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직 공무원을 교무실에? 세종시교육청 '내홍'
행정직 공무원을 교무실에? 세종시교육청 '내홍'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0.01 16:31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시교육청, 행정직 공무원 1인 교무실 배치 ‘미래형혁신학교 인력운영 계획’ 추진
공무원노동조합 "명분 없고 사회통념 넘어서, ‘공직 정체성’ 더 이상 흔들지 말라" 반발
세종시교육청이 행정직 공무원을 교무실에 배치하려하자 공무원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1인 시위 모습

세종시교육청이 행정직 공무원을 교무실에 배치하는 ‘미래형혁신학교 인력운영 계획’을 추진하자, 행정직들로 구성된 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이 강력 반발하는 등 내홍이 일고 있다.

노조 측은 "교원업무를 줄인다면서 숱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무엇 하나 진척된 게 없다"며 "언제까지 교원들의 잡무를 행정직들이 떠안아야 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공론화 없는 인력운영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며 1인시위에 나서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행정직 공무원 교무실 배치, 공무원노동조합 강력 '반발'

1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미래형혁신학교 인력운영 계획’은 교수·학습중심의 학교 문화를 위한 ‘학교업무 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행정직 공무원 1명을 교무실에 배치해 교사들의 업무를 지원하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관련 주요 업무를 비롯해 학교장이 지정하는 자치학교의 원활한 교육과정 운영 주요 업무 등을 행정직들이 맡게 된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이날 온빛초, 연서초, 미르초 등 3개 혁신학교에 행정직 공무원 각각 1명씩을 교무실에 배치하는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교무실 배치 원칙'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공문을 통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부터는 8급 공무원을 정식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학교 업무공간은 교사들이 근무하는 '교무실'과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행정실'로 구분되는 데, 행정직 공무원을 교무실에 배치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 업무지원’을 위해 교육부에서 추가 정원을 내려 받아 인력 배치가 이뤄졌다”며 “교무 행정업무를 경감하는 게 국정기조인 만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교사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행정직 공무원 반발, 이유는?

문제는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 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이 극심하다는 점이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행정직 공무원의 교무실 배치’는 명분도 없을뿐더러, 사회통념을 넘어서는 권한 행사”라며 “‘미래형혁신학교 인력운영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릴레이 1인 시위에도 나서는 등 최교진 교육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 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교원 지원정책에 반감을 드러냈다. 교원 업무를 덜기 위해 시도된 수많은 정책들에 대한 어떠한 효과 검증 없이 교무실에 ‘교원 아닌 자’를 계속해 늘리는 식의 정책은 더 이상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행정직의 공직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처사’라는 성토도 나왔다. 교무행정 편의를 위해 행정직들을 교무실에 배치하는 것은 기준 없는 굴레를 씌운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행정직 공무원들의 ‘공직 정체성’을 더 이상 흔들지 말라는 우려의 시각도 내비쳤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특정직 공무원인 교육공무원과 엄연히 구분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직군은 행정이며 직렬과 직류는 ‘교육행정’”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인사 권한을 위임받은 교육감(임용권자)의 명(命)에 따라 교육행정 전반의 업무를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성실히 수행해 왔다”고 토로했다.

밀실 행정이 빚어낸 ‘촌극’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갈등초래가 불 보듯 뻔한 일임에도 행정직들과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협의과정이 미흡했다는 의미다.

이들은 "행정직 공무원의 복무를 교감 손에 맡기는 것은 실로 엄청난 사건인 만큼 결정에 앞서 이해 당사자 의견수렴과 치열한 숙의(熟議)를 거쳤어야 했다"며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사업 약속을 맺고 9개월의 시간이 흐르도록 민주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합의하는 과정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교원 스스로 혁신할 것도 촉구하고 나섰다.

교사들의 업무 보조를 위해 교무행정사 등 수많은 인력들이 투입되고 있지만, 교사들이 더 많은 지원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교원(전문직 포함)의 업무회피식 좁은 시각으로 접근한 학교업무 합리화, 학교업무 재구조화 등의 시도는 ‘교무 VS 행정’ 간 갈등만 조장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원들에게는 직무와 책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보수 등 다양한 특례가 주어지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교육은 물론 지금껏 잡무라 일컫던 대한민국 공무원이 업무상 수반되는 행정행위를 이제는 당연시하라”고 지적했다.

또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핑계로 교원업무를 줄인다면서 숱하게 제도를 내놓았지만 뭐 하나 진척된 게 없다”며 “교원들의 욕망에 매번 골탕을 먹는 쪽은 성실하다 못한 바보 교육행정인들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업무 합리화’를 위한 활시위는 무한 팽창하는 행정 수요를 소수 고정인력으로 감내하고 있는 행정실이 아닌 절대 다수인 교원 집단 스스로에게 당겨야 할 때”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정직들의 반발에 대해 시교육청은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교무실에 배치되는 행정직은 인력 자체가 그렇게 배정되도록 정해진 것”이라며 “미래형혁신학교 인력운영은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일인 만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어이가없네 2019-10-02 17:24:57
꿀 빠는 직종? 어이가 없네요~곽우석 기자님 작성글 넘 감사합니다

Wls 2019-10-02 11:53:51
교육행정직들이 보통 꿀 빠는 직종이죠. 교행분들 스스로가 가장 웰빙이라고 자랑이 많은 직종이에요. 가장 월급 루팡 족입니다. 인력낭비가 아니라 제대로 운영이 되려면 교사의 행정업무 감소 취지에 맞는 교무실 배치가 타당합니다. 그리고 행정의 원활화를 위해서도 교무실 배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본인들 편의를 위해서 주장하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네요. 교육부의 교육행정직 교무실 배치를 찬성합니다.

여행지기 2019-10-01 18:03:33
이유가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