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세종시 '과속방지턱', 기발한 해결책 나왔다
공포의 세종시 '과속방지턱', 기발한 해결책 나왔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0.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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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세종 실험실 트리플세이프티팀, '안전한 과속방지턱 제안' 최우수 과제 선정
정밀한 측정데이터 기반 교통 및 보행환경 개선 노력 평가, 실제 적용될지 주목
세종시청~우체국간 과속방지턱 (사진=세종시)
세종시청~우체국간 과속방지턱을 개선 제안한 최종 설계도(사진=세종시)

"운전하고 나면 허리까지 다 아픕니다. 아무리 천천히 주행해도 턱~ 턱~ 걸리는 과속방지턱이 너무 많아요."

보행친화도시로 건설되는 세종시에는 차량 과속방지와 보행자 안전을 위한 '과속방지턱'이 유독 많다. 하지만 규격에 맞지 않거나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시설이 많아 운전자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가 '슬기로운 세종생활 시즌2 똑똑세종 실험실' 최우수 과제로 뽑혀 눈길을 끌었다. 똑똑세종 실험실은 시민이 팀을 이뤄 직접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고 실험을 통해 이를 해결해가는 프로젝트다.

시는 지난 29일 시청 4층 중정에서 ‘2019년 똑똑세종 제안콘서트’를 열고 올해 사업성과를 함께 공유하고 시상했다.

‘과속방지턱 안전하고, 즐겁게’ 과제를 수행해 최우수 과제로 선정된 트리플세이프티팀(사진=세종시)
‘과속방지턱 안전하고, 즐겁게’ 과제를 수행해 최우수 과제로 선정된 트리플세이프티팀(사진=세종시)

트리플세이프티팀은 ‘과속방지턱 안전하고, 즐겁게’ 과제를 수행해 좋은 평가를 받아 '최우수 과제'로 선정됐다.

특히 전문가 뺨치는 정밀한 측정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 및 보행환경 개선에 노력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기존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의 형태와 규격, 통과속도 등에 따른 충격량 측정 수치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규격에도 적합한 ‘개선형 과속방지턱’을 제안해 공감을 얻었다.

먼저 이들은 세종시에 기준에 맞지 않는 과속방지턱이 적잖은데 대해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기준에 맞는 과속방지턱을 규정 속도로 통과한다 하더라도 과다한 충격으로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부정적 느낌을 준다는 데 주목했다. 심리적 부담감과 불안정, 불쾌감, 차량 파손 우려, 민원 등이 빈번해 실제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차량 과속방지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되고 있는 '고원식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물이 규격을 외면한 채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어 시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사진은 고원식횡단보도 모습
차량 과속방지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되고 있는 '고원식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물이 규격을 외면한 채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어 시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사진은 고원식횡단보도 모습

세종에는 동지역(111개)과 읍면지역(461개)을 합해 모두 572개(2018.12월 기준)의 과속방지턱이 설치되어 있는데, 형태별로 원호형(540개)과 사다리꼴형(32개)으로 나뉜다.

원호형 과속방지턱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 따라 너비 3.6m, 높이 10cm로 규정된다. 하지만 세종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는 높이가 기준치(10cm)를 초과해 최대 13cm에 달하는 등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다리꼴 과속방지턱(턱의 정상 부분을 사다리꼴로 각이 지게 처리) 역시 높이와 폭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다. 다만 도로교통법 '험프식 횡단보도' 기준을 준용해 과속방지턱 경사길이를 1m 이상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험프식 횡단보도란 과속방지턱과 횡단보도의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볼록사다리꼴 과속방지턱 형태다.

시청대로 금남교~새샘마을 3단지 간 로타리 및 과속방지턱 위치 조사도

트리플세이프티팀은 금남교~새샘마을 3단지 사이 과속방지턱 24개를 스마트 폰 앱 진동 측정기를 활용해 운전자와 승객이 가지는 심리적 부담감과 불쾌감을 면밀히 분석했다.

▲과속방지턱 경사면의 길이에 따른 충격량 변화 ▲과속방지턱의 높이의 영향(10cm~13cm) ▲횡단 보도형의 상부 길이(보도+자전거도로)의 영향 ▲차량 통과속도(30km 내외)에서의 충격량 측정 ▲체감 충격량 측정 등의 과정을 거쳤다.

트리플세이프티팀의 ‘과속방지턱 안전하고, 즐겁게’ 과제 수행 과정(사진=세종시)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전문가 자문, 관련 업체 상담을 통해 실험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높였다.

이를 통해 기존 과속방지턱의 일부를 채우고 일부는 깎아낸 '개선형 과속방지턱'을 제안했다. 좌측에 차륜 유도선을 두어 속도를 줄인 차량은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승차감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제거한 셈이다.

세종우체국 앞과 한빛유치원 앞 등 2곳에 6개월간 시범운영을 통해 시민 대상 온라인 설문 조사 후 확대 시행할 것도 제안했다.

트리플세이프티팀의 ‘과속방지턱 안전하고, 즐겁게’ 과제 수행 과정(사진=세종시)

이들은 "새로운 과속방지턱은 국토교통부의 규격을 유지할 수 있고 시공비 증가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보행 친화형 과속방지턱 구조로, 시범실시 후 시 전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허 등 지적 재산권 확보도 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보행 친화 도시를 추진하는 세종시의 과속방지턱에 대한 시 차원의 조례제정도 필요하다"며 "시범운영 또는 용역 과제화 시 부서 간 협조체계 유지 등 시민을 위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상으로 300만 원의 상금도 받았다.

시민들이 제안한 과속방지턱 아이디어가 실제 적용되어 운전자들의 불만을 잠재워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트리플세이프티팀의 ‘과속방지턱 안전하고, 즐겁게’ 과제 수행 과정(사진=세종시)

한편 이날 똑똑세종 제안콘서트에선 ‘슬기로운 세종생활 시즌2’에 참여한 7개 팀이 참여했다.

지난 3개월간 실험 진행 중 겪은 애로사항과 결과를 극복하는 과정은 물론, 실험 결과 도출된 사회문제 해소를 위한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발표에 이어 함께 자리한 시민들은 현장투표를 실시, 사전 서면심사 결과와 합산해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도전상을 선정했다.

우수상에는 수세미 사용만으로 친숙하고 쉽게 친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수사모’팀의 ‘바꿔, 바꿔 수세미를 다 바꿔’ 과제가 차지했다. 부상으로 200만 원을 받았다.

‘2019년 똑똑세종 제안콘서트’ 모습(사진=세종시)
‘2019년 똑똑세종 제안콘서트’ 모습(사진=세종시)

이 밖에 장려상 2팀, 도전상 3팀도 부상으로 각각 100만 원과 50만 원을 수상했다.

똑똑세종과 국민신문고를 통해 채택된 시민제안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똑똑세종 우수 제안자로는 ‘세종시 학생 안전 문제’를 제안한 이신영 학생과 ‘조치원 생활체육공원 테니스장 예약방법 개선’을 제안한 차연우 학생 등 32명이 선정됐다.

이춘희 시장은 “똑똑세종 실험실은 정책의 수요자인 시민이 직접 제안하고 검증하는 세종형 제안제도”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똑똑세종 실험실을 추진해 시민의 적극적인 시정 참여 창구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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