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시장에 가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청풍명월의 고장처럼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유유자적이다. 시장 특유의 시끌벅적함도 고성소리도 없다. 느리게, 찬찬히 흥정하며 물건을 사고 간다.
“이거 얼마유”“됐슈”“가져 가유”온화한 충청도 말만 들리는 게 아니다. 상인들 중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많다.
시장 입구에 부산즉석어묵의 윤두학 대표(53)는 고향이 부산이고 부인 강운자(50) 씨는 경남 진주가 고향이란다. 4년 전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조치원시장에 입주하게 됐다. 어묵을 직접 만들어 파는 부부는 충청도 인심이 좋아 이제는 제2의 고향으로 살고 있다. 어묵 값도 저렴하다. 두 개 천원. 시장기가 발동하여 기자도 4개를 단 숨에 먹었다.
이웃한 조치원찹쌀호떡집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났다.
아줌마는 연신 호떡을 구어내고 아저씨는 싸주기에 바쁘다. 천원에 3개로 다른 지방보다 싸다. KBS-제2TV에서 13일 새벽부터 10시간동안 호떡 장사하는 모습을 찍어갔다면서 연신 자랑이다. 호떡을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기자가 찾아간 14일은 마침 조치원전통시장의 장날이다. 4일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이 장날인 조치원시장에는 인근 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장을 보러 온데다가, 이날 2시부터 시장 앞 부지에서 조치원역세권 및 전통시장 주차장 조성사업 기공식을 가져 상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옛 연기경찰서 부지에 지상 3층, 연면적 4883㎡규모로 총사업비 110억 원을 들여 올해 6월까지 대규모 주차장이 들어서면 조치원시장은 날개를 단 것과 같다.
시장통에서 선화네아동복을 부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조치원시장상인회 박춘희 회장은 “2009년 11월에 전국최우수시장으로 표창받아 비전있는 시장으로 많이 홍보가 되었다”며 “2030년까지 인구 50만 규모로 조성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중심상권과 최대 전통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치원시장은 일제시대인 1931년 경부선과 충남북의 교통요충지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되어 인근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다.
조치원시장은 채소나 고기 등의 신선한 물건과 질 좋은 상품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6년 7월 4일 인정시장을 획득한 후, 회원 모두 시장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인회 교육, 정보화 교육, 자문 컨설팅 점포지도 등을 통해 상인들의 의식 개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조치원시장은 무엇보다 홍익대 조치원캠퍼스,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기우체국, 연기교육청, 한국환경공단,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 등과 MOU를 체결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조치원상인회에서는 ‘다시 찾는 시장’‘고객이 만족을 느끼는 조치원 시장’을 만들기 위해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금요일에는 반짝세일 ,경매행사를 벌인다.
그 결과 2009년 7월에는 285개 점포주 모두가 상인대학을 졸업하는 기록을 세워 중소기업청장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춘희 상인회장은 “고객에 친절 서비스, 최상의 물건 판매를 위해 시장 살리기 참여 혁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상품권 개발, 카드 단말기 설치의무화. 시장 특성상품 개발 육성 등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5일장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45개의 노점상에게 배너광고를 제작하여 나누어주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특이 사례로 격려를 받은바 있다. 노점상들이 비록 정식 시장상인회원은 아니지만 배너광고판에 등록번호, 취급품목, 이름,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손님들이 안심하고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믿음형성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 시행한 일이다.
이날 주차장 기공식에 이청아 가수가 조치원시장 홍보대사로 ‘보통사람’등 노래를 열창해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지난해부터 조치원시장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이청아 가수의 취입곡 ‘보통사람’의 내용은 시장사람들의 일상과 같아 인기다.
“달빛아래 새벽을 여는 사람사람사람들/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별빛아래 어둠을 여는 사람사람사람들/모두가 잠이들어 고요한 이시간에/수많은 날들이 나를 힘들게 해도/꿈이있기에 난괜찮아 희망이 있기에 난괜찮아/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우리는 보통사람”(임대열 작사. 원종락 작곡)
박춘희 회장은 조치원시장의 미래를 위해 4가지 발전안을 밝혔다. 첫째는 세종시 주민의 영입이다. 전단지와 현수막을 걸고 주민과의 간담회 등을 준비 중이다. 둘째는 젊은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의 사생대회와 글짓기, 웅변대회 등을 열 예정이다. 셋째는 체험하는 시장이다. 떡메치기 등을 전통놀이를 준비한다. 넷째로 5일장의 특성화이다.
곧 봄이 오면 무엇보다 조치원의 특산물로 복숭아가 떠오른다. 조치원은 충남지역 복숭아 생산량의 50% 이상을 생산할 만큼 많은 농가들이 과수원을 재배하고 있다. 복숭아 축제가 열릴 만큼 복숭아는 조치원을 대표하는 상품이다.
조치원시장에 가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등을 즐길 수 있다. 매월 4일과 9일, 14, 19, 24, 29일 중에 하루를 택해 사랑하는 이와 친구들과 조치원시장에서 반짝 미팅을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조치원전통시장 그곳에는 복숭아처럼 사람 사는 모습이 은은히 풍겨오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