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촉발 세종시 층간소음, 해결책 나올까
흉기난동 촉발 세종시 층간소음, 해결책 나올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0.02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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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층간소음 10만건 웃돌아, 연평균 2만건 발생
세종시도 2015~2018년 3년간 두배 이상 민원 접수 집계
김철민 의원 "국토부, 층간소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세종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세종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2030년까지 20여만 세대의 아파트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 '공동주택 천국 세종시'. 입주민들은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끽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이주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 만족도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층간소음 문제'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끊이지 않고 이웃들을 괴롭히며 주민간 다툼으로까지 비화되며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층간소음문제’는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올 초 세종시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은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층간소음 문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재차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 상록을)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 제출받은 층간소음 발생 민원접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은 10만 6967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5년 1만 9278건→ 2016년 1만 9495건→ 2017년 2만 2849건→ 2018년 2만 8231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접수된 것만 1만 7114건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4만7068건으로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됐고 서울 2만1217건, 인천 6996건 순이었다.

층간소음 발생 지역별 민원접수 현황(자료=김철민 의원실)
층간소음 발생 기타 지역 민원접수 현황(자료=김철민 의원실)

세종시는 같은 기간 총 420건의 민원이 확인됐다. 2015년 58건→ 2016년 69건→ 2017년 92건→ 2018년 120건 등 3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는 81건이 접수됐다. 참고 넘어가거나,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해 쉬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민원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진단이 이뤄진 것은 전체 접수민원(10만 6967건) 중 33%인 3만5460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2만4516건)가 69.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망치질(1477건, 4.1%), 가전제품소리(1307건, 3.7%), 가구 소리(1239건, 3.5%) 순이었다.

그렇다면 층간소음 문제가 끊이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명무실한 층간소음 법적의무기준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감사원은 지난 5월 현재 국토부가 시행중인 이 제도의 부실함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층간소음 저감제도는 ‘사전 인정제도’다. 시공 전 인증 단계에서 경량충격음 58데시벨(㏈), 중량충격음 50데시벨이라는 소음기준만 충족하면 시공 후 어떤 바닥구조로 시공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이런 사전 인정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적발되어 부실 관리가 드러났다. 바닥충격음 차단 사전 인정제도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벌인 결과 도면과 다르게 시험체를 제작해 인정서를 발급 받고 인정받은 내용과 다르게 판매·시공한 업체가 적발됐다. 또 완충재 품질시험성적서 공인기관 발급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 서류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전 인정제도가 악용되다 보니 최소성능기준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입주 예정이던 공공 및 민간아파트 191세대 바닥충격음을 측정한 결과, 60%인 114세대가 법적 의무 기준인 최소성능기준에 미달했다. 또 90%에 달하는 184세대는 경량충격음이나 중량충격음이 사전 인정받은 성능등급보다 실측등급이 떨어졌다.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 이전부터 국회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지적과 의견제시를 통해 사전인정제도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 이후에서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모습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모습

층간소음에 대한 관리 실태가 부실한 탓에 주민과 건설사, 주민과 주민간 갈등과 다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세종시 1생활권 모 아파트는 올 초 준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과 다른 층간소음재가 시공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민 반발을 샀다. 시공사 측은 일부 세대에서 당초 EVA(2중구조 고무재질)로 설계됐던 층간소음재를 EPS(스티로폼재질)로 하향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세대 역시 설계도면에 명시된 2중구조 고무재질이 아닌 1중구조 고무로 하향 시공한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 5월에는 1생활권 모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을 이유로 이웃 주민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A씨는 바로 아래층에 거주하는 B씨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복부 등을 십여 차례 찔러 중상을 입혀 충격을 줬다.

국토부 관계자는 “층간소음 예방을 위해 철저히 점검하고 사후 차단성능 측정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발의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토부장관이 바닥충격음에 대한 차단성능을 사후에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사후에 평가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이 기준 미달이면 건설사는 영업 정지를 당할 수 있다.

김철민 의원은 "층간소음은 주민간 분쟁을 넘어 형사사건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라며 "국토부는 층간소음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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