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세종시 건설이 싫어요” 속내 드러내다
자유한국당, “세종시 건설이 싫어요” 속내 드러내다
  • 김선미
  • 승인 2019.10.28 14: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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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멀고 험한 ‘세종’으로 가는 길...설계비 10억원 삭감은 '커밍아웃'
한나라당 시절 '세종시 수정안 파동' 오버 랩...숱한 약속저버리고 '오리발' 내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 아래 세종시 완성을 좌초시키려는 큰 그림 그리나?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세종시가 자유한국당에게 뒤통수를 맞은 걸까? 뒤통수가 아니라 대놓고 정면을 가격당한 꼴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가 ‘문제사업’이라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몽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20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기본설계비 10억 원을 포함시켰다. 이는 행복도시특별회계에 포함된 정부예산안에서 국회세종의사당 추가 설계비용 10억 원은 문제가 있는, 불필요한 예산으로 전액 삭감하겠다는 얘기다.

이유는 2004년 헌재 결정에서 국회 이전이 위헌판결을 받은 사항으로 (헌법에)위배될 소지가 있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행복도시건설청이 추진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헌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므로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제1야당의 공식 선언인 셈이다.

’100대 문제사업’ 세종의사당 설계비 포함은 ‘제2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

500조가 넘는 새해 예산에서 10억 원은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예산이다. 하지만 이 10억 원은 단지 숫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 항목이다. 실질적인 행정수도완성을 향한 대의명분과 의지를 뒷받침하는 정치권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바로 이 같은 예산을 칼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세종시 건설에 재를 뿌린 것이다. 세종시 건설이 결코 탐탁지 않은 자유한국당의 속내를 드러낸 커밍아웃이나 다름없다.

기시감.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자행된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하려 했던 “세종시 수정안 파동”이 겹쳐진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가 27일 논평을 통해 ‘제2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행정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국당 세종시당도 ‘정치행정의 이원화’로 인한 행정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속한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를 요구했다.

한국당 대선후보도 공약하고 시당도 조속한 추진 촉구, 이제 와서 오리발?

대선 후보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공약했고 시당은 빠른 시행을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오리발이다. 자유한국당의 세종시 건설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이중성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대선 후보의 공약은 당장 눈앞의 표를 의식한 립서비스였던 거고, 권한 없는 세종시당 역시 지역여론에 편승한 것일 뿐이었던 셈이다. 세종의사당 반대 조짐은 사실 지난 국감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느 날 갑자기 돌발변수로 튀어나온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한 한국당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일각의 반대여론을 등에 업고 중앙당 차원에서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 아래 세종시 수정안처럼 세종시 완성을 좌초시키려는 큰 그림을 그리며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세종의사당 설치가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성과가 되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세종시 건설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이중성 이미 예견 현장답사 보이콧은 전조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아직 공론화된 적이 없다”

이달 8일 진행된 세종시 국감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당의 세종 국회의사당 후보지를 현장 방문 보이콧은 그 전조다.

한국당은 “관련 법 개정과 법적절차를 먼저 진행해야 하는데, 특정 정당의 특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식 결정인 것처럼 추진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법과 절차 문제’를 내세워 끝내 현장 방문을 거부하며 파행을 빚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 설계비 삭감을 들고나와 대놓고 뒤통수를 쳤다. 사진은 최고회의 장면, 출저 : 자유한국당 홈 페이지
자유한국당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 설계비 삭감을 들고나와 대놓고 뒤통수를 쳤다. 사진은 최고위원회의 장면, 출처 : 자유한국당 홈 페이지

한국당이 세종의사당 설계비용을 문제사업에 포함시킨 표면적 이유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법적인 문제를 거론한 한국당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한국당의 이중적 행태 때문이다.

세종에 제2 국회의사당을 설치하려면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세종의사당 설치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세종시 건설 발목잡는 제1야당, 법 문제면 법 개정에 앞장 서는 것이 도리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듯 법이 문제가 되어서 세종의사당 설치를 할 수 없다면 자신들이 먼저 나서서 물꼬를 트면 된다. 법과 제도적 해결에는 정작 관심이 없으면서 법 탓을 하고 있는 것은 국민, 특히 충청인을 바보로 여기는 기만행위나 다름없다.

장밋빛일 줄 알았던 세종시 건설이 이래저래 정치권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 이 같은 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처의 3분의2가 이전했고 인구 30만 명을 넘어선 세종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뒤엎고 세종시 건설을 실패로 만들려는 불온하고 불순한 행태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수도, 세종으로 가는 길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안심하는 순간 반대 세력이 치고 들어온다. 지역민의 결집된 관심과 행동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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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식 2019-10-30 17:00:28
대통령과민주당이 아무리 조국사태를 일으키고, 그래도 한국당을 선택하지 못하는이유가 바로 이런 대국민 사기극 때문이다. 총선은 제치고 대선때만 생각하면 여야 모든정당이 공약으로 걸었던것을 이렇게 헌신짝버리듯 하는게 한국당의 정체이기 때문이다. 두꺼워도 한없이 두껍다. 조국사태의 민주당의 몰염치는 귀엽게 느껴지게 만든다.

2019-10-30 11:47:36
세종시 건설 발목잡는 제1여당이 아니라 제1야당 입니다 수정해주세요

세종애 2019-10-29 11:03:10
속시원한 사이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