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흰불나방 유충' 공습, 세종시 금강수변공원 초토화
'미국 흰불나방 유충' 공습, 세종시 금강수변공원 초토화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8.2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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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강수변공원 식재된 벚나무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 조짐
세종시, 피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 못한 채 안일한 태도 "내주 방역"
금강수변공원 일원에 확산하고 있는 외래 해충 '미국흰불나방 유충'

활엽수 나뭇잎을 갉아먹는 외래 해충 '미국 흰불나방 유충'이 세종시 금강수변공원 일원에 상륙하면서 식재된 나무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할 조짐이지만 세종시는 피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초 장군면 파리떼 소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지 2개월여가 채 지나지 않았으나, 대응 수준이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흰불나방 유충은 최근 금강수변공원에 식재된 벚나무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유충이 나뭇잎을 갉아 먹으면서 나무는 갈색으로 변해버렸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평소 수변공원을 자주 산책한다는 시민 A씨는 28일 <세종의소리>와 통화에서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나뭇잎을 갉아먹으며 벚나무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며 "유충이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3~4일 사이 한 그루의 나무가 전부 말라버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195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와 퍼진 외래 해충 미국흰불나방은 집중 방제로 개체 수가 줄어들다 여름 폭염 일수가 늘면서 최근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피해 사례가 확인된 곳만 서울과 파주, 인천, 광주, 여주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종에도 8월 초부터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금강수변공원에 식재된 나뭇잎을 갉아먹어 흉측하게 변한 모습

미국 흰불나방 유충은 침엽수를 제외한 모든 활엽수에 해를 끼치며 먹이가 부족하면 농작물에도 피해를 준다. 수목 전체로 흩어져 나뭇가지만 남기고 잎 전체를 먹어치우며, 먹이가 없으면 주변의 다른 수목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애벌레 밀도가 적은 6~7월에는 피해가 심하지 않으나, 7월 말~8월경에는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난다. 나방 한 마리가 한 번에 600개가 넘는 알을 낳는 만큼 확산 속도도 무척 빠르다. 뿐만 아니라 인체에 닿으면 피부병에 걸릴 수도 있어 피부가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세종시의 대응이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 피해 지역인 대평동~반곡동(3~4생활권) 금강수변공원 일원의 관리기관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떠넘기기 바쁘다는 것이다.

보람동에 거주하는 시민 B씨는 "피해사례를 접수하기 위해 시청에 민원 전화를 걸었지만 직원들은 서로 소관 부서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기 일쑤였다"며 "유충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미룰 사안이 아닌데도 대응이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과 검찰이 자수하러 제 발로 찾아온 피의자를 관할이 아니라며 다른 경찰서로 돌려보낸 것과 뭐가 다르냐"며 시의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재 금강수변공원 지역은 공원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가, 금강 제방은 논산국토관리사무소가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세종시는 피해 현황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피해 규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확한 피해 현황은 모른다"며 "다만 내주 중 논산국토관리사무소와 함께 방역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금강수변공원에 식재된 나뭇잎을 갉아먹어 흉측하게 변한 모습

세종시 전체를 관할해야 할 시청의 적극적인 행정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지난달 장군면 파리떼 사태를 겪었던 시가 상시 상황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능동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던 터라, 변화된 게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LH 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공원일대 200주 내외의 벚나무 중 현재까지 20~30% 정도 피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제방 일대를 포함한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LH 관계자는 "지난 20일부터 시민들의 민원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주부터 해충 방제에 나선 상태로 이번 주까지 방역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산림전문가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6월에 방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지금이라도 살충제를 살포하면 나방의 밀도를 줄일 수 있어 내년 재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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