간문화재입니다. 벽파 선생님의 춤을 배우고 싶어 선생님이 계시는 청주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벽파춤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여러가지 춤 중에 태평무를 가장 좋아하는 춤으로 꼽았다.

태평무(太平舞)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리는 이 춤은 20세기 초 뛰어난 예술가였던 한성준이 무대공연작품으로 완성한 춤이다.

빠른 발놀림이 특징인데 엄숙함과 장중함이 배어 있고 팔 사위가 우아하고 화려한 기품이 느껴지는 춤이다.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세종의 으뜸’이란 주제로 태평무를 공연했는데 관객들 반응이 참 좋았어요. 추운 겨울 세계에서 온 관객들에게 우리 춤의 멋을 보여주고, 올림픽 정신에 맞는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보내는 뜻깊은 무대여서 참 행복했어요.”

태평무 ‘세종의 으뜸’은 ‘제1장 복사꽃 피는 화사한 봄길’, ‘제2장 세상의 으뜸’으로 기획되어 세종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우리의 삶 속에 재조명하고자 하는 안무였다.

한동안 춤 이야기를 들으며 안무가와 춤을 추는 무용가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안무가는 공연주제에 맞춰 춤을 창작하고 무용가에게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음악에서 작곡가와 가수의 관계입니다. 안무는 예술적 감동과 극의 스토리를 가장 잘 표현해야 합니다. 무대공연을 총 지휘하는 사람이 안무가입니다.”

‘유혜리 무용단’의 안무가이며 춤꾼인 그의 또 다른 공연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세종축제에서 많은 공연을 했고 상주공연단체로 공연을 했어요. 올해는 ‘세종국제민속예술제가 9월 20일에 예정되어 있고, 무용협회 정기공연도 해야 해요. 또 전국무용제 출전도 준비해야 해요.”

유 단장은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하며 2015년 ‘전국국악대회’ 무용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무용협회 공로상을 받았다.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 세종시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2017년 11월 상주단체 해설이 있는 우리 춤 공연을 마치고 받은 커튼 콜 장면
2017년 11월 상주단체 해설이 있는 우리 춤 공연을 마치고 받은 커튼 콜 장면

“예술은 사람에게 정신적 자유를 주고 삶을 차원 높은 미학의 세계로 끌어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세종시는 무용의 불모지라는 느낌이 들어 한동안 힘 들었습니다. 그래도 공연을 많이 보아주신 시민들에게 감사드리고 춤의 대중화를 위해 좀 더 많은 것을 보여 주겠습니다.”

그는 “10대 문화예술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예술세계를 더 업그레드하고 차원 높은 예술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용협회가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그의 태평무 춤처럼 사람들이 코로나를 이겨내고 좀 더 밝은 세상에서 함께 춤추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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