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앞둔 비장함, 남편잃은 여인의 절규 등 즐거운 전쟁은 없다
결전앞둔 비장함, 남편잃은 여인의 절규 등 즐거운 전쟁은 없다
  • 강병호
  • 승인 2020.01.09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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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 영화 '미드 웨이'...이란-미국 일촉즉발 긴장 속 볼만한 영화
CG로 쓴 전쟁 다큐멘터리, 지나친 CG 사용으로 참록한 현장감 떨어져

영화 <미드웨이>가 상영 중에 미국이 이란 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양국 사이에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솟고 있다.

영화 <미드웨이>는 1941년 일본 제국 해군의 <진주만 공습>과 미국의 보복으로 감행된 1942년 4월 <두리틀 공습>, <미드웨이 해전>까지 태평양 전쟁 진행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제작진은 실물로 보여주기 어려운 해전과 공중전 모두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처리했다.

연출을 맡은 롤랜드 에머리히 (Roland Emmerich) 감독은 독일 태생으로 <인디펜던스 데이(2016)>, <화이트하우스 다운(2013)>, <2012(2009)> 같이 컴퓨터 그래픽스 를 쓴 블록 버스터 액션물에 강하다. 주연은 전폭기 조종사 덕 베스트 역에 <말레피센트 2>에 출연한 에드 스크레인(Ed Skrein)이 맡았고 정보장교 레이튼 역은 패트릭 윌슨 (Patrick Wilson)이 연기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는 미국 해군 뇌격기 (어뢰를 발사하는 전투기) 조종사 덕 베스트와 정보장교 레이튼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2차 대전 초 독일이 유럽을 제국 일본이 태평양을 휩쓸고 있을 때 미국은 국민들의 들끓는 반전여론 때문에 옴쌀 달싹 못하고 본토에 갇혀있었다. 전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었고 <미드웨이>에서 일본 해군의 예봉을 꺾어 태평양에서 전세를 역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진주만 공습>으로 교체된 신임 니미츠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은 일본의 또 다른 침공계획을 막을 작전을 세우기 위해 광활한 태평양에서 일본 제국의 다음 목표를 찾아야 했다. 일본군은 호주 근처 산호해로 진격한다는 역정보를 흘리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하와이 해군전투 정보실은 <미드웨이> 섬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워싱톤의 총 사령부는 하와이의 정보보고를 믿지 않았다. 하와이 전투 정보실은 기발한 역정보전을 펼쳐 일본군의 진짜 목표를 알아내고 니미츠는 이제 미드웨이를 공격할 일본 함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할 준비를 하게 된다.

영화 '미드웨이'의 한 장면. 사진출처 : 다음영화

영화 <미드웨이>에 미국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John Ford)> 감독이 <미드웨이>해전에서 직접 일본군 공습을 촬영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역사적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많은 허리우드 감독, 배우 심지어 헤밍웨이 같은 소설가들도 애국심으로 군종기자, 감독으로 참전했다.

<미드웨이>는 <존 포드> 감독이 연출한 수많은 서부영화 같은 서사적 스토리텔링을 따른다. 무시무시한 적진을 향해 몸을 던지는 영웅들, 결전 앞둔 전날 비장한 모습, 남편과 애인을 잃은 여인들의 흐느낌 등. <미드웨이>는 21세기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은 쓰지만 스토리 구조는 20세기 초 서부극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진부하단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영화 <미드웨이>는 2001년 개봉한 <진주만>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지만 아쉬운 점도 남는다. 2차 세계대전 소재로 최근 주목 받은 영화는 2014작 <퓨리(Fury)>다. 이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스를 의도적으로 쓰지 않고 영국 탱크 박물관에서 독일의 <타이거>, 미국의 <셔먼> 같은 2차 대전 때 전차를 끌고 나와 실전 같은 전투 씬을 보여 관객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역사를 주제로 하지만 전쟁 말 한 시점만 잡아 살육전에 달관한 워 대디(War Daddy) 브래드 피트와 전쟁에 적응하지 못한 순진한 신참 로건 레만의 갈등과 성장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춰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유튜브에도 팬들이 많아 3대 1의 전차전 영상클립은 넘쳐난다.

영화 <미드웨이>가 북미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도 스토리텔링이 진부하고 지나치게 컴퓨터 그래픽스를 사용해 실감이 떨어지는 데 있다. 아직 일본의 <제로> 전투기, 미국의 <돈트리스> 급강하 폭격기, <F4F 와일드 캣> 같은 실물 비행기들은 미국에 많이 있다. 영화 <퓨리>같이 실물 전투기를 활용 했다면 더 박력 있는 전쟁 씬을 찍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남는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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