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졸업식, 엄마 꼭 오셔야 해요.
두려운 졸업식, 엄마 꼭 오셔야 해요.
  • 강수인
  • 승인 2012.02.16 08:21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학생이 주인인 미국과는 너무 다른 우리 졸업식

 미국에서 졸업식은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이벤트였다. 밀가루에다 계란 투척 등은 그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였다.
졸업 시즌이다. 정부에서는 알몸 졸업식을 엄벌하겠다고 하고 학교에는 경찰을 배치하겠다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쯤 중고생 졸업식을 앞두고 등장하는 뉴스다. 밀가루와 계란, 가위로 교복을 찢는 일은 뉴스거리로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알몸 피라미드 쌓기, 알몸 동영상 올리기, 전봇대에 알몸 묶기 등 해마다 그 도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알몸으로 물속에 집어넣기도 한다는데 가까운 곳에 호수가 없다는 것이, 강가나 바닷가에 살지 않는 것이 이렇게 다행스럽게 여겨 질 수가 없다.

얼마전 중학교 졸업을 앞둔 큰 애가 이만 저만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졸업식을 처음해보는 지라 설레임도 있었지만 미국에서의 졸업과는 너무나 다른 얘기를 듣자니 잔뜩 얼만도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 보았다. 그날도 스쿨버스를 타고 아이는 8시쯤 학교에 갔다. 미국에 온지 두달만에 졸업을 하게 된지라 무얼 준비해야 할지 잘 몰랐다.

깨끗하게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혀야 될 것 같아 스커트에 심플한 블라우스를 택했다. 아이를 보내고 난 뒤 학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꽃을 샀다. 학교 강당에는 이미 많은 축하객들이 와 있었고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 어린 동생 등 온 가족이 다 와있는 것 같았다.

이어서 학교 밴드를 이끄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악기를 들고 리허설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인지 각 반별로 담임선생님을 따라 온 졸업생 아이들이 단상아래에 자리했다.

그리고는 매일 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교장선생님이 졸업식 사회를 맡아 행사진행을 했다. 그날도 마이크 점검부터 이것저것을 손수하면서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였다. 처음 교장선생님을 봤을 때는 자원봉사 학부모나 학교 잡일을 하는 사람 정도로 짐작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학교의 온갖 굳은 일을 도맡다시피 하는 분이 교장선생님이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졸업식에서도 교장선생님은 몇 마디 안하고 대부분 시간을 졸업생과 그담임 선생님들을 위한 칭찬과 격려의 시간으로 할애했다. 밴드부에서는 국가와 교가를 연주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숙연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매번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우수학생에게 상을 줄 때도 짧게 설명하고 무대에 선 주인공 학생에게 짧게나마 인사할 틈을 주었다. 또 각 반별로 담임선생님과 학생 한 명 한 명이 나오면 교장선생님이 졸업장을 주고 악수하며 축하해 주었다. 졸업장을 받고 무대 한쪽에 서있는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고 서로 축하도 하며 무대 위에 서게 된다. 그런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부모들은 바빴다. 그런 식으로 반별로 행사가 진행되는데 졸업식의 주인공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렇게 졸업식을 마치고 밖에서 기다리면 담임선생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데리고 나왔다. 선생님께는 꽃다발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친구가 돼주었던 반 친구들과의 추억도 사진에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

그들의 졸업식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졸업식은 아이들이 자랑스럽고 훌륭하게 성장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거기에 학생을 이끈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감사, 또 가족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를 서로 축하해 주고 받을 수 있기에 그들의 졸업식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아이들에겐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어려운 학교생활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으로 뒤숭숭한 요즘이다. 이런저런 추억이 떠오르며 코끝이 시큰해짐을 느끼는 졸업시즌이다.

더 이상 두려움에 떠는 졸업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성적순으로 줄서 있었던 기억을 뒤로 하고 다양한 길을 선택해서 가는 서로를 격려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여유를 만끽했으면 좋겠다. 진정 이별을 아쉬워하며 우연히 만났을 때 웃을 수 있는, 성공한 모습이 아닌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 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고리한 2012-02-19 09:11:52
미국 학교의교장은 우리나라와 달라서
권위주의의 상징물이 아니라 봉사하고
학교를 운영하는(교사 선발 및 계약 책임) 역할을 하고
학생과의 상담 및 생활지도를 맡고 있어서
학생들의 이름을 거의 다 알고 있다죠....

고르 2012-02-19 09:08:29
게다가 알몸으로 물속에 집어넣기도 한다는데 가까운 곳에 호수가 없다는 것이, 강가나 바닷가에 살지 않는 것이 이렇게 다행스럽게 여겨 질 수가 없다.
---------> 위 글에서 (다행스럽게 여겨 질 수가 없다.)를 (다행스럽게 여겨진다.)로 고쳐야겠어요....
물론 글쓰는 사람의 용기를 꺽자는 것은 아니옵고요....

졸업생 2012-02-17 11:49:27
멋지다, 우리도 저랬으면 좋았겠는데...

세종시민 2012-02-17 10:00:23
내년 세종시 학교 졸업식은 저렇게 됐음 좋겠네요. 선생님들 꼭 좀 참고해 주세요. 처음부터 시작하면 그게 전통이 되거든요.

연기인 2012-02-17 08:43:11
우리도머지않아 이런졸업식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