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지만, 봄이 온 것 같지는 않다
봄은 왔지만, 봄이 온 것 같지는 않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3.12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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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 금병산의 봄...꽃은 피려하고 버들도 푸르지만 봄은...
봄은 왔지만 우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코로나19, 내로남불 사회, 정치권의 악다구니 등은 여전히 동토 속에 우리를 몰아넣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경자(庚子)년 봄이 꼭 그렇다.

꽃도 피려하고 버들도 푸르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여전히 한 겨울이다. 계절이야 어김없이 찾아오나 술 한 꾸러미 짊어진 상춘(常春)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에다 마스크 소동과 막말, 진영 간 악다구니, 공정으로 포장된 교묘한 불공정, 속이 뻔한 말 장난...이런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잘 보여 사는 게 엄청 불편하다.

그게 싫어 귀 막고 입 닫으니 더 크게 들린다. 실컷 욕해놓고 내 차례가 되면 ‘너들도 했다’며 아예 대놓고 한다. 잘못해놓고 내가 뭘 하고 되려 덤비면서 칼을 품고 박수치는 사회, 기득권 유지를 위한 철저한 배신, 말을 멋으로 하는 리더 등등... 누가 보아도 억장이 무너지고 기가 막힌다. ‘내로남불’이라지...

겨우내 얼어붙었던 물이 녹아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청아한 소리로 떨어지고 있다.

복사꽃 내음새가 빨갛게 일렁이는 복숭아의 고장, 세종. 호수공원 꽃 아지랑이 저편에 붉은 해는 떠오르고 있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는 하지만 양지 쪽 흙 속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새 기운을 준비하고 있다.

잔인한 4월이 오기 전에 시원한 빗줄기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그 속에 코로나19도, 나쁜 지도자들도 함께 떠내려갔으면 한다. 허황되고 부질없는 바램이지만 답답해서 한번 기도해본다.

비단 병풍산, 금병산(錦屛山). 태조 이성계가 비단 병풍을 갖추고 치성을 명령했던 그 명칭에 혹해 봄을 뒤져보았다. 창업을 앞둔 그와 같은 심정으로 맑은 사회를 위해 치성(致誠)을 드리고 싶다. 꽉 막힌 마음,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봄을 보고 봄이 왔음을 느껴보자.

봄의 전령은 뭐니 뭐니해도 버들강아지다. 금병산 자락에도 어김없이 솜사탕같은 버들강아지는 피고 있었다.
산수유는 노랗꽃을 피우지만 빨간 열매를 맺는다. 변신은 자유지만 세상만사 산수유처럼 아름답게 변신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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