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처럼 스친 일년..."꿈의 날개 펼쳐 비상하렴..."
파노라마처럼 스친 일년..."꿈의 날개 펼쳐 비상하렴..."
  • 김선해
  • 승인 2020.01.1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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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세종시 한솔고 김선해 교사, "꿈의 날개로, 드넓은 세상을 향해, DREAM UP~"
한솔고 김선해 교사

삼월의 봄

입학식, 새내기, 지석이 생일, 샤랄랄...새로운 삶의 부담감으로 시작하는 학기 초.

인싸들은 설레고, 아싸들은 두려운 계절, 학년기의 최고 고참인 고3을 담임한다는 것은 너무나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당에서 담임 발표시간 학생 교사 누구나 가슴 설레는 심장이 쫄깃한 미묘한 순간의 긴장감이 도는 찰나, 교감선생님께서는 이 타이밍을 적절히 활용해 호명이 나오는 순간... '와!!!!....' '우우우~~' 두 가지 감탄사가 적절히 울리며 담임 배치는 마무리된다.

어쩌면 전생에 형제자매, 남편, 친구, 자녀일지도 모르는 후생의 인연으로 같은 교실로 들어간다. 어색한 첫날, 덜 어색한 둘째 날, 약간 안면을 튼 셋째 날이 되면, 누군가 교무실로 슬며시 아는 척 다가와서 자신이 학급을 통솔할 리더십 자질이 충분하다고 알듯 말듯 암시하며 학생과 담임교사의 오작교를 만들어 줄 것 같은 액션을 취한다. 드디어 반장이 뽑히고 3월은 서로의 인연을 살짝살짝 인식한 채로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 더디게 지나간다.

3월 모의고사를 기점으로 고3은 실질적으로 시작된다.

"첫 끝 발이 개 끝 발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처음에 잘 된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라. 마지막까지 가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등등의 유언비어가 돌기시작하면서 “열공모드”로 돌입된다. 이때부터 슬리퍼도 고무바닥이 두껍고 소리도 나지 않는 실내화를 신어야 할 때다. 서로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하기 때문일지도...

학교주변 동산의 만발한 금계국과 시작하는 오월

졸업사진의 시즌이 다가왔다. 마지막 졸업 앨범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고자 하는 엉뚱하고 끼 넘치는 악동들이 등장할 시기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분장과 액세서리, 표정, 몸짓 모든 것이 학창시절의 끝자락을 잡고자하는 의지의 표현들이다. 이렇게 오월의 끝자락은 창밖에 만발했던 금계국 꽃잎이 바람에 흐드러지면서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5월 스승의 날

아침부터 뭔가 수상쩍은 낌새가 감돌면서 학생들이 이상하다. 자연스럽지 않고 다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

“선생님, 우리 반 형광등을 재성이가 깼어요. 빨리 빨리 교실로 오세요. 급해요.”

그러면서 나를 끌어당긴다. 근데 교실은 형광등이 아니라 LED등이라 쉽게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같이 놀라면서 당황해줘야 19세 고등학생들이 좋아한다.

눈높이에 맞추면서 황급히 교실로 들어가는 순간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면서 꽃다발과 작은 포스트잇으로 꾸민 롤링페이퍼를 선사한다. 감동의 순간이며 맘속에서 눈물이 왈칵 왈칵 솟구친다.

이날 이순간은 모든 학생들이 천사로 보이는 유일한 때다. 교사가 되어 보람을 느끼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이며 담임교사로서의 기쁨이 수천 배가 되는 날이다.

6월 체육대회

여름의 시작과 함께하는 체육대회! 고3도 질세라 적극적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청춘의 체력을 사력을 다해 발산한다. 짱구코스튬으로 한 섹션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 반, 나도 역시 짱구코스튬과 헤어밴드로 구색을 맞춰주며 축제를 즐긴다.

“우리 모두 하나(WE ARE ONE)”를 외치며 반의 단합을 확고히 한다. 교사이어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담임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절대체력을 보여주고자 폼 나게 달리면서 학생들의 환호성에 탄력 받아 더욱 달리고 또 달려서 결승선- 골인!

그러나 나의 몸은 만신창이. 다리가 저리고 갑자기 쥐가 나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순 없었지만 겉으로 활짝 웃으면서 체육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며, 금년도 무사히 지나간 것을 안도하며, 평소 운동하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한다.

흣날리는 눈과 함께 11월 수능일

11월은 수능일 쯤 항상 세종엔 눈발이 날렸다. 작년 11월에도 눈발과 함께 겨울비가 내렸고

학생들은 전투에 임하는 장수처럼 각오를 단단히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전쟁을 향해 전진했다. 난 기도하는 맘으로 그곳을 지키고 저녁에 보도되는 수능난이도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다음날 학생들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레 말을 걸기도 하면서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눈치를 보다 성적표가 나오면 함께 기뻐하며 가,나,다군을 정하기 시작한다.

1월 졸업식

졸업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한쪽 팔에 끼고 당당히 졸업식장으로 입장해 의자에 의젓이 앉아있는 학생들을 한명씩 보고 있으며 왠지 뿌듯하다. 부모님들은 한겨울 꽃값이 금값임에도 불구하고 꽃다발을 화려하게 한 다발씩 안겨주며 졸업을 축하해준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졸업을 축하하고, 내년의 설렘을 울음으로 웃음으로 표현하는 이 장면은 오직 그 날만, 고3 담임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강당에서 졸업식이 끝나면 하나둘씩 학생들이 마지막 볼 지도 모르는 교실로 모여들어 마지막 샷을 멋지게 날린다.

“다 같이 하나! 둘! 셋! 사랑해요. 선생님~”, “사랑한다. 얘들아!!”

세상이라는, 때로는 험난하고 때로는 멋진 곳으로 훨훨 날아가서 꿈의 날개를 멋있게 펼쳐 비상(飛上)하렴~~~~~Dream UP! Fly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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