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대한민국, 아산ㆍ진천 주민에 빚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대한민국, 아산ㆍ진천 주민에 빚졌다
  • 김선미
  • 승인 2020.02.0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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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정치권의 정쟁도구화, 그리고 아산ㆍ진천 주민의 품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국 강타, 전염병까지 정쟁으로 삼는 정치권

언제나 그렇듯 국민은 제 밥그릇 챙기기 급급한 정치인보다 한 수 위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설 명절 다음날부터 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평소에도 감기에 취약해서 그러려니 했다. 증세도 발열과 호흡기 질환 등은 없고 약간의 두통과 기침, 목 아픔 등 평소 감기와 별반 다름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었다. 감기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며칠째 계속됐다. 심지어 눈까지 탈이 났다.

주변까지 확대해도 우한은커녕 중국과는 시쳇말로 일도 관련이 없었다. 거기다 거의 열흘 가까이 최소한의 외출을 제외하면 두문불출한 탓에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유증상자와 접촉하는 등의 우려할 만한 일이 전혀 없었다. 내가 사는 지역도 비교적 조용하다.

설 명절 다음날부터 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쌓였다. 불안감은 급기야 최근 베트남을 다녀온 지인을 소환해 내기에 이르렀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관광객도 많은 지역이니…혹시!!! 기어이 지인에게 ‘여행 갔다 와서 건강은 괜찮냐’는 스스로 생각해도 뻘쭘하기 짝이 없는 문자를 보내고야 말았다.

이성과 상식으로 생각할 때 기우임을 알면서도 이토록 불안감이 스멀거리는데 하물며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강력한 전염병 발생 지역의 교민들을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격리시키는 일에 대체 어느 누가 태연자약 하겠는가.

지역을 방문한 장관을 향해 달걀을 던지고 차관의 머리채를 잡고 트랙터로 길목을 막았던 충남 아산, 충북 진천 주민들이 막판에 대승적 결단을 내려 이를 보듬었다. 눈물겹도록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불안감 피해 무릅쓰고 대승적 결단으로 우한 교민 품은 아산⸱진천 주민

아산, 진천 주민들은 ‘빛나는 시민정신’ 그 이상의 ‘국민의 품격’을 보여 주었다.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대한민국은 아산과 진천 주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 언제나 그렇듯 국민은 정치인이나 위정자들보다 한 수 위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국내도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와 유증상자가 불어나기 시작했고 2차, 3차 전파, 무증상 감염 사례가 나타나며 불안감을 넘어 공포심까지 유발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으로 비상상태다. 정부와 전 국민이 힘을 합쳐 대처해도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전염병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현 정권과 여당을 공격할 호재로 삼으며 일부 언론과 함께 불안과 혐오, 공포감, 지역갈등까지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짜뉴스까지 범람하며 혐오와 공포감을 선동하고 있다.

빛나는 시민정신, 당리당략에 지역갈등 불안 혐오 공포감 부추기는 정치권

정부의 초기대응이 신중함이 앞서 다소 답답하고 부실한 부분이 없는 게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보다 강력하고 빠른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감시 기준 강화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아무리 강력하고 철저한 방역망을 구축한다 해도 추가 감염이 발생하는 등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의 특성상 어딘가는 구멍이 뚫리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도 잘 일어나 진단이 더 어렵다고 한다.

초기 증상만 해도 처음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고 잠복기 증상, 감염 방법, 경로 또한 예측이 어긋나고 있다. 초기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감염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의 초기 대응 미진, 방역망 아무리 철저해도 완전 차단은 현실적 한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경을 전면 차단하고 일체의 이동을 막고 확진자와 조금이라도 연결점이 있으면 격리 시키고 일대일 감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후베이성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만 막는 것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처럼 중국에 장벽을 세운다고 해서 완전 해결될 일도 아니다. 확률은 낮지만 초연결 사회에서 다른 국가를 통한 감염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사례도 있다.

검역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잠들어 있고 지난 3년간 검역 인력 증원 예산을 삭감한 국회다.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공격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전파력 강한 감염병 차단에 나선 정부에 협력할 것은 초당적으로 협력해 하루빨리 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자칫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국민의 건강권 위협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말이다.

사태 길어지면 국민 건강 위협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도 어려워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야당 정치인들의 혐오와 공포감을 조장하는 극단적 행태를 보면 진심으로 이 위기를 걱정하고 국가의 안위와 국익을 생각하는 것인지 싶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내심으로는 나라야 결딴이 나든 말든 다음 선거에서 자신들이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망가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비춰질 지경이다.

불안감과 피해를 무릅쓰고 우한 교민을 품은 아산, 진천 주민들의 시민 정신과 품격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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