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젊은이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어요"
"두 젊은이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9.11.25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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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도담동 모 주민, "길가에 쓰러지 남편 보호해준 분, 정말 고마워요"

“제가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고마움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전화했어요.”

지난 22일 세종시 도담동에 살고 있는 60대 여성의 목소리가 전화로 들어왔다. 어제 밤에 남편이 쓰러져서 죽을 뻔했는데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살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선행을 알리기 위해 ‘세종의 소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혹여 신분이 드러날까봐 걱정을 하면서 말 끝마다 “고마웠다”, “인사를 할 겨를이 없었다”는 말로 도움을 준 분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래서 아예 이름도, 사는 곳도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

사연은 이랬다.

올해 65살인 남편이 모임에 갔다가 과음한 탓인지 도담중학교 옆에 쓰러져 있었다. 이를 본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집에 있던 제보한 여성에게 상황을 알렸다. 그 때가 22일 새벽 1시 20분이었다.

어느 집이든 한밤중이나 새벽에 걸려온 전화는 불길한 예감이 오기 마련이다. 낯선 전화번호였지만 받았는데, 남편이 그렇게 됐다는 얘기였다. 서둘러 500m정도 떨어진 곳으로 나갔더니 젊은 두 사람이 지키면서 경찰에 연락도 해두었다고 말했다.

인사불성이 된 남편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데 어진동 파출소에서 경찰 2명이 나왔다. 젊은이들은 경찰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후 바로 떠나갔다. 이후 경찰이 남편을 엎다시피해 집으로 옮겼다. 이날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시였다.

술취해 쓰러진 남편, 젊은이의 연락, 경찰의 도움 등 이날은 경황이 없었다. 남편이 정신을 차린 아침이 되고나서야 “고맙다는 말도 못했구나”하는 미안한 마음에 ‘세종의 소리’로 전화를 했다. 언론에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당부도 함께 전했다.

사례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언론에 연락하는 일은 절대 흔하지 않다. 노숙자나 술 취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40여 년 동안 가족을 위해 사업을 해오다가 최근 은퇴한 남편. 사업 후유증으로 다리까지 불편해진 그를 곁에서 지켜본 아내로서는 이제 겨우 살만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술도 잘 마시지 않았는데 이날따라 과음했다. 추운 날씨, 그리고 노상에서 쓰러짐 등은 한 가정을 비극을 가져올 수 도 있었다.

“꼭 기사로 써주세요. 그리고 그걸 젊은 분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어요.”

제보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한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진영논리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된 사회를 보면서 우리의 이웃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미담(美談)이었다. 이런 내용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되지 않는 아름다운 사회가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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