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세종시 선거구 획정안’, 선거판도 흔드나
예상 밖 ‘세종시 선거구 획정안’, 선거판도 흔드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3.04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시 선거구 획정안 (사진=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

‘세종시 선거구 획정안’이 4.15 총선 판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읍면지역이 ‘을구(북측)’에 대거 포함되는가 하면, 도담동이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위주로 묶인 ‘갑구(남측)’에 포함되는 등 의외의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갑구=동지역 쏠림’, ‘을구=읍면 지역 집중화’ 경향 선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종시 선거구 획정안'은 시 전체를 정확히 남과 북으로 갈라 ‘갑구’와 ‘을구’로 나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당초 지역 정가에선 남북으로 가르되, 읍면지역과 동지역을 적절히 분배하는 안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획정안을 보면 ‘갑구’는 부강·금남·장군면, 한솔·새롬동(다정·나성동 포함), 도담동(어진동 포함), 소담(반곡동 포함)·보람·대평동등 남측 9개 면·동이 포함됐고, ‘을구’는 조치원읍을 비롯해 연기·연동·연서·전의·전동·소정면, 아름·종촌·고운동 등 북측에 위치한 10개 읍·면·동으로 결정됐다.

‘갑구=동지역 쏠림’, ‘을구=읍면 지역 집중화’ 경향이 더욱 선명해진 모습이다.

이 같은 구도는 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읍면지역의 경우 보수층 지지세가 강한 반면,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은 동지역의 경우 진보층 지지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결국 갑구에선 진보 세력이 다소 유리하고, 을구에선 읍면 지역 보수층 표심 향방이 당락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획정위원회안에 따른 선거구별 유권자 현황 (만18세 이상, 2020년 2월말 기준, 단위: 명)

◆갑구...‘동지역 86.21%’ vs ‘읍면지역 13.78%’, 을구...‘동지역 50.63%’ vs ‘읍면지역 49.36%’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획정안을 토대로 세종시가 제공한 ‘2020년 2월말 기준 만 18세 이상 유권자 현황’을 미리 분석해본 결과, 선거구별 유권자 분포 편차가 확연했다.

총 유권자 수는 26만2536명 정도로 추산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4월 3일 기준으로 선거인 명부를 확정하는 만큼, 유권자수는 조금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갑구(14만1624명)가 53.94%로, 을구(12만912명) 46.05%에 비해 2만 712명가량 많았다.

갑구는 ▲부강면 5578명 ▲금남면 8079명 ▲장군면 5861명 ▲한솔동 1만3806명 ▲새롬동 3만9488명(나성·다정동 포함) ▲도담동 2만4027명(어진동 포함) ▲소담동 2만2513명(반곡동 포함) ▲보람동 1만4110명 ▲대평동 8162명 등으로 집계됐다.

을구의 경우 ▲조치원읍 3만6462명 ▲연기면 2417명 ▲연동면 2978명 ▲연서면 6772명 ▲전의면 5273명 ▲전동면 3535명 ▲소정면 2249명 ▲아름동 1만6312명 ▲종촌동 2만1400명 ▲고운동 2만3514명 등으로 확인됐다.

세부 분포를 보면 갑구는 동지역(12만2106명)이 무려 86.21%를 자지했고, 읍면지역(1만9518명)은 13.78%에 불과했다. 반면 을구는 동지역(6만1226명)이 50.63%, 읍면지역(5만9686명)이 49.36%로 엇비슷했다. 사실상 50대 50으로 팽팽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10개 읍면서 '선전'

이 같은 구도는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박종준 후보는 10개 읍면에서 무소속 이해찬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근소한 차로 앞지르며 선전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문흥수 변호사를 전략 공천하면서 3자 구도로 치러진 영향도 컸지만, 읍면지역 표심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젊은 층이 많이 분포한 세종시는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야권인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도 '을구' 지역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여건이 된다는 이야기다.

획정위원회안에 따른 선거구별 인구수 현황 (만18세 이상, 2020년 2월말 기준, 단위: 명)

세종시의 인구 구조 역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아, 청소년이 많은 동지역은 인구수는 많지만,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 비율이 읍면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읍면지역이 인구수는 적지만, 유권자수가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 을구 동지역은 인구수(8만7323명) 대비 유권자수(6만1226명) 비율이 70.11%에 머물고 있으나, 읍면지역은 인구수(6만8516명) 대비 유권자수(5만9686명) 비율이 87.11%에 이른다. 을구 동지역(6만 1226명)과 읍면지역(5만 9686명) 선거인수가 팽팽하게 된 배경인 셈이다.

◆보수층 지지세 강한 '을구', 선거 판도 가르나

이같은 구도가 선거 판도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란 예상도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측에선 보수층 지지세가 강한 을구에 집중할 경우 2석 중 1석을 확보하는 예상 밖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전략 공천된 김병준(66)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을구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배경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공천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볼 때 출마한다면 북쪽 지역(을구)으로 가야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구'를 사수하기 위한 당내 불꽃 튀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송아영(56) 세종시당위원장, 조관식(63)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조정위원장 등은 김 전 위원장의 을구 출마를 견제하면서 갑구 출마를 강하게 압박하는 실정이다.

일부 지지층 사이에선 "김 전 위원장을 을구에 전략 공천할 시 낙선운동을 펼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나오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여야 모두 표면적으로는 유·불리를 언급하지 않지만, 적잖이 신경 쓰는 눈치다.

미래통합당 세종시당 관계자는 "도담동 지역이 갑구로 획정된 것이 의외이긴 하지만, 기존 예상했던 획정안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면서도 "당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을구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세종시를 '노무현의 도시'로 홍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측은 어찌됐든 2석 모두를 석권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세종시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면서도 "읍면이 됐든 신도시가 됐든 책임을 다하고 있다. 청춘조치원프로젝트 추진 등 지역균형발전에 힘을 쏟은 만큼 시민들에게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