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엄마로, 때로는 친구가 되자
가끔은 엄마로, 때로는 친구가 되자
  • 강수인
  • 승인 2013.03.04 16: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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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 칼럼]엄마의 역할<2>..."엄마는 연구직, 늘 생각해야"

   요리를 하면서 가르치는 영어교습.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를 가지고 일을 진행하다보니 영어를 배웠다는 느낌보다 요리를 같이 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지만 어느 새 영어는 저절로 배워져 가고 있었다.
급격한 경제 발전과 더불어 엄마들의 생각은 점점 복잡해진다. 어려운 시절 못 배웠던 음악, 미술이나 체육, 영어와 같은 실생활에 필요한 교양에 한이 맺혀서인지 아니면 미련이 남아서 인지 모두 가르치고 싶은 것이 요즘 엄마들의 심정일 게다.

그러다가 아이가 재미를 느끼면 다행이지만 갈수록 힘들어 하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데도 보통은 학원 탓, 선생님 탓으로 돌리며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학원이나 선생님을 바꿔 버린다. 우리 애는 천재기질을 가지고 있어 못할 리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한번 선택할 때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해야 하고 또 바꿀 때는 아이와 충분한 대화 가 필요한데 엄마 입장에서 결정하는 이 모든 일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가는지 한번쯤 생각은 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아이의 성공을 바란다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 정말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엄마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사실 아무리 기억이 좋은 사람도 갓난아기 때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기는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촉감, 그리고 느낌으로 모든 것을 무의식의 세계로 더 잘 기억한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낳고 기를 때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대부분 결혼 전 가정에 대해서, 육아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했기에 막상 엄마가 되면 너무 몰라서 여기저기서 귀동냥을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어려서부터 자기 빨래는 스스로 정리하도록 했는데 둘째녀석이 심통이 났는지 빨래더미를 뒤집어쓰고 심통을 부리네요.
첫째, 이웃집 나들이는 권장하고 싶지 않다. 집에만 있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정보를 교환한다는 명분으로 이웃집을 찾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거기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더 큰 경우가 많다. 그것 보다는 육아를 경험한 어르신이나 의사, 책이나 방송 등 육아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또 아이가 잘 때나, 학교 또는 어린이집에서 오기 전에 아이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몸으로는 시장보기, 청소 등을 하면서 마음으로는 공부도 하고 자기 감정을 조절해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이를 반겨주어야 한다. 이것이 아이와 소통의 시작이다.

둘째, 말을 못할 때도 말을 할 때도 엄마는 계속 아기와 대화를 해야 한다. 엄마의 모든 몸짓과 발짓은 아기에게 더없이 소중한 언어인 것이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아이는 안정감을 찾고 인정받으며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엄마는 무엇이나 터놓고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생님인 것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같이 놀이하듯 방 정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혼자서 자기방과 자기생활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허락하고 관리하는 책임도 준다. 이것이 홀로서기 연습의 시작이다. 아이들이 자기 것에 대해 얘기하고 애착을 갖는 모습은 참으로 대견스럽다.

셋째, 공감대 형성과 같은 감정나누기다. 보통은 아이가 때리면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아프지 않다며 그냥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세살버릇 여든 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잘못 길들여지면 집에서는 다 받아 주는데 왜 남들은 되받아칠까라는 그릇된 생각에 사로잡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경우 아이가 때리면 그보다 약하게 살짝 건드리거나 같은 나이 행세를 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이 어떠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머리를 때리는 것은 인격에 대한 상처를 주는 것이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절대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책이나 영화를 같이 보고 감정을 나누면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은 정말 좋은 학습법이다.

   승마는 미국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다. 말과의 교감으로 인성을 간접적으로 교육시키는 과정이 참으로 부러울만큼 좋았다.
넷째,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된다. 또 유년기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인정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아직도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척하는 아이를 봐야 만족하는 부모님들이 있을까 마는 이젠 그만 아이의 책임과 자율을 뺐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 우리가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듯이 아이들도 똑같다.

한 달에 한번 애들을 데리고 노래방에 가곤 한다. 애들은 언제 배웠는지 듣도 보도 못한 최신식 노래에 빠져 엄마에게는 마이크를 넘겨줄 생각을 않는다. 그러면 나는 생전 해보지도 않은 춤과 함께 효과음을 내며 박자를 맞춘다. 그렇게 아이들이 가는 길에서 박자를 맞춰주고 같은 입장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때론 엄마로 때론 친구로 상황에 따라 아이와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부모야 말로 연구하는 전문직 엄마가 아닐까.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졸업, 침례신학대 영양사,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 시 2년 거주, 미용사 자격증 취득 후 노인복지관, 군부대 봉사활동 eska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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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뿐여우 2013-03-18 18:44:55
때론 엄마로~
때론 친구로~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고맙습니다.^^

유경옥 2013-03-05 14:57:32
엄마의 역할은 도대체 언제까지 배워야 합니까? 배우고 배워도 항상 부족하고 제자리같아요.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항상 돌아보면 기죽이는 엄마네요.
베운대로 잘 되야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