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세상, 꿈의 날개를 달고..
책으로 여는 세상, 꿈의 날개를 달고..
  • 손석근
  • 승인 2019.10.16 09: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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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세종시 성남고등학교 손석근 교사, "글밭을 일구는 아이들..나도 저자가 되고.."
성남고 손석근 교사

책 쓰기의 텃밭 다지기..

처음 책을 쓰자고 아이들과 이야기했을 때는 모두 웃었다. ‘우리가 책을 쓰다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을 쓰는 게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은 수많은 수련을 거치면서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사람이고, 우리는 우리 주변의 작은 일들을 정리해서 이야기로 꾸미면 그게 살아있는 책이 아닐까 하고 설득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의 역사를 쓰는 것도 책이고, 새로 건설된 세종시의 역사를 쓰는 것도 책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눈망울을 빛내면서 자신의 진로를 조사해서 써도 되느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써보자고 했다. 혼자 쓰다가 부족하면 주제가 비슷한 친구끼리 같이 묶어서 책을 내어도 된다는 생각에 여럿이 어울려 책 쓰기를 시도했다.

그런 중에 교육부에서 책 쓰기 연수를 받았다.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먼 거리를 마다치 않고 연수를 갔더니, 같은 고민으로 온 교사들이 많았다. 이미 책 쓰기 경험이 많은 선배 교사들의 연수를 들으면서 우리 일상이 모두 책 쓰기의 좋은 소재가 됨을 알게 되었다.

♬글밭을 일구는 아이들..

연수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와 다른 시도에서 학생들이 쓴 책들을 소개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더욱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적극성을 띠었다. 그래서 어떤 친구는 ‘세종시 장군면의 역사’라는 주제로 면사무소 방문에 이어 각 마을 이장을 만나러 다니면서 자료 수집을 하기 시작했다.

또 어떤 학생은 친구들과의 갈등을 소재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신문을 통해 세상을 읽는 친구는 올해 첫날부터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일기’라는 주제로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천문우주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은 ‘처음 우주를 이해하려는 친구에게 보내는 그런 이야기’ 등의 재미난 제목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한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

그중에 유난히 무거운 주제로 책을 쓰는 친구가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라는 제목의 책을 쓰는 친구도 있어 유심히 관찰했다. 과연 이 학생이 철학책을 써낼까 했는데, 기어이 2천 년 전 인류의 지성인 소크라테스를 소개하는 글을 완성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 쓰기 첫 수확물이 7권의 책으로 나왔다. 그 책을 세종시교육청 대표로 전국 학생 책 축제에 출품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가 세종시교육청 대표 동아리로 전국 학생 저자가 모인 책 축제에서 발표해 교육부 장관상을 받게 되었다. 대표로 발표한 학생의 책은 교육부 지원금으로 서울의 유명한 출판사 도움으로 정식 출판이 되어 학생 저자가 되었다. 그 학생은 출판 이후 매년 몇 백만 원의 저작권료를 받으면서 지금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책은 날개를 달고..

이후 우리 학생들의 책 출판이 지역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뉴스가 되었다. 학생 인터뷰와 책 소개가 이어지면서 후배들도 책을 쓰려고 몰려들었다. 그러던 중 철학책을 쓴 학생은 3년 동안 책을 써 한국외대 철학과와 기타 여러 대학에 수석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KBS한국방송의 섭외가 들어왔다. 그 학생의 불우한 처지를 방송하겠다는 동의를 얻어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 그 방송을 본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와 독지가가 보낸 후원금으로 4년 대학 생활 내내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처럼 어쭙잖게 시작한 책 쓰기가 한 학생의 진로를 바꾸어놓았다. 부모도 없는 혈혈단신 청년이 책 쓰기로 시작해 방송에 나오면서 새로운 세상의 등불이 되었다. 그래서 후배들도 박차를 가해 지금도 열심히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책으로 등불을 밝히고 있다.

처음 책 쓰기를 했던 7명의 학생 저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써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으로 도저히 넘겨다볼 수 없는 대학도 책 쓰기로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또 그 학생들은 1단계 합격 이후 면접에서도 자신이 쓴 책의 내용과 책 쓰기 과정에 대한 질문에서 가장 적극적 자세로 면접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은 지금도 대학 생활을 아주 우수하게 잘 적응하고 있다.

책을 증정하고 있는 학생들

이렇게 시작된 책 쓰기가 어언 6년이 지났다. 매년 평균 6명의 학생 저자가 탄생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다. 어떤 학생은 책을 써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출판 도서를 가슴에 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책 쓰기가 명문대가나 저명인사가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또 거창한 동기나 결과를 기대하면서 쓰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우리 주변의 작은 일들과 나의 미래를 위해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이 곧 책 쓰기의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슬기로운 내일의 삶을 살기 위해 부지런히 미래의 자신을 위해 책 쓰기로 담금질하고 있다.

♬나도 저자가 되고, 눈물로 일군 책 바다..

그런데 학생들에게만 책 쓰기를 독려하면서 정작 ‘지도교사인 나는 책 쓰기를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만 책 쓰기를 강권했던 일들이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책을 쓰다가 힘들 때 어떤 학생이 “선생님도 이번에 우리랑 같이 책 한 권 내시죠.”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쓰면서 공감하면 더 좋은 활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꾸준히 써오던 일기와 여기저기 저장해둔 시를 모아 책 쓰기를 작심했다. 책 쓰기 내공이 2년 정도 쌓인 뒤 새 학기 첫 동아리 시간에 “올해는 나도 책을 한 권 쓰겠다. 우리 모두 같은 심정으로 책을 한 번 열심히 써 보자.”라고 했다.

그런 약속이 밑거름되어 그해는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함께 어깨동무하듯이 책 쓰기에 돌입했다. 학생들보다 초고가 늦어지면 학생들이 지도교사를 꾸중하고 채찍질했다. 그러면 밤을 새워서 학생들과 원고 제출 마감을 맞추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학생들과 나란히 ‘구름 위에 새긴 이름’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한 권 출판하게 되었다.

책이 나오는 날 가슴이 떨렸다. ‘아이들의 심정이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가슴에 품고 ‘아, 이 책이 내가 세상에 나와 내 모습의 또 다른 분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눈물이 흘렀다. 함께 책을 낸 아이들과 눈물을 흘리면서 책을 가슴에 안고 동병상련이 되어 행복한 눈물을 흘릴 수 있어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비록 세상에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문학적 역량이 뛰어난 시집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이웃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서 또 한 번 이웃들을 놀라게 하면서 그 해는 참 행복한 한 해가 됐다. 그런 맛으로 또 올해도 내년에도 책 쓰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책은 또 다른 세상의 내 분신이다. 책은 글쓴이의 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투루 쓸 수 없고, 그 책에 대한 무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무겁게 글을 쓰면서 더 밝고 희망찬 내일을 위해 책으로 세상을 열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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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준 2019-10-17 20:09:59
아부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송형래 2019-10-17 16:25:00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