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상 도서관장 "인생의 금맥, 책 속에 있어요"
이규상 도서관장 "인생의 금맥, 책 속에 있어요"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9.10.3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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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이모작 인생 시작한 이규상 부강 삼버들 도서관장
"끝없는 고향사랑 책 사랑으로 아름다운 후반인생 펼칠 터.."
책과 함께 하는 이모작 인생을 시작한 이규상 삼버들 도서관장. 부강을 사랑하는 마음이 도서관을 만들게 하고 지역의 문화사업을 하게 만들었다.

도서관 이름은 '삼버들'...3만 3천여권 도서 소장

“책을 너무 좋아해서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인생의 금맥(金脈)은 책 속에 있지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방법이 모두 책 속에 있어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지난 27일 오후 세종시 부강면 ‘삼버들 도서관’ 이규상관장(60)을 만났다. 도서관 하면 누구나 ‘국립’이나 대형도서관을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인생의 이정표가 되는 책을 만나게 된다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책은 대개 조그만 도서관이나 고(古) 서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도 많다. 

이 관장이 일하고 있는 삼버들 도서관은 부강면 소재지 외곽에 있는 허름한 단층건물이었다. 외관과는 달리 내부공간에 쌓여있는 책을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집 입구부터 마치 벽돌처럼 쌓여있는 책들은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마법의 미로처럼 금방이라도 4차원의 세계로 빠져들 것 같았다.

“삼버들 도서관에 있는 책은 전부 합쳐 3만 3천권 정도 됩니다. 책을 진열할 공간이 없어 이렇게 입구부터 책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남아수독오거서'(南兒須讀五車書)라고 했던가. 지금은 남자나 여자가 똑같이 책을 보는 시대지만, 책이 아주 귀했던 옛날에도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정도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선인들은 말했다.

‘삼버들 도서관’. 참 특이하고 무슨 사연이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 이름을 옛날에 '삼류리'(三柳里)라 불렀습니다. 부강 금강나루터는 강경에서부터 소금배가 드나들었는데 나루터에 버드나무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유난히 큰 버드나무 세 그루가 있어 동네이름을 삼류리라 불렀는데 그것이 도서관 이름 삼버들이 된 것입니다.”

도서관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지만, 신도시아파트 4단지도서관, 5단지도서관 등 보다 훨씬 정감이 넘치고 같은 책이라도 감명이 다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만들어진 마법의 도서관 비밀통로에서 아이들이 비밀문을 찾아나섰다.

이 관장은 삼버들 태생으로 부강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후 공직에 입문하여 오창읍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공직 첫 발령지로 부강면 면서기부터 출발한 그는 20년 후 부강면장으로 부임해 부강면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 그렇게 활동적으로 일했지만 50 중반의 나이에 뇌경색으로 공직을 퇴직하고 귀향했다. 

“건강을 회복하고 무언가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일이 바로 이 작은 도서관입니다. 아내가 청주에서 도서관 관장을 했고 전문가로 30여 년을 일했기 떄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도 아내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없는지 궁금해서 다시 물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운영비나 책을 모두 사비로 써야하니 많이 어렵지요. 시에서 지원하는 연간 200만 원 정도의 돈으로는 1년에 100권에서 200권정도 밖에 사지 못해요.”

이 관장은 도서관 전문가인 아내의 도움으로 도서관을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적지 않은 눈치였다.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삼버들 작은도서관은 ‘독서마라톤’ ‘판소리 교실’ ‘그림그리기 교실’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구려의 최담단 유적...문화재를 찾아라

부강이 낳은 한국전의 영웅 김종오 장군 탄신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규상 도서관장

이 관장은 도서관운영 외에도 2018년부터 ‘부강향토연구회’를 조직해 부회장을 맡아 향토사 연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강면에는 향토유적이 참 많아요. 고구려 최남단 유적인 ‘남성골산성’이 있고 산성만 10여 곳이 있습니다. 국가민속문화재인 홍판서댁 문화재도 있고 검담서원, 부강초구강당 등 많은 향토문화재가 있어 시·군에만 있는 향토문화연구회를 조직하여 문화유적연구와 답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과 더불어 부강초 총동문회장을 맡아 1917년 개교해 100년이 된 부강초등학교 100년사도 발간했다.

또한 그는 6.25전쟁사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춘천전투와 백마고지 전투영웅 ‘김종오장군 선양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김종오 장군은 부강초등학교 졸업생이죠. 6.25때 절대열세의 전력으로 북한군을 춘천에서 3일 동안 잡아두어 한국군이 전열을 정비하는데 절대적 기여를 한 전공을 세웠습니다. 백마고지 전투에서는 중공군 3만 7천명을 전사시키며 백마고지를 탈환했다고 합니다. 6.25전쟁 영웅이 바로 우리 부강면 사람입니다.”

이 관장의 부강면 자랑과 애향심은 끝이 없었다.

공직을 퇴직한 그이지만 자신의 고향 부강면을 위한 일에는 오히려 더 발 벗고 나서는 그의 인생은 새로운 시작점에 있었다.

고향을 위해 불같은 열정으로 뜨거운 그에게 앞으로 또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부강면을 위해서, 또 세종시 문화발전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제 인생의 바람입니다. 현재 도서관이 너무 작아서 문제인데, 부강면 ‘김재식 고가’가 문화재로 인가되는데로 도서관을 이전하여 새롭게 확장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의 관심은 마지막까지 도서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달라져도 학교와 책만 있으면 다시 재건할 수 있다’는 ‘유태인의 사고(思考)’처럼 삼버들 작은도서관 관장의 인생철학은 ‘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었다.

부강면 향토사연구회 회원들이 문화유적 답사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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