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세종행 하반기 분수령, 자연사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 세종행 하반기 분수령, 자연사박물관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8.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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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 이전 정부예산안 반영 추진
자연사박물관은 경제성 발목 여전히 안개속, 문재인 정부 특단의 대책 필요
국립민속박물관 전경,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화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이전을 위한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하반기 예산정국이 박물관 이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예산 반영에 성공할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문화벨트 구축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랜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던 국립자연사박물관 설립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세종시 입지 확정 이후 추진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 섞인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미완의 장기과제로 남게될 우려가 크다. 

세종시 정상 건설과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국정 철학 실천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민속박물관 세종 이전 예산안 반영 요구

22일 정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세종시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을 세종시로 이전하기 위한 정부예산안 반영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 소재한 민속박물관은 당초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세종시 이전 추진을 대통령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방향이 급선회했다.

서울 지역 문화계 원로들과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이전이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화 해소,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부각되면서 정부안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민속박물관 이전 비용을 정부예산안에 요구해 놓은 상태"라며 "박물관 이전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있는 만큼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항목과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문체부는 민속박물관의 세종 이전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실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과 함께 민속박물관 이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박양우 현 장관 역시 이전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민속박물관 전경,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화면

민속박물관은 행복도시 S-1생활권 국립박물관단지 2단계(11만 5천㎡) 부지 내 45,815㎡에 1551억원(국비 100%)을 들여 이전하는 안이 유력시된다.

국립박물관단지는 중앙공원과 금강이 접한 부지에 다양한 박물관이 집약되어 들어서는 핵심 문화시설로, 1단계(7만 5000㎡)는 총사업비 4005억여 원을 들여 ▲국가기록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디지털문화영상관 ▲건축․도시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등 5개 박물관과 ▲통합수장고 ▲통합운영센터 등 2개 통합시설이 2027년까지 건립된다.

민속박물관이 2단계에 들어설 경우 1단계와의 연계효과는 물론 지역 간 문화 균형발전 등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행복도시 문화벨트 구축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이전 예산안을 올해 정부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느냐다. 일단 1차 관문인 기획재정부(기재부) 설득은 물론, 이후엔 국회 관문이란 커다란 벽이 놓여 있어서다. 하반기 예산정국이 민속박물관 조기 이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위치한 부지의 경복궁 복원이 2031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박물관 이전은 그 이전까지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전 기간만 6~7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재부가 이전 시기를 언제로 잡을 지도 관전 포인트다.

또 서울 일각에서 종로구 송현동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를 매입해 민속박물관을 이전하자는 주장도 나와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부지 매입 비용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시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을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더불어민주당-세종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게 이 같은 안을 강력 건의하기도 했다.

이전 규모도 관심사다. 서울에 있는 현 민속박물관 부지 면적은 39,627㎡(11,987평) 규모인 만큼, 국립박물관단지 2단계(11만 5천㎡) 부지는 수용 공간이 충분한 상태다. 다만 기재부 검토 과정에서 민속박물관 이전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이전 규모를 다시 한 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종에 본관이, 파주에 수장고가 건립됨에 따라 (세종) 이전 규모는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행복청 관계자 역시 "문체부와 기재부가 민속박물관 이전을 논의 중으로, 내부적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며 "기본계획이 45,815㎡로 정해졌지만, 부지가 더 컸으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국립자연사박물관 예상 조감도, 행복청 제공

자연사박물관 여전히 안개속, 문재인 정부 특단의 대책 필요 

민속박물관 이전이 이 같이 순풍 기류를 타고 있는 반면, 자연사박물관 건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워낙 저조한 경제성(B/C)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2016년 이후 2년 연속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하지 않아 추진이 유보됐고, 현재까지도 안개 속을 거닐고 있는 상태다.

행복청 관계자는 "자연사박물관은 현 상태로는 경제성이 0.1~0.2에 불과해 의지만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며 "최소 0.95 이상이 나와야 추진이 가능한 만큼, 대통령 지시 등 특별한 정책 사업으로 끌고 가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행복청과 세종시는 3173억원(국비 100%)을 들여 2025년까지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자연사박물관은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국립박물관단지 2단계 내 70,000㎡ 규모의 초대형 문화시설로 건립될 예정이다. 한국자연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각종 진귀한 동물·식물·광물 등이 전시·보관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이들 분야에 대한 연구기능도 함께 구축된다.

특히 대통령기록관~정부세종컨벤션센터~국립세종도서관~행복도시 홍보관~세종호수공원을 비롯해, 현재 건립중인 중앙공원, 국립세종중앙수목원까지 이어지는 행복도시 문화벨트의 화룡점정을 찍을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국립박물관단지에 들어설 5개 개별박물관과 함께 자연사박물관이 더해질 경우, 관람객들의 볼거리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전경, 행복청 제공

또 다른 문제는 현재 계획된 자연사박물관 규모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사박물관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위해선 현재 계획된 70,000㎡보다 넓은 최소 200,000㎡(5~6만평)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게 비공식적인 문체부 입장으로 알려졌다.

작게 지어선 자연사박물관으로서 의미 없는 시설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영국 자연사박물관 등 해외 유수의 박물관들은 대규모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 규모를 키울 경우 현 국립박물관단지 2단계 부지에 들어설 여유 공간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민속박물관이 최소 45,81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최대 6만9185㎡ 정도의 공간만이 남기 때문이다. 

경제성 분석도 문제지만, 부지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기재부는 경제성을, 문체부는 오히려 규모를 문제 삼으며 자연사박물관 추진을 안개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세종시 정상 건설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못내 아쉽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을 비롯해 국립박물관단지와의 시너지효과, 비용절감 등을 감안한다면 국립민속박물관 이전과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국정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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