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반포면 성강리 이복규 이장(64).
14일 오전 11시 성강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 이장은 “세종시 편입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마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 며 “5분 거리를 돌아서 가면 20분 넘게 걸린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2010년 정년퇴직한 그는 2년째 이장 일을 보고 있었다.
오는 7월 1일자로 세종시로 행정구역이 변경되는 이 마을의 숙원사업은 ‘돌아서가는 길을 펴는 것’이다. 성강리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세종시다. 하지만 지금은 봉암으로 나가 다시 국곡리를 거쳐 영곡-성덕-대평리로 이어지는 길로 가야 한다.
세종시 출범준비단에 접수된 민원에는 성강리 주민들이 산을 넘어가는 도로 4.5Km 확·포장 요구로 되어 있었으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아예 터널을 뚫어달라는 것이었다.
“도로 포장만으로는 통행이 어렵습니다. 지형이 험해 길 자체가 위험하고 고개를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에 터널이 생겨야 마을 주민들이 세종시로 일보러가기가 쉽고 세종시에서 산림박물관이나 동학사 쪽으로 가기가 편합니다.”
이 이장은 현장으로 안내하면서 여러 번 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다. 생활근거지가 반포면 소재지인데 세종시로 원하지 않는 편입을 시켰으면 이 것 하나쯤은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주민 편의를 위하는 행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큰 걱정을 했다.
“며칠 전 금남면 사무소에 가서 인사를 했는데 전부 모르는 사람입디다. 난감하더군요. 반포야 오래 살아 다 가족 같았는데 말이죠. 완전히 왕따 당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성강리 300여 주민들 생각도 비슷했다. 세종시로 가면서 ‘찬밥 신세’를 걱정했고 다른 지역과 이질감 극복의 어려움을 우려했다. 게다가 매번 반포로 돌아서 세종시에 가야한다면 갈 때마다 괜히 세종시로 들어왔다는 후회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이복규 이장이 푸념을 털어놓았다. 이번에는 공주가 대상이었다.“정주권 사업이라고 해서 하천 정비 사업비가 나오기로 되어있어요. 그런데 공주에서 세종시로 간다고 측량과 설계까지 다 한 걸 못해주겠다고 하네요. 마을에 정자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는 데 그것도 마찬가지예요. 완전히 의붓자식 취급합니다.”
이 이장과 터널 공사를 원하는 현장을 방문하고 성강리 윗마을과 아래 마을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마을 주민들로부터 전화가 줄을 이었다. 이 참에 숙원사업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계속됐다. 돌아오는 등 뒤에다 대고 “터널이 꼭 뚫리게 도와 주세요”라고 새삼 부탁했다.
세종시 출범 준비단이 조사한 성강리 주민 요구사항은 반포면 성강리에서 원봉리 일원까지 총 6Km 도로 중 잔여 구간 4.5Km를 포장하는 것이었다. 시공비와 보상비 포함 약 50억원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