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경자(庚子)년 봄이 꼭 그렇다.
꽃도 피려하고 버들도 푸르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여전히 한 겨울이다. 계절이야 어김없이 찾아오나 술 한 꾸러미 짊어진 상춘(常春)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에다 마스크 소동과 막말, 진영 간 악다구니, 공정으로 포장된 교묘한 불공정, 속이 뻔한 말 장난...이런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잘 보여 사는 게 엄청 불편하다.
그게 싫어 귀 막고 입 닫으니 더 크게 들린다. 실컷 욕해놓고 내 차례가 되면 ‘너들도 했다’며 아예 대놓고 한다. 잘못해놓고 내가 뭘 하고 되려 덤비면서 칼을 품고 박수치는 사회, 기득권 유지를 위한 철저한 배신, 말을 멋으로 하는 리더 등등... 누가 보아도 억장이 무너지고 기가 막힌다. ‘내로남불’이라지...
복사꽃 내음새가 빨갛게 일렁이는 복숭아의 고장, 세종. 호수공원 꽃 아지랑이 저편에 붉은 해는 떠오르고 있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는 하지만 양지 쪽 흙 속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새 기운을 준비하고 있다.
잔인한 4월이 오기 전에 시원한 빗줄기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그 속에 코로나19도, 나쁜 지도자들도 함께 떠내려갔으면 한다. 허황되고 부질없는 바램이지만 답답해서 한번 기도해본다.
비단 병풍산, 금병산(錦屛山). 태조 이성계가 비단 병풍을 갖추고 치성을 명령했던 그 명칭에 혹해 봄을 뒤져보았다. 창업을 앞둔 그와 같은 심정으로 맑은 사회를 위해 치성(致誠)을 드리고 싶다. 꽉 막힌 마음,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봄을 보고 봄이 왔음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