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자유한국당에 뒤통수 맞았나..'송아영 당혹'
세종시, 자유한국당에 뒤통수 맞았나..'송아영 당혹'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0.2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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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책위, '2020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에 '국회 세종의사당' 포함 논란
지방분권세종회의, "제2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 총선서 550만 충청도민 심판 받을 것" 경고
세종의사당 주장했던 한국당 세종시당 난처 "국회법 개정 등 절차 잘못 지적한 것" 항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사진=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사진=자유한국당)

세종시가 자유한국당에게 뒤통수를 맞은 걸까.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최근 '2020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에 '국회 세종의사당 예산안'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세종시 등 충청권 표밭을 버린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마저 표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간 세종의사당 추진을 공식 표명해왔던 송아영 한국당 세종시당위원장은 지역 정서와 결이 다른 중앙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세종의사당 설치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2020 회계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에 국회세종의사당 설계비 포함 '논란' 

자유한국당은 지난 22일 '2020 회계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회세종의사당 설계비 10억원을 전격 포함시켰다. 앞서 정부예산안에 국회세종의사당 추가 설계비용 10억원이 행복도시특별회계에 포함된 것을 삭감(미편성)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국당은 국회 이전이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사항으로 국회세종의사당 추진이 이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헌법기관인 국회를 행복도시건설청이 건립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최적 후보지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국회 세종의사당 최적 후보지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지역사회 당혹, 격앙된 반응도 표출

충청권 지역사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장수찬·이상선·김준식·정준이, 이하 충청권공대위)'는 27일 논평에서 이번 사태를 "제2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고집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550만 충청도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당 주장과 논리는 2003년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통과시켜놓고도, 이후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을 주도하며 위헌 판결을 받아낸 뒤 ‘법치주의 승리’라고 자평했던 당시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의 이중적 작태를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분노와 불신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명박 후보가 ‘행복도시 플러스 알파’를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하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나, 국민과의 약속을 철저히 부정하고 세종시 수정안 파동으로 세종시를 백지화 하려 했던 잔혹한 이율배반적 행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행정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는 한국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충청권공대위는 "대선후보의 공약은 당의 공약과도 같은 것으로, 자유한국당은 불과 2년 전의 공약을 스스로 부인하는 이중적 행태를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과 제2의 세종시 수정안 논란처럼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세종시 국정감사 당시 국회 세종의사당 현장시찰 모습

한국당 중앙당과 세종시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정면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월 세종시당(위원장 직무대행 송아영)은 국회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해 국회사무처가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를 조속히 공개할 것을 촉구하면서 “정치행정의 이원화로 인한 행정 비효율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는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세종의사당 연구용역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속히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충청권공대위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도대체 무엇이냐"며 "국민에게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것이 입장이고, 중앙당과 세종시당의 엇박자가 대한민국 제1야당의 책임 있는 태도인가"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언제까지 자유한국당은 세종시와 행정수도에 관한 국가 의제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거듭하고 말과 약속을 뒤집는 이중적 행태로 550만 충청도민에게 대못을 박는 몰염치한 행보를 계속 가져갈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중앙당은 세종시당이 발표한 대로 국가균형발전 실현과 행정의 비효율 해소, 국가정책 품질 향상을 위한 국회 세종의사당 설립에 협의하고 국민과의 약속 이행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세종시 역시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24일 논평을 통해 "국회세종의사당 설계비는 여야를 떠나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며 "올해 국회예산으로 이미 반영되었는데 내년 추가 설계비 10억 원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위반 우려 부분은, 국회 본회의가 서울에서 진행되고 국회의장이 서울에 있으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신중한 논의를 거쳐 국회세종의사당 설계비 10억 원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금택 세종시의회 의장 역시 24일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서 의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지난 2017년 대선 때 여야 모두 5명의 후보자 공약사항 이었던 데다 최근 열린 국회토론에서도 본회의와 국회의장의 위치라는 본질적 기능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위헌 논란이 없다는 것이 학계의 결론이었다"며 "진영논리를 떠나 초당적 차원에서 한국당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회세종의사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던 한국당 세종시당은 중앙당의 태도에 따라 한순간 궁지에 몰리게 됐다.

◆한국당 세종시당, 지역사회 정서와 결 다른 중앙당 태도로 한순간 '궁지'

한국당 세종시당은 일단 "국회세종의사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던 그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송아영 위원장은 <세종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정책위에서 국회세종의사당을 추진하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절차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국회세종의사당을 설치하려면 국회법이 바뀌어야 하고, 여야간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임위와 법사위 논의가 있어야 하지만 그간 이러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을 중앙당에선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당도 세종의사당 설치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민주당이 한국당과 협의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송 위원장의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통과했던 정부예산안에 국회세종의사당 설계비 10억원이 이미 여야 합의로 반영되었던 데다, 올해 예산안 또한 그의 연장선상으로 반영된 것이기 때문. 여야 합의가 없었다면 지난해 예산안 역시 반영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간 세종의사당 설치를 줄기차게 주장했던 세종시당이 중앙당 태도로 인해 한순간 궁지에 몰린 셈이다.

사실 송 위원장은 그간 지방분권세종회의와 뜻을 같이하면서 세종의사당 설치에 힘을 모아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세종의사당 현장방문 당시에도, 송 위원장만이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전원 불참 속에 홀로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세종시민의 염원 국회세종의사당 조속 추진"이란 최근 거리 곳곳의 현수막도 이 같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자유한국당 중앙당이 국회세종의사당 예산안에 대해 향후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종시가 자유한국당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인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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