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암 주지 원각, "쥐띠해, 이웃돕기로 새해 시작했다"
산신암 주지 원각, "쥐띠해, 이웃돕기로 새해 시작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1.2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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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을 돕는 건 당연한 일, 어려울 때 이웃의 힘으로 살았다"
매년 이웃돕기로 더불어사는 사회만드는 오봉산 산신암 원각보살
오봉산 산신암 주지 원각은 명품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을 기원하고 전통을 계승하면서 이웃돕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남을 돕는다는 건 제가 해야 할 당연한 일입니다. 어려웠던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도와야 합니다.”

매년 이웃돕기로 나눔문화를 실천하는 조치원 오봉산 산신암 주지 원각보살(속가명, 김향란, 63)은 누가 봐도 별난 사람이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성금을 불쑥 내놓고 설이라든가 추석 등 명절에는 어김없이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런가 하면 전통 굿 계승자로서 명품도시 세종 건설을 위해 작두를 타면서 주변인들을 감동시키곤 한다.

한국불교 태고종 오봉산 산신암에서 벌어지는 일은 속인(俗人)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다. 사기 굿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무속인이 많은데 그는 차원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세종시 기부 첫 스타트를 끊었다는 소식에 민족 최고의 명절인 설날을 사흘 앞둔 22일 오봉산 산신암을 찾았다. 이미 경자(庚子)년이 시작되는 지난 2일 조치원읍 사무소를 찾아 성금 4백만원을 전달, 더불어 사는 사회를 실천했던 터였다.

“굳이 밝힐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사회는 나 혼자만이 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형편이 되는대로 조금씩 나누면 그게 살만한 사회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각보살은 여러 차례 만났지만 조금만 통속적이고 이기적으로 산다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 ‘내’가 아닌 ‘우리’를 앞세우는 삶이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스스로는 검소하게 생활하도록 만들고 있다.

“제가 잘되는 건 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을 많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걸 많은 사람들이 곧잘 잊어버려요. 불교에서는 내가 잘해서 잘되는 건 5% 미만이고 남이 도와주어서 잘되는 게 95% 이상이라고 합니다.”

경자년 쥐띠해도 그는 지난 2일 조치원읍을 찾아 성금 4백만원을 내놓고 한해를 시작했다.

인연법(因緣法)을 설명하면서 “꼭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말로 올해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기에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기자와 만난 22일에도 오후 1시부터 노인요양소를 찾는 일정이 잡혀있었다. 베품과 나눔 실천은 약 20여 년 동안 이어져 오면서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줄잡아 매년 3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을 주변에 전달하고 있다.

이웃돕기와 함께 원각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전통 치병 굿 계승이다. 일명 ‘주당풀이’로 알려진 병을 치료하는 굿은 향토성과 전통성을 갖춘 점이 인정돼 세종시에서 지난 2016년 유형 문화재로 지정돼 자부심을 갖고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는 요즘도 수시로 주당풀이 대수대명 굿판을 열어 과학으로 풀 수 없는 무속 세계의 오묘함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청양에서 온 김모할머니는 산신암에 올 때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었는데 굿을 마친 후 병이 완쾌되어 연구차 참석한 대학교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주당풀이 대수대명(일명 ‘병 굿’)은 상문주당이나 혼인주당 및 급살주당을 맞은 경우 원인모를 병이 생겨 병원에 가도 그 병명이 안 나오는 경우를 처방하는 전통적인 민속신앙의 방법이다. 이 굿은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을 치유해 학계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연을 직접 관람했던 민족문화연구원 윤동환 교수(고려대)는 “민속 신앙인 굿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가보지만 각 지역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다”며 “원각 보살의 설경, 제웅 만들기 시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형성화 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이를 재현할 수 있는 무속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원각보살은 세종시 출범 당시 ‘명품도시 세종시의 성공 건설’을 위한 굿판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다시피한 이 의식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돼 다른 사람을 위한, 즉 ‘이타’(利他)의 전형적인 무속풀이가 되고 있다 .

세종시 건설로 인한 묘의 이장과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해 성공적인 명품도시 건설에 방해가 되는 악귀를 물리친다는 것이 동기였다.

전통 굿 '주당풀이'를 계승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원각 보살은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동제’로 명명된 이 행사는 이승을 떠돌고 있는 한 많은 영혼을 위로하고 대규모 세종시 개발에 따른 악기(惡氣)를 없애기 위해 속인(俗人)들에게는 생소한 작두타기, 입속에서 식칼 돌리기 등을 직접 시행한다. 혼령을 불러오는 초혼(招魂)을 시작으로 한마당 굿판은 오봉산 자락에 위치한 산신암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웃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면서 전통 굿으로 명품도시 성공 건설을 기원하는 원각 보살은 “내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분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죽는 날까지 더불어 사는 삶을 이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올해 첫 기부자로 쥐띠해를 연 그의 이웃돕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는 “힘 닿는데 까지는 돕고 살겠다”고 말했다. 힘 닿은 데가 어디 일지는 원각보살만이 아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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