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성폭행 의혹 '새국면', 구체적 진술 나왔다
세자매 성폭행 의혹 '새국면', 구체적 진술 나왔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0.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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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측 14일 기자회견 "성학대 진술 확보, 엄정하고 조속한 수사 촉구"
아동 진술 오염 가능성 문제 삼은 일부 언론 보도 반박, 적극적 대응 예고
A보육원 입장을 대리하고 있는 김경은 변호사가 14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자매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엄정하고 조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세종시 A보육원 '세 자매 성폭행 의혹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피해 아동들이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보육원측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서면서 '엄정하고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일부 언론의 영향으로 사건이 본질과 다른 엉뚱한 양상으로 흐르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A보육원 "아동인권 차원의 엄정하고 조속한 수사" 촉구

A보육원은 14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아동인권 차원의 엄정하고 조속한 수사를 검찰과 경찰에 요구했다. 회견에는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동석했다.

보육원의 입장을 대리하고 있는 김경은 변호사는 이날 최근 아동들이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은 사실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아이들과 함께 이틀에 걸쳐 조사를 다시 받았다. 아이들과 충분히 교감을 이룬 뒤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며 “이 자리에는 여성경찰 입회하에 아동보호전문기관, 변호인인 제가 동석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이들의 세부적인 진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사건은 세종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런 만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합리적인 수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육원 측은 또 인권 보호와 비밀 유지를 위해 아동들을 제3의 기관에 맞길 수 있도록 시청에서 알아봐 달라고도 당부했다. 보육원 원장은 이날 "성범죄와 관련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이들의 타 기관 이전을 공식 요청한다"고 말했다.

A보육원 기자회견 모습

기자회견장 한편에 자리한 친부 B씨는 보육원 측 기자회견이 끝나자 적극 반박하면서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항변했다. 자신의 결백을 입증한다며 동영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동영상이 증거로서 능력을 갖췄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또 "보육원이 아이들을 돈벌이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식들을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되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 보육원 측이 성범죄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보육원 공개 기자회견 이례적, 자청 이유는?

성범죄라는 민감한 사건임에도 보육원 측이 공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부 언론 보도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확한 취재 없이 기사를 보도해 피해 아동들과 보육원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게 보육원 측 판단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초 다수 매체에 보도되면서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놨다. 그러나 일부 매체들은 최근 보육원 측의 초기 대응 등 사건 전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보육교사들의 '폐쇄적인 질문'으로 인한 아이들의 진술 오염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핵심 쟁점이었다.

여기에 보육원의 성학대 의혹 제기와 경찰 신고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 친부 측이 무고죄로 고소한 것과 관련, '진실 공방'에 초점을 두고 기사화했다.

하지만 보육원 측은 성학대를 외면한 채 진실공방에만 무게를 두며 본질을 흐렸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 이번 사건은 초기부터 친부 B씨는 물론, 지인 C씨도 관여되어 있었다. 특히 C씨에 대해선 아이들의 유의미한 피해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신고가 이뤄진 시점부터 줄곧 C씨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최종 수사를 예단할 순 없지만, 성학대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만약 C씨에 대한 혐의가 밝혀진다면, 친부 B씨 역시 아동들에 대한 보육 소홀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친부 B씨(오른쪽)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항변했다. 왼쪽은 보육원 원장이 입장을 설명하는 모습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러한 성폭행 혐의 자체에 대한 부분은 도외시한 채, 진술 신뢰성만 문제 삼았다. 보육원 한 관계자는 "지인 C씨가 피의자로 전환된 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일부 보도에선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그간 친부에 대한 혐의점은 거짓말 탐지기 등의 수사를 통해서도 밝혀내지 못했다. 보육원은 지난 8월 친부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요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다.

성폭행 의혹 외면한 정의당 세종시당, 이해 못할 태도 

여기에 정치권의 이해 못할 섣부른 태도까지 이어지면서 사건은 혼돈 양상으로 흘렀다.

정의당 세종시당(위원장 이혁재)은 보육원 측 태도를 문제 삼은 최근 일부 언론 보도가 있은 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뢰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은 보육원 측과 같았지만, 오히려 보육원 측의 대응을 크게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시당 측은 당시 논평에서 "'친부의 성폭행 범죄'로 알려진 사건이 보육원 측의 일방적 주장이었을 뿐, 경찰 조사에서 아직까지 혐의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보육원의 초기 신고 과정 및 대응 등 사건 전반에 대해 별도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언론을 통해선 "보육원 측이 경찰 수사를 불신하며 친부를 성학대범으로 단정지었다"며 "전문기관 등의 조사와 판단에 의하지 않고 보육원 자체 판단에 의해 사건을 신고하고, 1차 수사가 종료될 시점에는 또 다른 의혹을 신고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보육원을 겨냥했다.

