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재정위기, 만만한 문화예술 타격하다
세종시 재정위기, 만만한 문화예술 타격하다
  • 김선미
  • 승인 2019.11.20 08: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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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문화예술은 동네북? 혹은 들러리?..."대폭 축소에는 합리적 근거있어야"

기시감,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문제사업, 문화예술지원사업=불요불급?

김선미 편집위원

문화예술은 동네북? 혹은 들러리?

재정자립도가 전국 시·도 중 최상위권을 자랑하며 지난해는 전국 2위를 기록한 세종시가 재정위기에 놓이며 후폭풍이 거세다.

재정 위기를 맞은 세종시가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편성하며 예산의 우선순위를 놓고 곳곳에서 파열음을 낳고 있다. 긴축 예산의 일차 타격은 문화예술 분야에 가해졌다. ‘문화예술지원사업’ 관련 예산 절반이 잘려 나간 것이다.

세종시가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14억 100만원에서 7억 원으로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 사업에 따라 최고 63%까지 삭감돼 일단 수치로만 보면 세종시가 문화예술지원사업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최고 63%까지 대폭 삭감, 문화예술 분야에 억하심정 있는 것처럼 보여

급기야 세종문화예술단체연대(세종문화연대)가 13일 세종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사업 관련 예산의 재검토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문화연대는 세종시 30여개 문화·예술 관련단체들의 협의기구이다.

세종문화연대는 시의 문화예술지원사업의 대폭적인 삭감은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세종시민과 문화예술인을 홀대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더불어 이춘희 세종시장이 강조한 “문화도시 조성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세종시는 내년도 세입․세출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535억 원, 3.4% 증가한 1조 6,05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시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되며 세종시가 사상 처음으로 지방채까지 발행하며 긴축재정을 펴고 있으나 예산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예산 편성을 했다면 어느 한 분야의 예산을 이처럼 대폭 삭감하지 않았어도 됐다는 얘기다. 이는 신규 사업이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가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세종문화연대,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세종시민과 문화예술인 홀대”

‘문화‧관광·체육 분야’는 505억 원이 편성됐다. 이중 대부분은 관광, 체육 시설 확충에 치중되어 있다. 문화예술 부분은 비중이 낮다. 직접적인 문화예술 사업비는 더욱 쥐꼬리다. 예산이 줄어들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부분이기도 하다. 만만하기 때문이다. 건물이나 시설처럼 눈에 확 드러나지 않아 별로 생색이 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세종시문화예술단체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도 예산의 대폭적인 삭감도 삭감이지만 문화 예술에 대한 인식과 홀대 때문이다. 세종시의 설명도 문화예술인들의 분통에 불을 댕기는 데 한 몫을 했다.

세종시는 내년 예산편성안을 설명하면서 “시민들의 삶과 질과 직결된 분야는 충분히 반영하고 불요불급한 부분은 조정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졸지에 문화예술지원이 ‘불요불급’한 ‘내실없는’ 일이 된 것이다.

예산 무조건 늘리자는 것 아냐, 대폭 축소에는 합리적 근거 있어야

‘불요불급’이라는 표현,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세종시민의 격렬한 분노를 유발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기본설계비 10억 원을 ‘문제사업’으로 분류한 일을 연상케 한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문제사업’으로 규정한 것이나 문화예술지원사업을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규정한 것이나 사안과 성격은 다르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매한가지다. 한 마디로 ‘불필요한,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무조건 늘려야 된다는 주장은 아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빙자한 허접한 행위마저 문화예술의 외피로 포장하는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이 비록 타 분야의 천문학적 예산 낭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는 문화예술인과 관련 단체들의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시행정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 생색 안 나는 관련 예산 반토막 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예산의 절반을 싹둑 잘라내는 일이 무조건 합리화 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불요불급’한 사안이라고 규정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일정 수준에 못 미쳐 내실을 기해야 한다면 먼저 사업의 수준을 끌어올릴 생각과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1조 원을 훌쩍 넘어 2조 원에 가까운 세종시 예산에 비춰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규모의 예산을 이처럼 쉽게 쳐내는 것은 전시행정과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여전히 문화를 부수적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말이다. 문화예술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그동안의 주장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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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2019-11-22 22:43:26
규제를 풀면 세금이 확보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