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뛰어놀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숲은 뛰어놀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 원은실
  • 승인 2019.08.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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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원은실 세종시 솔빛 숲 유치원 원감..."꿈에 그리던 행복한 유치원"
젊은 시절 접했던 독일 숲 유치원, 세종에서 꿈이루면서 알찬 시간보내
원은실 세종시 솔빛 숲 유치원 원감

30대 시절, 아동학 석·박사과정을 받으며 접했던 독일의 숲유치원....

전인교육의 장으로 또 환경 · 자연 · 생태교육의 장으로, 생명존중사상을 이론이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바람직한 유아교육기관의 형태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때 도심지 한가운데 위치한 병설유치원에 근무하고 있던 나는 아이들과 숲 활동을 활동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였고, 교사주도의 면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졌던 교육활동으로는 교사와 아이들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에 좌절하였다.

학문중심의 교육과정 틀 속에서 입시위주의 초, 중, 고 교육을 받고 대학의 유아교육과에서 조차도 교사중심의 구조화된 교육운영을 위한 훈련만을 받은 나로서는 숲교육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막연하였고, 교사주도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활동중심 교육과정이 출현하였고 아동중심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아동중심교육을 전개하기 위하여 레지오에밀리아, 발도르프 등 아동중심 교육에 대한 각종 연수에 참여하였다.

아동중심, 활동중심의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해 주간교육계획안을 작성하여 각 가정에 안내하였지만 그날 그날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수업을 전개해 나갔고, 몇 개의 주제를 선정하여 프로젝트식 수업을 하였지만 그것 역시 교사주도의 수업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꿈에서 조차도 아이들과 숲에서 노는 모습을 그리고 마음껏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의 최대의 소망이었으며 끝없이 염원하였으나 그 때는 공립유치원의 조직적 구조에 갇혀 실행하기 힘들었다.

2018년 7월 행운처럼 찾아온 숲유치원 TF팀을 지원하면서 나의 꿈은 서서히 현실이 되어갔다. 많은 기대 속에서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세우면서 나의 오랜 숙원이었던 숲유치원을 통해 유아교육의 밝은 미래를 보았고, 긍정적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숲유치원의 물리적 환경은 어떨까? 숲에서의 교육활동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까? 교육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숲교육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미래의 비전을 구상하였다. 2019년 3월 드디어 솔빛숲유치원이라는 이름으로 숲유치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벅찬 마음으로 발령을 받고 온 솔빛숲유치원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유치원의 열린 공간은 하루하루 펜션에 오는 듯한 느낌이었고 출근 자체가 힐링이고 행복이었다. 매일 이루어지는 숲체험활동 중심의 교육활동은 교사, 아이들, 학부모 모두가 신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이들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뇌를 깨우는 시간, 맨발걷기를 통해 전체 어린이와 선생님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누며 고운 인성과 건강한 몸을 기르고, 콧노래를 부르며 숲 속으로 향하면서 ‘솦속 걷기’를 통해 온갖 형태의 자연을 접하게 된다.

젊은 시절 독일에서 보았던 숲 속 유치원에 대한 꿈이 세종시로 오면서 이뤄지게 됐다.

이때 만나는 돌, 풀, 꽃, 나무, 이끼, 새집, 새알, 도토리, 나무뿌리, 다람쥐, 고라니, 각종 벌레와 곤충 등은 자연히 놀잇감이 되고 각자의 생각대로 놀이를 만들고 자유롭게 놀면서 아이들은 행복해 했다.

정답도 선생님의 강요도 없는 놀이터에서 매일 달라지는 자연이 놀잇감으로 순간순간 창의적인 놀이가 발생하고,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하는 때때로 변화하는 놀이는 싫증이 나지도, 지겨워지지도 않은 재미난 놀이인 것이다.

숲 속을 걷는 동안 보이는 강아지똥, 과자봉지, 각종 빈병들을 보면 아이들이 가차없이 주워서 쓰레기 봉투에 넣는다. 우리 소중한 숲교실을 망치는 나쁜 사람들에게 경고해야 돼, “선생님!! 저기에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편지 써 놓아요.” 숲속에선 자연히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자는 마음이 따로 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바로 형성된다. 이것은 미래 환경보호를 위해 대단히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각자의 숲교실에 도착하면 숲을 깨우는 의식을 한다. 전래동요를 부르며 줄을 서고, ‘아침시’에 맞춘 자연을 위한 동요를 부른다. 그리곤 자연에게 인사한다. “꽃아, 나비야!! 잘 있었니? 오늘 아침에 우리는 또 놀러 왔단다. 너희가 있는 이곳에서 놀아도 되니?” 자연에게 허락을 받은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달콤함 맛도, 향기도, 쓰레기도 없는 간식’을 먹으며-주로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파프리카 등등-아이들은 체력을 보충한다. 행복한 자연 속에서 먹는 간식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평소 손대지도 않던 채소도, 과일도, 곡식도, 각종 열매도 아이들은 이젠 스스럼없이 먹는다.

숲속에서도 상상력과 독창력을 기르는 역할놀이가 이루어진다. 죽은 나뭇가지로 집을 지어 “식품마트‘를 만들고 주워온 나뭇가지는 돈이 되고, 돌멩이와 각종 열매들을 모아 식품을 만들어 팔고 사고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다. 아이들은 걷고, 달리고, 나무에 오르거나 매달리면서 또는 밧줄을 타고 산등성을 오르며 몸의 균형을 잡는 법을 터득한다.

실내교실에서처럼 싸우지도 경쟁을 하지도 않는다. 넓은 대자연이 나의 놀이공간이고 온갖 자연물이 놀잇감으로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숲교실에서 내려오면 교실 뒷 편에 있는 텃밭이 반겨준다. 아이들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자신이 맡은 텃밭에 물을 주고 풀을 뽑는다. 작물을 직접 정하고 고르고 심었기 때문에 애정이 솔솔 솟는다.

수확한 작물로는 효소 담그기도 하고 전부치기도 하고...여러가지 요리활동을 한다. 가지나 뿌리는 관찰하거나 미술놀이에 활용하기도 한다. 유치원의 모든 학급은 혼합연령으로 형과 동생이 있다. 형들은 놀이를 주도하면서 동생들을 가르치고, 동생들은 형들에게 의지하며 잘 따른다. 자연히 숲에서도 함께 활동을 하고 교실에서의 확장활동에서도 같이 하면서 형제간의 우애를 배우고 서로 사랑하는 가족애와 공동체 정신을 배운다.

아이들이 숲과 함게 생각하고 뛰어놀 수 있다는 건 훗날 성장 후에도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숲놀이와 함께 우리조상들의 슬기가 담긴 세시풍속을 배운다.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신기한 전통놀이 씨름, 투호, 창포 머리감기, 쪽염색, 그네뛰기, 비석치기, 단오부채 등에 빠져들어 신나게 논 경험을 숲으로 가지고 가서 신나게 놀기도 한다.

“숲은 뛰놀 수 있는 공간, 고요의 공간,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신선한 공기 속에서 뛰어놀면 감각기관이 자극돼 집중력 인내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독일 숲유치원의 어느 학부모의 말처럼 숲은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허락하고 깨닫게 한다.

자연과 함께 유아의 삶과 앎이 하나 되고 스스로 배워가는 놀이중심의 행복한 유치원을 만들어 가는 지금 평생의 꿈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삶의 터전이다. 솔빛숲유치원에서 근무하는 나날들이 보람차고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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