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세종시 유치 '휘청', 물 건너가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세종시 유치 '휘청', 물 건너가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9.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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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 설립 인가 또다시 부결, 내년 3월 개교 사실상 무산
행복청 안일한 행정 입주 지연 현실화, 대학 유치 원점 재검토 '기로'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세종시에 들어설 첫 해외 대학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의 개교가 또 다시 무산됐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 이은 세 번째 실패로, 대학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타체칠리아음악원, 교육부 대학설립 심사위원회 문턱 또다시 '고배'

5일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에 따르면,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이하 음악원)'은 지난주 열린 교육부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심사위원회에서 '세종분교 설립'을 승인받지 못했다.

신청 요건을 전반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면서 인가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고, 내년 3월 개교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앞서 음악원은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에도 잇따라 분교 설립 승인을 받지 못하며 고배를 마셨다. 학교 설립 신청 주체, 음악원 학생 수요 예측, 교원 수급계획, 재정운영계획 등 신청서 전반이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초 염두에 뒀던 올해 9월 개교에 실패한 바 있다.

음악원 유치를 주도하고 있는 행복청은 잇따른 분교설립 인가 실패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전을 계속 이어갈 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지 기로에 놓였다.

'정부세종청사 문화관' 야경, 사진=행복청 제공
'정부세종청사 문화관' 야경, 사진=행복청 제공

특히 음악원 개교 지연으로 정부세종청사 복합문화시설(문화관) 활용에도 차질을 빚는 등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음악원은 당초 행복도시 4-2생활권(집현리) 공동캠퍼스에 입주하기 전, 정부세종청사 문화관에 임시로 둥지를 틀 계획이었다. 문화관에는 음악원을 비롯해 세종시가 유치한 음악창작소, 그리고 문화강좌·동호회실·유아교육실 등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입주 예정이다.

5일 문화관 개관식과 함께 활력 넘치는 문화 공간 탄생이 기대를 모았지만, 한편으론 건물 활용안이 안개 속에 빠진 셈이다.

유치 추진을 지속해 내년 상반기 분교 설립을 승인받는다 하더라도 입주는 빨라야 2020년 9월경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음악원 설립이 실패함에 따라 정부세종청사 문화관 활용계획도 새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외 유수 대학 유치 수 년여, 구호만 요란 '속빈 강정'

행복청의 안일한 행정으로 입주 지연이 현실화했다는 비판도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유수 대학 유치에 수 년여 간 공을 들이고 있지만, 구호만 요란한 채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대학유치와 관련해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며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 ‘KAIST 융합의과학원’, ‘충남대 의대’ 등 4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음악원 분교 설립 인가 실패와, 트리니티 대학의 본교 이사회 승인 지연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행복청이 수년여간 세종시에 국내외 대학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사진은 4-2생활권 공동캠퍼스 개발계획 평면도
행복청이 수년여간 세종시에 국내외 대학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사진은 4-2생활권 공동캠퍼스 개발계획 평면도

자족기능 확충의 핵심 대학유치가 지지부진하면서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종시의회 상병헌 의원은 지난달 27일 57회 임시회 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자족기능 필수요건인 대학 캠퍼스 유치를 촉구하면서, 대학유치 업무를 전담할 ‘대학 유치 추진단’ 운용을 제안했다.

상 의원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학유치가 수년이 지나도록 성과가 거의 없다”며 “세종시와 행복청, 교육부와 국무조정실 등 관계 기관 간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대학 유치 업무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585년 개교한 산타체칠리아음악원(로마 소재)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이탈리아 국립 음악원으로, 2017∼2018년 세계대학평가(QS) 실용예술(Performing Arts) 분야에서 세계 28위로 평가된 명문대학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세계적인 음악 거장인 작곡가 알도 클레멘티,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아니 등이 이 학교 출신이며, 현재 세계 각국의 재학생 1,557명(이탈리아 1344명, 세계 52개국 213명 유학생, 교수 164명) 이 재학하고 있다.

행복청은 앞서 외국 대학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지난 2017년 음악원과 양해각서 및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입주에 속도를 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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