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교통공사, 부도덕한 기업 '오명 벗었다'
세종교통공사, 부도덕한 기업 '오명 벗었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8.1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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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재심서 초심 판정 전부 취소
지노위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징계 사유까지 인정, 상당부분 징계 정당 판단
중노위 판정 사실상 세종교통공사 완승, 노사갈등 해소는 ‘무거운 짐’ 남아
세종도시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벌인 버스파업 모습

지난해 세종시 버스 파업 당시 세종교통공사(사장 고칠진)가 노조원들에게 내렸던 징계 처분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판정이 나왔다. 앞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의 초심 판정이 뒤집힌 셈이다.

중노위는 징계를 받은 상당수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 사유가 전부 또는 일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공사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일부 근로자에 대한 해고 및 정직 등에 대한 징계는 다소 과했다는 취지에서 '부당징계'라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이 같은 취지의 재심 판정서를 최근 공사와 노조 측에 각각 전달했다. 지노위 판정은 어떠한 근거로 뒤집혔을까.

중노위,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재심서 초심 판정 전부 취소

중노위는 최근 공사 노조(민주노총) 측이 제기한 '세종교통공사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재심에서 공사의 부당노동행위 초심 판정을 전부 취소했다. 이와 함께 공사가 노조원 10명에게 내린 징계가 모두 '부당징계'였다는 초심에 대해서도, 10명 중 노조 간부 A씨에 대한 징계(정직 3개월)는 적절하다고 봤다.

앞서 지노위 판정이 180도 바뀐 셈이다. 지노위는 지난 3월 초심에서 "공사가 노조원 10명에게 행한 징계처분은 부당징계"라고 인정하면서 "10명의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원직복귀 및 징계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또 "10명의 징계처분과 함께 14명의 서면경고처분 역시 모두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며 "14명에 대한 서면경고 처분도 취소하라"고 100% 노조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세종도시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벌인 버스파업 모습
세종도시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벌인 버스파업 모습

세종교통공사 vs 노조 1년여 넘게 이어진 갈등, 전말은?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를 둔 이번 다툼은 지난해 5월 버스파업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공운수노조 대전충청버스지부 세종도시교통공사분회(민주노총)는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39일간 파업을 단행했다.

공사는 파업 당시 일부 노조원의 불법 행위를 이유로 22명을 직위해제 처분했다. 이에 대해 직위해제 당한 노조원들은 지노위에 '부당직위해제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지노위는 그해 8월 직위해제 처분 취소와 함께 공사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등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공사는 지노위의 판단을 무시한 채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처분하며 강경 대응했다. 그해 10월과 11월에 걸쳐 10명의 노조원에게는 징계를, 17명(3명은 이후 퇴사)에게는 서면경고처분을 내리는 등 불법행위 엄단을 선언했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 조합장은 해고, 노조 집행부 5명은 정직 3개월, 조합원 2명과 노조 감사 1명은 정직 2개월, 조합원 1명은 정직 1개월의 징계가 각각 내려졌다.

징계를 받은 노조원들은 또다시 이에 불복, 지노위에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지노위는 올해 3월 재차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 10명에게 행한 징계처분이 부당징계이고, 징계와 서면경고처분 역시 모두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다.

세종도시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버스파업을 벌일 당시 세종시가 투입한 전세버스 모습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핵심 쟁점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징계(사유·양정·절차)의 정당성'과 '징계처분 및 서면경고처분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에 있었다.

'징계처분의 정당성'과 관련, 중노위는 앞서 지노위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징계 사유 등까지 인정하면서 상당부분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노위에서는 ▲주유의무 위반(지시 포함) ▲운행계통 위반 ▲승객과의 언쟁 및 사진촬영 등으로 인한 민원발생 건만을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반면, 중노위는 이에 더해 ▲동료 직원에 대한 폭언 욕설 행위(침을 뱉은 행위는 불인정) ▲마을버스 출차방해 (이 과정에서 동료 직원 위협은 불인정) 등까지 징계사유에 포함된다고 봤다.

반면 나머지 ▲안전점검으로 인한 업무방해 ▲공사차량 무단점유 및 사적이용 ▲동료 직원 위협 ▲차량점검을 거부한 운전자의 얼굴을 핸드폰 촬영하는 등 위협해 운행방해 ▲인터넷 밴드 알림방에 공사 비하글 게시 등은 징계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의 업무를 다소 방해했다고 하더라도 합법적인 쟁의행위 과정 중에 사용자가 수인해야 할 업무저해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가 반영된 결과다.

중노위는 또 ‘징계양정의 적정성’, ‘징계절차의 적법성’ 등을 개개인별로 따진 뒤 징계 여부를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징계를 받은 10명 중 9명에 대해선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일부만 인정되므로 그 징계 양정이 과하여 부당해고 및 부당정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에 대한 징계는 적법하다고 봤다. A씨는 파업 당시 동료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행위와 차고지 동쪽 임시출입로를 개인차량으로 막아 마을버스 운행을 방해한 행위 등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중노위는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징계사유를 강하게 인정했다.

세종도시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벌인 버스파업은 23일부터 39일간 이어졌다. 사진은 파업 당시 모습
세종도시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벌인 버스파업은 23일부터 39일간 이어졌다. 사진은 파업 당시 모습

중노위는 '징계처분 및 서면경고처분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며 지노위와 180도 판단을 달리했다.

공사가 반 조합적 의도 또는 동기를 가지고 징계 및 서면 경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노위는 공사가 쟁의행위에 대해 반 조합적 의도 내지 동기를 갖고 징계 및 서면경고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에서 '징계 및 서면경고처분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중노위는 특히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사유 대부분이 쟁의행위와 관련된 것이긴 하지만, 근로자 2명을 제외한 대부분 근로자들의 징계사유가 전부 또는 일부 정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게다가 "A씨의 경우 정당한 징계로 인정된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17명에 대한 서면경고가 공사의 반 조합적 의도 또는 동기에 기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A씨에 대한 정직 3개월 징계는 정당한 징계로 인정되고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 및 정직(1~3개월) 징계는 부당징계에 해당하나, 징계와 서면경고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초심 지노위의 판정 중 A씨의 부당정직에 관한 판정과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판정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고 이에 대한 공사 측의 재심신청을 인용했다.

중노위 판정 사실상 공사의 완승..노사갈등 해소는 ‘무거운 짐’

이번 중노위 판정은 사실상 공사의 완승이라는 평가다. 지노위에선 노조 측에 완패했지만, 중노위에선 우세한 결과를 받아들면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명예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A씨를 제외한 9명의 노조원에 대한 징계가 부당했다는 초심이 재심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노조 탄압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만 상당수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사유가 전부 또는 일부 정당했다는 점 역시 인정받으면서 부담은 다소 덜은 것으로 보인다. 징계가 일부 과하긴 했지만, 징계 사유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파업이 끝난 지 1년이 흘렀지만, 당시 노동행위의 적법성을 둘러싼 행정적 다툼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갈등 해소는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됐다.

노조 측이 이번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이어갈 지도 관심사다. 노조 전 간부 A씨는 당시 정직에 이어 해고 처분을 받는 등 추가 징계를 받은 상태여서 또 다른 법정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공사와 노조 측은 이번 중노위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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