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삐거덕” 세종시 전기굴절버스 도입 ‘난항’
“시작 전부터 삐거덕” 세종시 전기굴절버스 도입 ‘난항’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1.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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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 미흡, 기본적인 차량 결함 발생 등 곳곳에서 허점 노출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 예상보다 짧아 '차량 효용성 논란'으로까지 번져
세종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하는 친환경 대용량 첨단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차량 ‘전기 굴절버스’가 대평동 차고지에 정차해 있는 모습

전국 최초로 세종시에 도입되는 친환경 대용량 첨단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차량 ‘전기 굴절버스(Articulated bus)’가 기대감과 달리 운행 시작 전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차량 운행에 가장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데다 기본적인 차량 결함까지 발생하는 등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가 예상보다 짧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차량 효용성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전기 굴절버스’가 전면부 모습

13일 세종시와 세종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당초 16일로 예정된 전기굴절버스의 정식 상용 운행이 오는 22일로 일주일 가량 미뤄진 상태다.

제작사인 현대자동차로부터 지난해 말 차량 4대를 인도받은 공사는 교통체계, 도로여건에 맞는지 테스트를 거친 뒤, 900번과 990번 노선에 각각 2대씩 투입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전기 충전시설 구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차량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평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건립중인 충전시설은 빨라야 오는 15일경에나 사용 가능해, 인도받은 차량들은 현재 차고지에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대평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건립중인 전기충전시설 건립 공사 모습

막상 시험주행을 통해 차량을 점검해보니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배터리 성능 논란'이다.

전기굴절버스는 당초 최고출력 240kw급 휠 일체형 모터와 256k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해 시속 73km로 주행 시 1회 충전으로 2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됐었다.

공사에 따르면 제원 상 완충 시 주행 거리는 235km, 승객을 태우고 주행 시에는 이보다 짧은 130~150km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55~63%의 효율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직접 버스를 주행했던 승무사원들은 이보다도 더 열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990번 노선인 대전~세종~오송역을 주행할 경우 배터리가 70~80%가량 소모된다는 것. 해당 구간이 65km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차례를 왕복하기에 빠듯한 거리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효용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충청북도 오송~세종시 정부세종청사~대전시 반석 구간(31.2km)을 운행하는 990번 노선도, 출처=카카오맵
충청북도 오송~세종시 정부세종청사~대전시 반석 구간(31.2km)을 운행하는 990번 노선도, 출처=카카오맵

한 승무사원은 "현재 상황대로라면 990번 노선을 주행할 경우 한번 왕복 후 대전까지 주행한 후 세종시로 복귀해 다시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떨어져 운행 중 멈추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공사는 향후 오송역 환승센터에 충전시설이 들어서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충전시설 구축이 언제 마무리될 지도 미지수다.

KTX 이용객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돕기 위해 오송역 서편 광장 7천㎡에 건립되는 환승센터에는 대전·세종, 청주, 조치원, 국책연구기관 방면 등으로 구분된 버스 승·하차 공간이 이달 중 조성되는데, 이중 전기 충전시설은 이제 막 청주시 측과 논의가 시작되어 3~4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오송역 버스환승센터 조감도 (사진=청주시)
오송역 버스환승센터 조감도 (사진=청주시)

운행에 필요한 제반 시설 구축에 앞서 990번 노선에 굴절버스를 긴급 투입한 결정이 이 같은 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시는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대중교통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도로인 ‘내부순환BRT’를 운행하는 900번에만 굴절버스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1~6생활권까지 총 22.9km 구간을 환상형(Ring)으로 순환하는 노선인 해당 구간에 대용량버스를 투입해 '지하철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전시 반석역~세종시 정부세종청사~충청북도 오송(31.2km)을 잇는 광역 BRT에 굴절버스를 운행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입장에 굴절버스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

장거리 구간을 주행하는 990번 노선에서 긴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내부순환 BRT 900번 노선도
내부순환 BRT 900번 노선도

이뿐만 아니라 차량의 기본적인 결함도 발견되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시범 운행 도중 지붕 부위에서 우천 누수현상을 발견하고 부랴부랴 긴급 점검을 받았다는 것. 빗물이 차량 부품 사이로 스며들어 배터리에 전기결함을 일으킬 수도 있는 심각한 결함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칫 운행도중 결함이 생겼다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졌을 개연성도 높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보수를 마친 상태지만 8억 9000여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차량에서 기초적인 결함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솔동에 거주하는 안모씨는 "이제 막 출시된 차량에서 비가 온다고 누수가 발생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 주행에서 또다시 누수가 발생할 경우 전기로 운행하는 버스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사 관계자는 “우천 시 운행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차량 부품 간 이격이 발생해 누수 현상이 일어났다”며 “우려되는 배터리 이상 문제는 없는 상태로, 현재 조치가 마무리되어 운행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안일한 행정으로 인해 BRT 노선에 최적화된 전기 굴절버스는 운행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논란을 야기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

앞서 시범운행을 통해 선보였던 굴절버스 '바이모달트램'이 잦은 고장으로 퇴출됐던 전례가 있어, 면밀한 점검과 함께 체계적인 운행 시스템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전기굴절버스 도입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전기 굴절버스를 긴급 충전하기 위한 충전 차량 모습

한편, 전기굴절버스가 도입되면 일명 '땅위의 지하철'이라 불리는 BRT노선의 이용 편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량의 차량을 1개 차량으로 편성해 대도시권 대량교통수요를 소화하는 BRT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좌석(47개)과 입석(28명)을 포함해 한 번에 최대 75명 이상을 수송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대 혼잡 완화는 물론 대중교통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원 버스 시에는 최대 90명까지 탑승할 수 있어 일반버스 대비 최대 2배 이상의 수송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버스는 앞서 세종시가 지난 2012년 시범 운행했던 100인승 바이모달트램과 비슷하지만, 디젤엔진이 아닌 ‘친환경 전기엔진’을 장착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정부의 친환경 교통정책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내 셔틀버스로도 운행된 바 있으며, 차체 길이가 18.235m로 11~13m로 일반 버스 보다 5~7m가량 길다. 폭과 높이는 각각 2.49m와 3.42m로 국내 도로 기준에 맞춰져 있다. 승하차용 출입문은 모두 3개다.

세종교통공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구입비 180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4대를 시작으로 올해 8대 등 모두 12대를 도입해 운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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