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왕' '눈의여왕'..조치원 권투체육관 사라지나
'반칙왕' '눈의여왕'..조치원 권투체육관 사라지나
  • 신도성 기자
  • 승인 2020.02.18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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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소유주, 측량 이유 부속건물 철거 돌입, “세종시에서 사들여야”

문화재는 한번 허물어지면 복구가 어렵다. 세종시 관광명소로 알려진 조치원역 앞 교동에 위치한 조치원권투체육관이 헐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콘센트 건물로 남아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조치원권투체육관이 최근 땅 소유주가 재산권 행사를 위해 측량을 위해 부속건물 철거에 나서 인근 주민과 체육인 등 뜻있는 인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조치원권투체육관은 1952625전쟁 중 미군의 보급창고로 활용됐고, 1975년 고 강창수 초대관장이 권투체육관을 개관한 후 많은 프로복싱 챔피언까지 배출한 곳이다. 특히, 지난 2000년 송광호 주연의 반칙왕이 이곳에서 제작, 상영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영화 반칙왕외에도 2006년 촬영한 KBS-2TV 드라마 눈의 여왕에선 현빈이 스파링 파트너로 일하는 승리체육관으로 등장했다. 조치원권투체육관에는 이밖에 영화 ‘1번가의 기적과 드라마 필살기’ ‘난폭한 로맨스등과 윤도현, 이루, 은지원, 타블로 등이 뮤직드라마를 찍었다. 외국 잡지나 광고 등에도 많이 게재됐다. 연기군 시절에는 이 같은 유명세를 타고 일본인 등 관광객이 몰려들자 입구에 권투체육관이라는 간판 하나 달아주었다.

그런데 최근 체육관 본관 건물 옆에 설치된 베란다를 땅 소유주의 지시로 철거 작업이 이루어져 조치원권투체육관을 찾은 관광객과 세종시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철거된 베란다는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 현빈과 성유리가 사랑을 나누던 유명한 장소였다.

세종시 조치원의 관광명소인 조치원권투체육관이 헐리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세종특별자치시가 된 후 조치원권투체육관은 더욱 유명세를 타 모 일간지에서 근대문화유산에 등록할 수 없는 스토리와 의미 있는 건축물에 대한 보존활용 방안주제로 열린 전문가 이슈토론을 열어 근대문화유산 활용과 이를 활성화해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토론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는 행복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가 새롭게 만들어져 가고 있지만, 그 이전 구도심인 읍면 지역이 있었다이곳은 지역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고, 고유한 미래 자산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시 차원의 보존과 활성화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세종시는 구도심 지역 활성화를 위해 20141022개 사업으로 시작한 청춘프로젝트 사업이 주민들의 동참으로 44개까지 늘었고 현재 사업이 계속 되고 있다. 지역경제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한림제지 등 오래된 건축물을 포함해 2025년까지 사업을 50개로 늘려 구도심 활성화와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6개의 영화와 30개의 드라마, 30개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명소 조치원권투체육관은 청춘프로젝트사업에서 소외되어 허물어져 가는 건물에 무너진 담벼락, 그리고 관에서 세워준 안내 게시판이 불법 주차로 막혀 있기 일쑤이고 밤에는 전등불조차 설치 안 돼 볼 수가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조치원권투체육관 바로 옆 건물 개인 소유 차고지에 불법으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체육관의 담벼락이 손상되고 악취가 심해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 소유주가 재산권 행사를 위해 부속 건물들을 허물면서 국내 유일의 콘센트 권투체육관은 풍전등화의 신세를 맞고 있는 형편이다.

선친 강창수 초대 관장을 이어 체육관을 어렵게 꾸려가고 있는 강용덕 관장은 조치원권투체육관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현장으로 세종시에서 관심을 주지 않아 사라진다면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는 한을 남길 것이라며 오랜 세월 탓에 건물이 낡았고, 사유재산으로 인한 향후 관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세종시 관광 명소 유지 차원에서 예산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가 출연했던 영화에 무대가 됐던 조치원권투체육관 실내 모습
체육관의 부속 건물이 철거되고 있어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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