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말로만 '지역상품 우선'...현장은 '나몰라라'
세종시, 말로만 '지역상품 우선'...현장은 '나몰라라'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3.01 08: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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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조롱거리된 지역업체, "다음에는 우리를 도와주게"
전 근무지역 업체 공사주거나 브로커 통한 이면거래설 '솔솔'
지난 2018년 세종시에서 보도블럭 공사를 발주하면서 지역업체를 두고 외지 업체에게 낙찰해 문제가 됐던 공사 현장
세종시에서 보도블럭 공사를 발주하면서 지역업체를 두고 외지 업체에게 낙찰해 문제가 됐던 공사 현장

“어이 박사장! 다음에는 아예 우리를 도와 주시게.”

세종시에서 시멘트 관련 사업을 하는 모 업체 대표에게 태안에 있는 한 기업인이 전화를 했다. 이번에 약 3억원짜리 입찰이 세종시청 발주로 있었지만 제밥그릇도 챙기지 못하고 들러리만 선 세종시 소재 업체에게 염장을 질렀다.

세종에서 지역 상품 우선 구매는 여전히 헛 구호에 그치고 있다. 출범 8년이 지났지만 전국에서 들어온 직원들은 시장의 의지와는 ‘따로 국밥’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찾아보고 먼저 구매할 것을 주문하지만 밑에서는 ‘너는 얘기해라, 나는 안 한다’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을 만나도, 경제부시장을 자처하는 정무부시장을 만나도 한결같다. 우리 지역 기업체 생산품을 우선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정책에는 이견이 전혀 없다. 그런데 태안업체로부터 조롱 전화가 오는 게 현실이다.

지역 업체를 외면하는 건 다른 이유가 없다. 여기저기서 흘러 들어온 공무원들의 지역사랑 부족이 문제다. 애향심이 없다보니 편의대로 행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 해도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전국에 모든 업체를 똑같이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전에 근무하는 지역 업자 봐주기에도 아주 편리한 명분이 되고 있다.

그래서 초창기 세종시에 공주 업자를 끌어들인 공무원도 있었고 낙찰을 전제로 브로커를 통해 돈을 요구한 직원도 있었다. 시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강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선에서는 공무원들의 마이웨이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출범 초기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역상품 우선 지시에 지역업체 따돌리기 수법은 상대적으로 교묘해지고 있다. 아예 비교 견적에 가격을 가장 낮은 외지업체 것을 넣는다거나 아니면 점수 계산을 지역 가점을 주더라도 도저히 이길 수 없게 만든다. 아무리 형식에서 완벽하더라도 공고만 보면 선수들은 다 안다. 한눈에 이 업체를 주려고 조건을 만들었다는 게 보인다.

최근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우리 지역에 생산품이 품질이나 단가에서 원하는 만큼 다 맞출 수 있는 데 아예 들러리로 세웠다. 점수 부족이 핑계다. 형식에서는 맞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윗선에서 따지면 점수가 부족했다고 답을 한다. 점수가 부족하니 당연히 수주를 할 수가 없다. 내용은 그게 아닌데 지역업체들은 속이 터진다.

굳이 다른 지역의 예를 들 필요도 없지만 청주는 아예 타 지역은 입찰조차 못하게 막아놓고 있다. 경기도 포천은 시의원들이 지역업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감독관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조례로 정해놓았다. 부천은 계약총괄부서에서 사유서를 내도록 했고 군포, 김포 등 대부분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례로 강제하고 있다.

세종시만 앞 뒷문 다 열어놓고 지역상품 운운하고 있다. 윗선의 의지가 먹히지 않는 세종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반복되다보니 뒷거래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좀 지난 일이지만 브로커를 통해 금품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고 그걸 문제를 삼으려고 하자 그 업체에 사람을 보내 무마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의심이 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

세종시의 과제가 미래 먹거리다. 그걸 만들려면 기업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내 집에서도 홀대받는다고 하면 그게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될까. 작은 일에 관청에서 지역기업을 챙겨줄 때 큰일도 자연스럽에 이뤄지는 것이다.

몇 차례에 걸쳐 세종시의 지역상품 홀대를 지적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기대한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산다. 형식만 앞세우는 탁상머리 행정보다 당연한 지역상품 우선 원칙으로 과감하게 책임행정이 세종시를 성장시킨다. 제발 새 가슴 행정을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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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 2020-03-01 13:39:39
지역을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좋은기사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