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체칠리아 유치 실패 들여다보니..'총체적 부실' 촌극
산타체칠리아 유치 실패 들여다보니..'총체적 부실' 촌극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9.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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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문화관 음악원 분교 유치 사실상 무산, 원점에서 재검토 '기로'
세 차례 신청서 모두 고배..'본교 재정 지원' 및 '입지 문제' 걸림돌..보완점 수두룩
'정부세종청사 문화관' 야경, 사진=행복청 제공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세종분교가 입주할 '정부세종청사 문화관' 야경, 사진=행복청 제공

우려가 현실이 됐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하나하나 사실로 밝혀지면서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의 세종시 유치 이야기다.

<관련기사☞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세종시 유치 '휘청', 물 건너가나>

교육부가 최근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에서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이하 음악원)의 세종시 분교 설립을 부결시키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부실행정이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행복청은 분교 설립추진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 원점 재검토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분교 설립 제동..이유는?

교육부가 음악원 분교 설립에 제동을 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음악원이 세종시에 분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의지, 즉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봤다.

학교(분교) 운영상 문제 발생 시 어떠한 경우에도 본교(음악원) 차원의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음악원 측이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신청서류에 이 같은 점이 명시됨에 따라, 교육부는 학생학습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음악원이 들어설 정부세종청사 문화관(복합편의시설)이 교육과정 운영 시설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음악원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음악원은 행복도시 4-2생활권(집현리) 공동캠퍼스에 입주하기 전, 문화관 일부에 임시로 둥지를 틀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장소가 단독으로 활용하는 공간이 아닌, 시민 등과 함께 이용하는 구조여서 학생학습권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우려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음악원이 잘 운영될 수 있을 것이냐가 심사위 판단의 초점이었다"며 "학생들을 몇 번 받은(입학시킨) 뒤 대학이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됨에 따라 장기적인 학생학습권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교육부의 이 같은 판단은 최근 해외대학의 잇따른 철수 기류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지난해 부산에선 독일 FAU 부산캠퍼스가 국비가 끊기고 학생 수급이 어려워지자 8년 만에 자진 폐쇄 신청을 한 뒤 떠났다. 같은 해 경남 하동에서 조건부 설립 승인을 받은 영국 에버딘 대학도 2년여 만에 개교가 어렵다며 스스로 철수하기도 했다.

2013년에도 광양만권에 설립된 네덜란드 물류대학원 STC코리아 역시 재정지원이 끝난 뒤 떠나 버리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교육기관이 본인들은 아무 손해 없이, 설령 학교운영이 어려워진다 해도 그냥 나가도록하는 구조는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음악원 본교에서도 고민을 해야 된다"며 "어떠한 상황에 처해도 재정 지원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게 음악원 측 입장인데, 그렇게 하면서까지 들어와야(유치해야) 하는 지 의문이든다"고 덧붙였다.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유치 원점 재검토 처지..행복청, 언론에는 '쉬쉬'

분교 설립 법적 절차가 6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심사로 음악원의 내년 3월 개교는 사실상 무산됐다.

특히 분교 설립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청의 부실 대응이 빚어낸 촌극이라는 비판도 재차 제기되고 있다.

해외 유명대학 유치라는 성과에만 매달린 채, 유치 전략을 애초부터 잘못 짰다는 이야기다.

앞서 음악원은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심사위 문턱을 노크했지만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학교 설립 신청 주체, 음악원 학생 수요 예측, 교원 수급계획, 재정운영계획 등 신청서 전반이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복청이 지난 2017년 12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을 방문해 세종분교 설립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
행복청이 지난 2017년 12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을 방문해 세종분교 설립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

음악원은 행복청과 지난 2017년 2월 양해각서, 같은 해 12월 합의각서(MOA) 체결 등 2년여 전부터 분교 설립 의지를 밝혀왔다. 행정적 지원에 만전을 기했어야 할 행복청의 대처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학교가 들어설 장소(정부세종청사 문화관)에 대한 적정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음악원 유치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복청은 분교 설립 실패 전반에 대해 언론에 감추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원론적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행복청 관계자는 "8월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본교 총장이 세종에 방문해 분교 설립 계획을 밝히는 등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교육부 지적사항을 보완해 분교 설립을 지속 타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의 입장대로라면 정부세종청사 문화관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궤도 수정 등 차선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그 공간(문화관)에 그대로 분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 할 것”이라며 “심사위에서 보완사항이 있었던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음악원 개교 지연, 정부세종청사 문화관 활용 차질 '파장'

음악원 개교 지연은 문화관 활용 차질 등 또 다른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문화관은 음악원을 비롯해 세종시가 유치한 음악창작소, 문화강좌·동호회실·유아교육실 등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입주할 예정이었다. 지난 5일 개관식과 함께 활력 넘치는 문화 공간 탄생이 기대를 모았지만, 한편으론 건물 활용 안이 안개 속에 빠진 셈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음악원 설립 실패로 문화관은 당분간 정상적인 활용이 힘들게 됐다"면서 "행복청과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세종분교 설립을 위한 행복청의 향후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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