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아직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정년 퇴직...아직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1.1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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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8년 경찰 마감하는 김정환 정부세종청사 경비대장
"고향 경찰서장, 보람있고 좋았다...6개월남기고 이동, 아쉬워"
김정환 정부세종청사 경비대장은 공직말년을 고향에서 보내게 된 것을 보람있게 생각하면서 38년 경찰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이제 조직이나 시스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니까 약간은 섭섭합니다. 허전하죠.”

고향 세종으로 금의환향했던 김정환 정부세종청사 경비대장(60)이 조만간 정년퇴임을 위한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오는 6월 30일 퇴직하면 꼭 38년 9개월 만에 경찰복을 벗게 된다.

이제는 반곡동이 된 충남 연기군 반곡리 출신인 그는 2018년 8월 세종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이래 “저렇게 일하는 경찰서장도 있구나” 라는 말을 들으며 치안행정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일 경비대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장은 “많이 생각하고 생각에 따라 고민을 해왔는데 그게 없어진다니까 조금 허전할 뿐”이라며 “공직자에게 필요한 청렴교육을 하고 좋은 경찰을 만들기 위한 강의를 정년 후 삶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1년 9월에 순경시험에 합격한 그는 경찰의 길로 들어선 것을 천직으로 여기고 생활해왔다. 아예 군대도 전투경찰을 지원했고 집안에 형이 경찰이었던 것도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래도 경찰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그를 치안행정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청렴교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강사가 없습니다. 퇴임 후 이런 일을 하는 것도 보람이 있겠다 싶어 지난 해 11월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모작 인생의 첫 번째 버킷 리스트는 청렴교육이었다. 두 번째는 역시 경찰과 관계된 일이다. 바로 38년 간 경험을 토대로 공직 수행에 필요한 지침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이다. 세종시 인근에 위치한 모대학 경찰행정학과 예비 경찰을 위한 강의가 예약되어 있다.

세종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김 총경은 친화와 현장을 내세운 치안행정으로 지역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종래 딱딱하고 사무적인 것을 탈피, 부드럽고 소통하는 방식이 공감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서장 부임 후 ‘쓴소리 경청회’를 시작으로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지킴이’, ‘3각 포인트 순찰’, ‘굿모닝 해피스쿨’, ‘나를 찾아라’ 등 주민 소통 치안행정을 선보였다. 또 매월 한두 차례씩 경찰이 하고 있는 일을 요약·정리한 '치안 소식지'를 지역주민들에게 문자로 발송해 경찰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김 대장은 서울 광진, 강남서 등에서 독창적으로 시행했던 시스템을 발전시킨 '세종시민과 함께 하는 골목길 안심순찰대'를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매주 금요일 야간에 순찰활동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는 늘 주민과 가까이 있는 치안행정을 강조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처음 시작했던 안전지킴이를 세종에서도 도입해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는 늘 주민과 가까이 있는 치안행정을 강조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처음 시작했던 안전지킴이를 세종에서도 도입해 많은 화제를 낳았다.

고향에서 최선을 다한 공직 수행이 한때는 ‘정치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비쳐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순경에서 총경까지 입지전적인 기록을 남긴 그는 ‘쉽지 않는 고향에서 경찰서장을 했다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야간 공고를 졸업하고 동사무소 급사로 있었던 일 등을 전하면서 ‘인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동사무소 방위를 하던 서울대학 출신에게 배운 영어가 훗날 대학과 공무원시험에 크게 도움이 됐다는 것.

38년 경찰생활을 마감하면서 크게 후회할 일은 없지만 퇴임 6개월을 남겨두고 세종경찰서에서 청사 경비대장을 옮겨온 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홀로 있을 때 행동을 삼가라’는 ‘신독’(愼獨: 君子必愼其獨也)을 좋아하는 그는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본인도 불행해지고 조직도 망하게 된다” 는 말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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