정의당 세종시당 홈페이지 화면
정의당 세종시당 홈페이지 화면

이는 진실규명을 위한 보육원 측의 합리적 문제제기를 비판하는 시각으로 읽힌다. 시당은 앞서 지난달 초 성폭행 의혹이 처음 보도됐을 당시만 해도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침묵한 상태였다. 하지만 친부에 대한 혐의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반응했다.

이 같은 정의당의 태도에 대해 보육원 측은 의문을 표했다. 한 관계자는 “정의당은 성폭행 의혹이 최초 기사화될 당시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가, 이후 보육원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자 논평까지 내가며 적극 나섰다”면서 “이는 분명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정의당이 사건 초기 보육원을 외면한 것에 대한 쓴소리인 셈이다.

경찰 초동 대처 미흡, 수사 결과에 대한 보육원 측 반발 촉발

사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초동 대처에 문제가 많다는 여론이 높다. 보육원이 경찰 수사에 반발한 것도 일반인 상식과는 다른 경찰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었다.

충남지방경찰청과 보육원에 따르면, 아동 성폭행 의심 정황이 최초 파악된 것은 지난 4월 30일 밤 8시 30분이었다. 생식기가 가렵다는 D양(5세)의 말에 보육사가 목욕 중 확인한 결과 생식기가 빨갛게 부어있는 등 성폭행을 의심할 만한 단서가 발견됐다.

D양은 당시 언니 E양(8세), F양(11세, 지적장애3급)과 함께 주말경 아버지가 있는 집에 일시 귀가했다가 보육원으로 복귀한 상태였다. 집에 귀가했을 때 성폭행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육시설 측은 추정했다. 그날 밤 10시경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됐고, 충남지방경찰청의 조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통상 성폭행 정황이 발견되면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즉시 받아야 하는데, 웬일인지 경찰은 신고 접수 다음날인 5월 1일 오전에서야 검사를 실시했다. 반나절 가량이나 흐른 뒤였다.

아동들이 집에 4월 26일경 귀가해 복귀한 지 3일가량 지난 만큼 검사가 급박했지만, 초동 대처가 늦어졌을 가능성이 컸던 셈이다. 성폭행에 대한 의심 증거는 통상 3일(72시간) 가량 후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육원 한 관계자는 "아동의 상태를 확인한 후 즉시 산부인과 조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묵살했다"며 "'아동이 자고 있으니 다음날 검사하자. 저녁시간에 가든 아침시간에 가든 똑같다'고 경찰이 말해, 어쩔 수 없이 다음날 검사가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검사는 5월 1일 오전에서야 진행됐고, 성폭행에 대한 어떠한 직접증거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시점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찰은 말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보육시설 측의 주장으로 다음날 검사를 진행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검사에 2시간가량 소요되는데다 아이가 자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보육시설 쪽에서 아동이 자고 있다고 호소해 다음날 검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설령 경찰 측의 말이 진실이라고 해도 골든타임을 다투고 있는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종합했을 때, 경찰 주도로 당일 저녁 조사를 실시했어야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경찰의 직무유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충남지방경찰청 홈페이지 화면
충남지방경찰청 홈페이지 화면

특히 C양을 대상으로만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사건 발생 당시 C양과 함께 동행 했던 언니 2명도 성폭행 당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수사 대상에서 줄곧 배제됐다는 것이다. 한 달 반이 지나도 언니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항의했다는 게 보육원 측 입장. 언니들에 대한 조사는 두 달여나 흐른 뒤에서 이뤄졌다.

한 관계자는 "경찰에 언니 2명도 산부인과 진료 등 추가 수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건 당시 언니들도 피의자와 한 집에 있었던 만큼 추가 조사가 필요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 측은 "충분한 의심 되는 증거 없이 산부인과 진료 등을 무분별하게 받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아동들의 피해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안일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결국 직접적인 성학대 증거가 없었던 상황에서 아이들에 대한 간접 증거와 진술 등 초기수사가 중요했지만, 경찰의 미숙한 대응으로 증거 확보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이번 사건이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결정적 이유다.

애꿎은 세 자매만 사건 발생 6개월여 방황 신세

결국 애꿎은 세 자매 아동들만 사건 발생 6개월이 되어가도록 방황하는 신세에 내몰리고 있다.

경찰은 아직도 수사 종결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간만 흐르는 채 아이들에 대한 상처만 깊어지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번 사건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파헤칠 계획으로 전해졌다. 향후 경찰의 후속 수사와 맞물려 실체적 진실에 얼마만큼 다가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찰은 추가로 나온 아동들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한 뒤 최종 신빙성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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