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 정담 넘치는 '차 한잔' 어때요
경자년 새해, 정담 넘치는 '차 한잔' 어때요
  • 황우진 기자
  • 승인 2020.01.2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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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전통차에 몰입한 세종문화원 박춘복 다도강사
찻잔에는 소통의 마음, 욕심을 비우는 정신문화가 자리
차 한 잔을 나누며 건강과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박춘복 다도강사

우문현답(愚問賢答)의 찻잔 인터뷰를 갖다

“차는 언제 마셔야 하지요.”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마시세요. 찻잔에는 소통의 정담, 사색의 마음, 세속(世俗)의 욕심을 다스리는 참선의 맑은 정신을 모두 담고 있어요.”

우문현답의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 22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 세종문화원에서 박춘복 다도(茶道) 강사와의 대화내용이다.

경자년을 맞아 올해의 설은 특별한 무엇이 없을까하는 생각에 평소 알고 지냈지만 딱히 깊은 얘기는 나눈 적은 없는 다도강사 박춘복(58)씨에게 다도에 대한 인터뷰를 청했다.

연기군 시절부터 16년째 전통차에 대해 공부하고 차 문화와 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박씨는 경북 상주가 고향이다. 30여 년 전 서울에서 남편의 고향 세종시 전동면으로 이주하여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해 연기군 여성농업인연합회장을 맡아 일했다. 2004년 무렵 우연히 조치원 세종문화원 다도교실에서 취미로 차에 대해 배우기 시작해 현재에는 전문강사까지 이르게 됐다.

“차에는 6대 차 종류가 있습니다. 백차, 녹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차는 녹차와 홍차 종류이지요. 흑차는 검은 색깔의 차인데 보통 보이차라고 하는 종류입니다. 한국차는 녹차 종류만을 말해요.”

다도의 전문강사답게 그는 인터뷰를 위해 녹차를 준비해 놓고 향긋한 녹차를 따라주며 강의하듯 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하면 다도 강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 물었다.

세종문화원 예다승 다도동아리 다우들이 다례의를 하며 정담을 나누고 있다.

"차 속에는 건강과 깊고 맑은 정신문화가 함께 있어요."

“글쎄요. 10년을 한결같이 차에 대해 심취했어요. 원광대 차문화경영학과에서 4년간 공부했고, 성균관유학대학원에서 다도학을 전공하고 한국다도인성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차에 관한 자격증에는 홍차티마스터, 인성지도사, 예절지도사, 티파티플래너, 차감별사인 티소물리에 등이 있습니다.”

‘10년을 한결같이...글쎄’라는 말이 새삼 이해가 됐다. 차문화를 '다도'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조금 짐작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차문화에서는 다도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도(茶道)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말이고, 우리나라는 '다례'(茶禮), 중국은 '다예'(茶藝)라고 말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본은 차마시는 것을 하나의 도(道)로 인식해 다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중국은 예술로 생각해서 작은 잔으로 한 손으로 마시며, 우리는 예절을 중시해서 상위에 놓고 두손으로 마시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차를 마시는 데도 우리와 일본, 중국이 다르다는 것에서 정신문화의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우리의 차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시작은 신라때부터인데 삼국사기에 선덕여왕때 화랑들이 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화랑 중에 다군사(茶軍士)가 있어 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봅니다. 고려시대에는 차문화가 융성해서 왕실에서 진다(眞茶)의례(儀禮)가 성행했고, 조선에서는 차문화가 쇠퇴해 차문화는 산속에 있는 절문화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녹차 산지는 하동과 보성이 유명한데 녹차 종류만 해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뉜다. 우전은 4월 20일 곡우(穀雨) 전후 5일 동안 따는 찻잎으로 가장 가격이 비싼 귀한 차이고 세작, 중작, 대작은 잎사귀의 크기에 따라 구분한다.

차를 마시며 예절을 배우고 인성을 함양하다.

연기향교에서 전통차에 대해 공부하는 다우들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차는 어색한 분위기 풀어주고, 산만한 기분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다담(茶談)을 나누는 것이지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차 마시는 예절과 큰절을 가르치면 산만한 아이들이 금방 차분해져요. 인성이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그런데 중.고등학교에서는 공부에 지장이 있다고 싫어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어요.”

언제부터인지 우리문화는 인스턴트문화가 정신문화의 중심이 되어 ‘너도 나도 모든 일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정작 필요 없는 스마트폰 보기에 열중하는 우리의 정신적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잔, 또 한 잔 차를 마시며 계속해서 다담의 시간을 이어갔다.

“차를 마시는 정신의 깊이는 찻물을 따르는 속도나 차를 마시는 속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문화원 ‘예다승’ 다도동아리는 1주일에 한 번 다우(茶友)들이 모여 차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다우들은 가족이상의 친목과 신뢰를 가지고 있었요.”

세종문화원에서 성년례를 거행하며 차를 마시는 장면

세종시 전통차 문화를 주도하며 전파하고 있는 박춘복 강사는 연기향교에서도 차에 대한 강의를 하며 성년례, 전통혼례, 헌다례 등 차가 필요한 모든 곳에 그가 있다.

그의 강의처럼 차를 마시는 문화는 우리 전통문화의 깊은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커피문화, 인스턴트문화에 밀려나 대중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커피나 차 속의 카페인이 몸속에 퍼지는 속도만큼이나 마시는 사람의 정신도 차이를 느끼게 한다.

세종시 문화는 어떤 문화를 선택할 것인가. 커피문화는 이미 대중문화가 되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문화가 됐다. 그러나 고고하고 향기로운 전통정신문화의 뿌리를 잊지는 말아야한다.

경자년 설 명절은 가족, 친지와 차 한 잔을 나누며 정담을 나누고, 건강과 복(福)을 기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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