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남긴 숙제’...2020년 ‘이영세의 숙제’ 실현될까
‘아들이 남긴 숙제’...2020년 ‘이영세의 숙제’ 실현될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1.25 00: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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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 인터뷰] 여성 초선의원 이영세 세종시의회 부의장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정활동 매진, 여성 권익 대변할 것" 포부
'여성 정책 전문가'로 통하는 세종시의회 이영세 부의장.

"성실하게 공부하기 위해 시간을 다퉈가며 일하고, 점심을 컵라면으로 때우려 했던 김군은 꼭 내 아들 같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울분이 생겼습니다.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무작정 글을 썼습니다."

세종시의회 이영세 부의장(64,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이렇게 절실했다.

지난 2016년 서울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에서 일하던 김모군이 일을 하다 죽었다는 뉴스는 크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군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는 '컵라면 이야기'는 머리를 '꽝'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부당·불의한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 행동에 나서는 것이 김군의 죽음에 사죄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정치인의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초선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한 그는 영예롭게도 '부의장'이란 타이틀까지 안았다. 중책을 맡았다는 영광도 잠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의정활동 내내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임기 절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 설 명절을 앞둔 최근 이 부의장을 만나 그간 의정활동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시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것은 어려운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주변 시민과 여성 리더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일하도록 격려해 준 것이 마음의 결정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시의원이란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자신 혼자의 힘이 아니라는 점을 마음 깊이 품고 있었다. 특히 ‘여성의원’으로서 책무가 막중한 만큼 이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각오도 항상 되새기고 있었다.

세종시의회 이영세 부의장.

사실 그는 '여성 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20대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공채1기로 합격해 여성문제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이 당시 여성문제의 사회구조적 배경에 대한 통찰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게 이 부의장의 설명이다.

이후 지방출연연구기관인 충남여성정책개발원에서 정책연구실장을 맡아 여성 능력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현장을 누볐다. 충남 18개 시군 중 연기군의 여성과 현장의 여성지도자들을 만나 함께 연구, 사업, 교육을 했던 성과가 현재 세종시에서 활동하게 된 바탕이 됐다.

또 2008년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발주한 ‘여성이 행복한 행정도시만들기’ 연구 활동, 모교인 중앙대학교 전공전담교수, 공주교육대학교의 여성·가족관련 강의 등을 하기도 했다. 이른바 '여성정책연구', '여성능력개발', '교류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교육 및 강의' 등의 활동이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 부의장의 임기도 어느덧 반환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기간이 '탐색기'였다면 앞으로 2년 6개월여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할 시점인 셈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앞으로의 목표도 분명히 제시했다.

“여성아동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세종시가 내실을 채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일순위로 꼽았다. 특히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직장에서 지역사회에서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차별 당하는 문제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또 직장에서 여성이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일하는 여성의 육아와 가사 문제를 남성과 사회가 같이 책임을 나눌 수 있도록 살피고 개선점을 찾겠다고도 했다.

세종시의회 이영세 부의장은 “여성아동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세종시가 올해는 내실을 채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래세대인 아이, 청소년의 포부와 희망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억압되거나 좌절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점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저출산 극복 선도적 모델 도시 ▲함께 돌보는 사회 ▲여성의 일과 꿈을 지원하는 도시 ▲가족의 건강과 휴식이 있는 도시 ▲즐겁고 유익한 평생 배움 도시 ▲사회적 약자의 품위가 존중되는 도시 등을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사람'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조하면서,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각오도 재차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 이후 짧은 기간에 경제 수준이 높아졌으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행복지수가 낮아지는 등 명암이 분명하다"면서 "의정활동의 중심을 사람에 놓고 다양한 계층 내에서도 특별히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들이 부디 꿈과 희망을 놓지 않고 당당히 품위를 지키며 살아 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들 것"이라며 "세종시를 보다 생태적인 환경으로 조성해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 부의장은 "젊지 않은 나이에 시의원이 됐고, 부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책임감과 부담이 크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일에 내가 쓰일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확실하게 시민들, 특히 약자인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 강단 있게 매달릴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영세 부의장의 책상 옆에 놓인 잡지에 담긴 김미숙씨. 김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책상 옆에 놓인 한 잡지가 그의 의지를 가늠케 만들었다.

'용균이 엄마' 김미숙씨(49) 이야기가 실린 잡지였다. 김미숙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로,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 16일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가 담겼다. 김미숙씨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남긴 숙제는 죽음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했다.

2020년 새해를 맞은 이영세 부의장의 숙제가 얼마만큼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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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인 2020-01-26 07:32:17
이런 분이 있었네요. 생각이 좋습니다. 좋은 의정활동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