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두 가지, 바로 독서와 여행이다. 책을 읽는 건 언제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교사인 나에게 여행은 방학 때만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경험이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여행 가방을 꾸려 넓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 나의 소소한 취미가 되어버렸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좀 더 특별한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종시교육청에서 마련한 혁신자치학교 교원 역량 강화 국외연수 참가 차 독일에 가게 되었다. 내실 있는 해외연수를 위해 사전 연수와 모임만 수차례, 읽어야할 관련 서적과 논문들로 떠나기 전부터 이미 독일교육에 푹 빠졌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있었던 책이 바로 상상을 현실로 만든 혁신학교 이야기라는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였다. 이 책의 저자이자 헬레네 랑에의 교장이었던 에냐 리겔. 이번 연수에는 그가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세운 종합학교 ‘캠퍼스 클라렌탈(Campus Klarenthal)’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어 기대가 더 컸다. 국외연수는 짧은 일정에 많은 기관을 방문해야 해 세금의 무게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나게 해주는 달콤한 디저트 같았다.
독일의 정식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으로, 16개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일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각 주에서 교과위원회가 교육과정을 수립한다. 한마디로 잘 정착된 지방자치가 교육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연수팀이 방문한 곳은 독일 내에서도 교육면에서 우수하다고 손꼽히는 바이에른(Bayern)주와 헤센(Hessen)주 내의 교육기관들이었다.
독일은 주별로 교육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독일교육을 한 마디로 특정지어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현지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독일이 교육 강국으로 꼽히는 이유는 현지 체험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파펜호펜 지역교육청이나 카멜로허 김나지움, 지역아동센터(마을놀이터), 쉴러학교 내 지역방과후센터 등 각 기관들은 자신이 하는 교육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일방적인 주입식의 탑다운(top-down)이 아닌 보다 주체적이고 창의적이며 자율적인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교육의 책무성을 다하고 있었다.
독일은 교육, 건축, 생활 등 여러 면에서 나 혼자 잘하려는 경쟁보다 모두 함께 조화를 이루는 협력을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독창보다 여럿이 노래하는 합창단이 많으며, 도시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선호하고, 서두르지 않고 모두 다 마칠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려준다.
카멜로허 김나지움의 음악교육을 통한 지역사회와의 소통,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실제로 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을놀이터, 자신이 집에서 기른 해바라기를 학교에 가져와 친구들과 나눠 심는 클라렌탈 학교의 아이들 모습을 보며,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학부모와 지역사회 역시 공교육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참여한다는 게 독일에서 본 교육청 관계자와 교사의 설명이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늘 성장하고 발달한다. 독일의 교사들이 사회의 존경을 받고 권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아이의 잠재력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식 교사가 되기 위해 최소 8년을 준비해야만 하는 시스템, 교장선생님도 바쁘게 뛰며 수업하는 모습,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던 지역교육청, 학생들의 능력에 따른 다양하고 유연한 진로선택 등 우리 교육에 시사 하는바가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것은 넓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살아가는 그 자체가 곧 배움이 되는 교육환경이었다.
우리가 꿈꾸는 학교가 곧 독일 교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즐거운 배움을 통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혁신자치학교 교사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 교육을 체험하고 나서 만나는 아이들과의 만남이 전보다 더 설레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