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주시 감격의 맞손, KTX세종역 화약고 넘나
세종시-청주시 감격의 맞손, KTX세종역 화약고 넘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0.18 2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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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4대 분야 10개 과제 '공동 번영 기반 조성 위한 상생협력사업' 협약
KTX세종역 갈등구도 딛고 '동반자적 관계 위상 재정립' 이룰 지 주목
이춘희 세종시장(오른쪽)과 한범덕 청주시장이 '상생협력사업 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두 도시 간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 경계를 허물고 시민 삶의 편의에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상생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한범덕 청주시장)

"시민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10개 과제가 시작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현안을 발굴해 좋은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이춘희 세종시장)

18일 오후 청주시 첨단문화산업단지 세미나실. 이춘희 시장과 한범덕 시장은 서로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은 뒤 두 손을 꼬옥 맞잡았다.

지역현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구도를 노출하던 세종시와 청주시가 '상생협력사업 협약'을 체결하던 감격의 순간이었다.

◆세종시-청주시, 4대 분야 10개 과제 상생협력 '맞손'

그간 세종시과 청주시(충북도)는 사사건건 티격태격 대립해왔다.

'KTX세종역'은 물론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안', '택시공동사업구역', '행복도시특별회계 공동사용' 등 얼굴을 붉히는 사건이 한둘이 아니었다. "매번 발목을 잡느냐"는 게 세종시민들의 볼멘소리였다. 

물론 행정기관 공식 입장이 아닌 정치권 혹은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 뒤섞인 여론전도 있었지만, 두 도시 간 간극을 멀어지게 만든 직접적 요인이 됐다.

이춘희 세종시장(왼쪽)과 한범덕 청주시장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왼쪽)과 한범덕 청주시장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이날 협약식이 눈길을 끈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앙숙으로 지냈던 양측이 "협력하자"며 모인 의미 있는 첫 자리였기 때문이다. 양 도시 주요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협약의 초점은 정부 균형발전과 광역생활권 조성 등에 대한 공동 대응, 인적・물적 자원과 경험 공유, 지속가능한 협력사업 추진 등 시민편익과 삶의 질 향상에 모아졌다.

▲행정‧자치 ▲문화‧체육▲복지‧교육▲경제‧환경 등 4대 분야, 10개 과제를 추진해 공동 번영 기반을 조성키로 약속했다.

세부 연계협력 사업은 정책간담회, 읍면동 간 자매결연 및 행사축제 상호방문, 농번기 일손교류, 관광문화시설 이용료 할인, 공동콘텐츠 발굴 및 관광벨트 조성,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 행사, 평생학습 프로그램 공유 및 교차 홍보, 세종∼청주 둘레길 조성, 가축 전염병 차단 협력 등으로 결정됐다.

단순한 협업을 넘어 장기적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위상을 재정립하자는 데 한마음이 됐다.

이춘희 세종시장(왼쪽)과 한범덕 청주시장(오른쪽)이 협약식을 마친 뒤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합동 관람하며 우의를 다졌다. (사진=세종시)

◆국가 균형발전-수도권과밀화 해소 '한마음'

다만 그간 청주시를 비롯한 충북 측이 세종시와 지역현안을 두고 팽팽히 대립해 왔던 만큼, 마찰음이 나올 개연성도 다분하다. 진정한 상생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게 세종시 핵심 현안 중 하나인 'KTX세종역'. 내년 초 세종시의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발표된다면, 단번에 화약고로 급부상할 수 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위상강화와 지역발전 등을 위해 세종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청주시는 국내 유일의 KTX분기역인 오송역 이용객 감소로 위상 약화가 우려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양측은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 달성을 위해 충청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시장과 한 시장은 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KTX 세종역 설치 논란 등에 대해 적극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 시장은 세종역에 대한 청주시와의 상생(양보) 가능성을 묻는 충북지역 기자의 질문에 "시민들이 교통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이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 줘야 한다"며 "충청권 광역교통계획을 새로 짜서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계획 안에 세종역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종시의 독단적 발전이 주변 지자체들에게 비판이 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행복도시 목표 인구인 50만명을 다 채우게 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며 "인구를 빨리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들을 한다면 그 혜택이 충청권 전체에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춘희 세종시장(오른쪽)과 한범덕 청주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한 시장은 청주시가 사사건건 세종시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세종의소리> 질문에 "자치단체의 입장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것"이라며 "시각이 다른 것은 다른 것이고, 같이 협력할 것은 협력할 것이다. 시각이 다른 점은 좁혀가고 그에 따른 우선순위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세종시와 하나하나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KTX세종역의 경우) 충청권 광역교통망 차원에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국토교통부와도 같이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과 한 시장은 협약 이후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합동 관람하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춘희-한범덕, 참여정부 인연 이어 세종-청주 공동번영까지..

세종시와 청주시가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도 협약 체결까지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 시장과 한 시장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함께 일했던 친밀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시장이 2003년 건설교통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 단장~2005년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을 맡았을 당시, 한 시장은 충청북도 정무부지사(2003.12 ~ 2006.1)로 일하며 세종시 출범과정에 호흡을 같이 했다. 또 이 시장이 건설교통부 차관(2006.11 ~ 2008.2)을 지냈을 때, 한 시장은 행정자치부 제2차관(2007.4 ~ 2008.2)을 역임하며 내각 관료로서 손발을 맞췄다.

결정적으로는 시민편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이웃도시 간 협력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 균형발전과 광역생활권 조성,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선 충청권의 단결된 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양 지방정부가 단순한 협업을 넘어선 장기적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춘희 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세종집무실 설치,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등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선 충청권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이번 협약으로 세종시민과 청주시민이 충청권 이웃으로서 더욱 가까워지고 두 도시가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동 번영의 기반 조성을 위한 세종-청주 상생협력 협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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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아빠 2019-10-23 18:21:37
버스환승이나 협의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