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경 교수, "사는 게 지겨워서 죽는 시대 온다"
김창경 교수, "사는 게 지겨워서 죽는 시대 온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9.11.22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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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한양대 교수, 세종경제포럼에서 생명 과학 시대 미래상 강의
유전자 편집 통해 질병 치료하고 인간 삶의 질 높이는 시대오고 있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 사진 출처 : 헬로우 디디

10번째로 열린 세종경제포럼은 생명과학이 가져다주는 ‘놀랄만한 세상’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한양대 김창경 교수가 ‘포스트 게놈(Genome) 시대, 인류와 생명과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종지역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전 7시부터 세종 컨벤션센터 4층 대회의실에서 강의를 했다.

김 교수의 강의는 정말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생명과학과 그것이 가져다 줄 미래의 생활, 그리고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등을 참석자들에게 각인시켜주었다.

사회도, 기업도, 국가도 이제는 미래 먹거리의 큰 축으로서 생명과학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실제로 이미 이 분야의 선진국에서는 엄청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어 무한 경쟁의 시작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우리가 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5가지 중에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DRISPR : 크리스퍼) 가 들어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 강의에서 주목한 곳은 유전자 편집이었다. 사람 몸에 있는 세포 안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고 그 안에는 또 2만여개의 유전자가 있다. 이제는 유전자 편집기술이 문서를 편집할 때 ‘잘라 붙이기’ 정도로 간편해졌고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신이 만든 모든 창조물을 다시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는 형광 해파리와 돼지의 유전자를 합성해서 만든 ‘형광돼지’, 즉 빛을 내는 돼지를 2002년도에 만들었고 소의 근육 유전자를 잘라내어 만든 ‘몸짱 소’도 출현했다고 설명했다. 뿐 만 아니다. 나이가 들면 짧아지는 염색체의 끝 부분인 텔로미어(Telo Mere)를 역시 유전자 편집으로 10%정도 늘릴 수 있어 불로장생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강의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이뤄졌다. 문제는 그게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염소와 거미 유전자를 합성해 만든 염소 젖에서 짠 거미줄, 이런 것을 어디 상상이나 해봤겠느냐는 말이다. 항암 치료제인 인터페론 베타를 함유한 알을 낳은 닭, 이런 계란이 개당 6억 원에 팔린다면 경제성장 동력은 이제 원천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유전자 편집으로 만든 몸짱 소와 형광돼지, 그리고 형광 나무

이 모든 것이 크리스퍼, 즉 유전자 편집기술의 등장과 발달로 가능하게 됐다. 전에 없던 강력한 창조의 엔진이 등장한 것이다. 수 만년 동안 러시아 동토 속에 냉장되어 있던 맘모스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코끼리에서 접목시키면 수만년전 맘모스를 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유전자는 편집에서 한 단계 발전해 마치 디지털에서 하는 행위처럼 프린트가 가능하게 됐다. 프린트가 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값이 싸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유전자를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유전자를 분석해 유방제거 수술을 한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예를 들면서 유전자 교정으로 암 등 난치병 치료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BRCA유전자를 절제하고 ATDC유전자를 제거하면 췌장암의 성장이 멈추게 된다.

이처럼 유전자에 모든 정보가 담겨있지만 값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이제 생명과학기술의 발달로 1990년에 한명의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13년간 3조의 돈이 들어갔으나 이제는 몇 시간 내 몇백불로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대중화가 됐다는 말이다.

유전자 분석을 산업화에 성공한 예도 얼마든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23 and Me’는 단돈 2백 달러에 유전자 검사를 해주고 블랙 프라이 데이 때는 아마존 판매 순위 5위에 오르기도 했다. 5백만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소유한 회사가 이를 토대로 신약을 만들기도 했다.

머리가 좋고 다방면에 능력이 뛰어난 수퍼 베이비 탄생이 현실이 되고 있다.

김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선거 당시 ‘좋아요’를 클릭한 유권자를 분석해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선거 정책에 활용했다는 예도 들었다. 또, 염기서열을 특성별로 분류하고 거기에 맞는 상황을 설정해 승리에 기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데이터 비즈니스’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이게 곧 ‘4차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생명과학은 장기를 3D로 인쇄하는 데 까지 이르러 과학기술이 인류의 근본을 바꾸어도 되는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수퍼 베이비, 러시아 과학자들이 만드는 크리스퍼 베이비 등 놀랄만한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생명윤리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제 벌거숭이 두더지에서 유전자를 뽑아 사람에게 접목해 8백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과연 이런 규제가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생명의 문제, 질병의 문제 등등... 이런 신기술은 우리나라만 없다. 죽음도 질병으로 보는 것이 생명과학계이라고 하니 기적의 항암제가 등장하고 노화된 신체를 회복하는 기술도 나오고 있다.

미래는 AI가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인간이 그렇지 않는 집단을 지배하게 된다. 김창경 교수는 강의에서 “사는 게 지겨워서 죽는다”는 말을 던졌다. 그 말 속에 미래 생명 과학이 함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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