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강면 '백년옥', 김재식 가족 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
부강면 '백년옥', 김재식 가족 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9.09.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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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판서 댁 소유 백원기 대표, 인수 후 문화재 지정 신청통해 재탄생 작업
당대 지역 유지 김재식이 1913년에 'ㅁ' 자형으로 지어 역사적 가치 커
'백년옥'은 106년 전에 지어진 고택으로 지난 해 5월 부강 홍판서댁을 소유하고 있는 백원기씨가 매입해 현재 문화재 등록 신청과 함께 새로운 역사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義親王) 이강(李堈)이 편액(扁額)을 내려준 고택(古宅) ‘김진호 가옥’이 원래 주인 ‘김재식 가족 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세종시 부강면 부강리에 있는 이 집은 1백6년 전에 지어진 고택으로 그동안 ‘백년옥’이라는 상호로 갈비찜 전문식당으로 활용되어 왔다.

지난 해 아파트 건설업체에 팔릴 위기에 처하자 고택의 가치를 알고 있는 부강지역 인사들이 뜻을 모아 매입, 역사 명소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문화재청에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하는 등 재탄생작업에 들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미 부강 유계화 고택을 매입해 ‘홍판서 댁’으로 이름을 바꾸고 각종 문화행사를 이곳에서 열고 있는 청주 거주 백원기 대표(61)와 이규상 부강 삼버들 작은 도서관장(60).

역사의 소중함을 익히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백년옥’에 대한 자료수집과 매입비용을 부담해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냈다. 백년옥과 인연은 참으로 우연하게 시작됐다. 지난 해 4월 쯤 식당에서 우연히 의친왕의 편액을 발견했고 백대표가 관심을 보이자 주인 김정임씨가 구입을 권유했다.

그 자리에서 백대표가 값을 지불했고 또다시 김씨로부터 10여개의 편액이 더 있으니 역시 팔겠다고 연락이 왔다. 전국에 고택만 4채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평소 역사문화에 관심을 컸던 백 대표는 편액이나 글이 흩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역시 몽땅 사들였다.

백 대표는 청주에서 건설과 주유소 사업을 하는 재력가여서 매입이 가능했다. 거기에 이규상 도서관장이 부강에 살면서 이 집에 대한 내력과 역사적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어 아파트 건설로 인해 철거를 우려하던 차에 백대표가 사들였다.

부강 김재식 고택을 역사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 이규상 삼버들 작은도서관장(사진 맨 왼쪽), 김재식 손부 권명숙 여사(가운데), 그리고 백원기 대표.

이규상 관장은 “제가 백년옥 바로 옆에서 살아서 이 집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며 “백대표가 헐릴 위기에 있는 것을 사주어서 소중한 문화재가 보존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 때부터 백대표는 이규상 도서관장과 함께 이 집의 내력을 조사했고 엄청난 역사적 가치를 지닌 한옥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백년옥’이라 불리는 이 고택은 1913년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던 내장원경위 김재식이 지은 집으로 아들 3형제가 모두 학교를 설립하거나 지역사회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스’ 집안이었다. 종2품 벼슬을 했고 어르신들의 유품이 집안 한켠에 모셔져 있을 만큼 내노라하는 집이었다. ‘백년옥’ 주인 김정임씨는 이 집안의 고손녀였다.

고택은 안마당을 중심으로 전면에 ‘ㄷ’자형으로 연결된 곳간채와 사랑채가 있고 후면에는 ‘ㅡ’자형 안채가 동일한 축선 상에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ㅁ’자형을 이루고 있다. 행랑채는 소실되어 터만 남아있고 별채는 부강 천주교회에 기증을 했다.

이 집의 역사성을 안 백대표와 이관장은 “단순하게 보고 가는 고택으로 보존할 일이 아니다”고 판단, 백방으로 경주 김씨 김재식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블로그에 올린 손자의 글을 보고 역추적해 사진과 자료를 모았고 우연치 않게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외천리에 살고 있는 손부(孫婦) 권명숙 여사(73)을 만나 20일 소중한 자료를 빌리는 등 착실히 ‘김재식 가족 역사박물관’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 집에는 의친왕이 내려준 편액이 있었다. 부강 황우제에 있었던 어머니를 그리는 '원모정'에 걸려있었던 현판이다. 내용은 효를 다하는 아들을 칭송하는 글이다.

특히, 백대표와 김재식 집안 간에 인연은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낸 긴 복선(伏線)이 돼 흥미로웠다. 백 대표 외할아버지는 영조대왕 태실이 있었던 곳에 묘를 쓴 김재식의 재실 '영모제' 건축을 도왔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이 고택 주인의 딸이었다는 사실이 그랬다.

백원기 대표는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 김재식 고가로 만들어서 부강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가족 역사관으로 만들겠다” 며 “김재식 후손에 대한 가계보도 만들고 이규상 관장이 틈틈이 모은 고서를 한 켠에 전시해서 세종시의 명품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상들의 귀중한 자료를 가져다 준 권명숙 여사는 “집안에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백대표와 이관장이 해주어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며 “좋은 뜻이 바로 실천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백원기 대표가 인수한 ‘유계화 고택’은 처음 집을 지은 ‘홍판서 고택’으로 이름을 바꿔 각종 문화행사를 열어 부강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백년옥'이라는 갈비찜 식당의 역사적 가치를 알아본 부강지역 백원기(청주거주), 이규상 등은 아파트 건설로 허물어지기 직전에 이 고택을 사들였다. (사진은 음식점내에 걸려있던 고택을 지은 종이품 김재식과 가족 사진)
'백년옥'이라는 갈비찜 식당의 역사적 가치를 알아본 부강지역 백원기(청주거주), 이규상 등은 아파트 건설로 허물어지기 직전에 이 고택을 사들였다. (사진은 음식점내에 걸려있던 고택을 지은 종이품 김재식과 가족 사진)
 빛이 들어오게 만든 나비 장식의 문양
집 내부에 걸려있는 현판
대들보와 석가래가 범상치 않는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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