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회 전체 이전론’ 파장, 위헌 악몽 엄습
황교안 ‘국회 전체 이전론’ 파장, 위헌 악몽 엄습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1.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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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전체 이전’ 방안, 개헌 넘어야 해 사실상 현실성 떨어져 ‘진정성’ 의문
충청시민단체, 15년 전 신행정수도 위헌 악몽 떠올리며 구체적 실행계획 요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11월 9일 세종시 조치원읍 홍익대학교 세종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공수처법 저지와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필요하면 일부를 옮기는 게 아닌, 전체를 옮기는 게 맞겠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꺼내든 ‘국회전체 이전론’이 지역사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개헌이란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과연 국회세종의사당(국회분원) 추진에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는 의문 부호까지 따라붙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제1야당인 한국당의 이 같은 태도에 15년 전 신행정수도 위헌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특히 한국당이 세종의사당에 대한 로드맵을 밝히지 않은 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1개 상임위 이전을 골자로 한 세종의사당 추진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 당대표와 정책위 의장 등 핵심 인사들이 제각각 원론적인 입장만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실망감을 주고 있다.

충청권 시민단체인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장수찬·이상선·김준식·정준이, 이하 공대위)'는 11일 성명을 내고, 지난 9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국회 전체 이전론’을 정면 겨냥했다.

공대위는 이날 논평을 통해 "황 대표의 발언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선 한국당이 세종의사당에 대한 통일된 입장과 대안,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황 대표는 세종시 조치원읍 홍익대학교 세종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공수처법 저지와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결의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면 (국회)일부를 옮기는 게 아닌 전체를 옮기는 게 맞다”며 “다만 일부를 옮긴다면 여러 법률적인 문제를 잘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세종의사당 최적 후보지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국회 세종의사당 최적 후보지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문제는 황 대표가 언급한 국회전체 이전 주장이 사실상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헌법 개정이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수도권 등의 만만찮은 저항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헌 추진 논의가 흐지부지된 점만 봐도 그렇다.

이에 지역사회에선 분원(세종의사당) 설치 후 본원 이전 카드를 실질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민주당 역시 11개 상임위 이전을 골자로 한 세종의사당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 대표의 발언이 진정성을 얻기 힘들다는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공대위는 “한국당의 진취적인 대안과 계획을 기대했으나, 원론적인 답변 수준에 그쳤다”며 “2004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신행정수도 위헌 논란으로 몰고 갔던 과거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국민투표론과 위헌론, 수도권 붕괴론 등 온갖 반대논리를 양산하고 신행정수도를 좌절시키고 충청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이 같은 처참한 역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주요 인사들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실제 정용기 정책위의장(대전 대덕구)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과 원칙을 갖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며 '운영위 논의'와 '국회법 개정' 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반면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은 ‘국회 전체’의 이전을 주장하며 절차의 문제를 짚었다.

당 대표와 정책위의장, 지역 국회의원 등 핵심 인사들이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공대위는 "자유한국당 중앙당과 세종시당의 입장이 다르고, 대표와 정책위의장,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라며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시계제로의 답답한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논란을 재연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해소하고, 진정성과 의지를 당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선 통일된 대안과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이자 도리"라고 비판했다.

‘세종시의회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가 6일 국회의사당 에서 국회세종의사당 설계비 반영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6일 국회의사당 에서 국회세종의사당 설계비 반영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대안보다 더 우수하고 진취적인 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태도"라며 "세종의사당 설치 등 행정수도 정책 경쟁에서 민주당보다 우위를 보여 내년 총선에서 당당하게 선택받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세종의사당 설치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의사당 설치를 약속한 만큼, 여야 논의와 초당적 협력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공대위 관계자는 "모쪼록 자유한국당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한 원론적 수준, 개별적 입장을 떠나 통일된 입장과 대안, 구체적 실행계획을 발표해야 한다"며 "2004년 신행정수도 좌절로 인해 상처를 받은 550만 충청인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달라"고 촉구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국회 세종의사당. 20대 국회 여야가 남은 기간 어떻게 합의를 이뤄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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