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을 살리면서 조치원을 새롭게 탄생시켜라’
‘옛 것을 살리면서 조치원을 새롭게 탄생시켜라’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9.08.0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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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김동호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주민들과 함께 만든다"
도시재생대학 통해 공감대 형성, 주민 참여 유도해 새로운 공간 탄생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김동호센터장은 도시는 시스템적으로 재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는 암에 걸렸는데, 다크서클 지우는 화장법만으로 도시질병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도시재생 전문가 김동호(51)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의 말이다.

“도시재생은 낙후하고 열악한 동네만이 아니고 모든 도시에서 일반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시의 역사와 함께하는 도시의 발전과정입니다.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도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속적인 도시공동체 발전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월의 태양이 작열해 낮 무더위가 지면을 가마솥처럼 달구는 지난 7월 30일 오전 조치원에소재한 옛 세종시와 연기군의회 건물인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그를 만나 세종시 도시재생에 대한 전반적 사업을 조망하는 인터뷰에 들어갔다. 오래되고 낙후된 구도시를 새롭게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은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으로 전국적으로 각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세종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로 명명되어 제2기 이춘희 시장의 주요공약사업 중의 하나이다. 세종시 도시재생을 총괄지원하고 있는 김 센터장은 청주 문의면이 고향이고 충북대에서 건설기술연구소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2000년 청주에서 (사)주민참여센터를 만들어 주민중심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도시재생에 대해 좀 들은 바 있으나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곳인지, 행정기관인지 아니면 민간단체인지 여러 의문이 들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행정-주민-전문가’를 네트워킹으로 연결하고 행정관청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없는 일을 합니다.”

조치원에술상회에서 도시재생대학생들이 수업하고 있는 장면
도시 재생은 주민 참여와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조치원예술상회에서 참여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배우고 있다.

도시재생은 주민들 마음 속 담장을 허물어내는 작업부터...

개략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설명을 자세히 듣기 전에는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선 도시재생사업 중에 가장 간단한 말랑말랑한 사업은 ‘쌈지공원만들기’, ‘골목길 바꾸기’, ‘담장허물기’ 사업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사업은 옛날도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도시가 갖고 있는 근본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기사업뿐 아니라 중장기적 사업도 도시재생사업에 포함해야 합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절대적입니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은 아직은 초기다.

“청주에서 ‘용암초등학교 담장허물기 사업’은 시행하기까지 6개월 시간이 걸렸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후 다른 도시재생사업은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로 빨라지기 시작했지요.”

우리사회가 학교나 관청의 담장을 허물어 내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렸던가. 그것은 주민들 마음속의 담장을 허물에 내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것은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의 이해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게 하는 대목이다.

도시재생, 말 그대로 하면 ‘도시를 다시 살린다’는 뜻인데 어떻게 도시를 다시 살린다는 것인지 그 방법이 모호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도시는 집, 상하수도, 전기, 도로 등이 낡고 비좁아 소득이 높은 주민들은 새로운 도심으로 이주해 가고 원도심은 소득이 낮은 사람, 노인들이 거주하는 동네가 되어 경제와 문화 모든 것이 활력을 잃어가게 된다. 이러한 구도시에 어떻게 소득이 높은 층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로 만들 것인지 참으로 어려운 난제이다.

도시재생대학교에서 주민들 의식구조 개혁..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다

“2014년 이춘희 세종시장 공약사업으로 시작된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는 도로를 넓히고 공원을 만드는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닙니다. 조치원의 도심을 새롭게 변화시켜 10만 도시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조치원 주민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시에서는 사업시행을 위한 중간조직으로 2015년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들었고 저는 부산에서 도시재생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세종시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마을의 옛 물품을 모아 만든 조치원 신흥리 '외딴 마을 박물관'. 지난 2016년 2월에 문을 열었다.
마을의 옛 물품을 모아 만든 조치원 신흥리 '외딴 마을 박물관'. 지난 2016년 2월에 문을 열었다.

김센터장의 설명에 의하면 ‘청춘조치원’ 사업은 단순히 도시의 골목길이나 공원을 새롭게 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도시의 구조적 문제에서부터 주민의 의식까지 변혁시키는 도시와 주민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사업이었다.

“조치원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업입니다. 폐산업 시설인 정수장과 한림제지를 문화시설로 바꾸는 사업과 서북부개발 택지개발사업 같은 것도 있습니다. 또 ‘왕성길사업’과 대형프로젝트인 ‘역앞 도시재생사업’ 같은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도시재생대학의 주민역량강화부터 시작된 사업입니다.”

김센터장의 설명에 빠져들어 점차 도시재생의 의미가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설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식구조의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주민들이 직접 사업의 제안서를 만들고 중앙부처를 상대로 PPT자료설명을 합니다. 이러한 사업설명은 원래 부시장이나 실국장이 하던 일을 주민이 대신하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주민역량은 도시재생대학의 10주간에 걸친 미션교육에서 훈련됐습니다. 도시재생대학은 단과대학에서 출발해서 현재 380명 28개 팀. 종합대학교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대학이 어떤 교육과정을 거치고 어떠한 실질적 효과를 냈기에 ‘종합대학교’라고 표현하는지 궁금했다.

“도시재생대학은 집합교육이 아니고 8명이상의 주민들 신청에 의해 미션중심으로 실질적 교육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지도교수도 전국에 있는 전문가와 매칭하여 담임교수가 결정되고 팀이 모이기 쉬운 장소와 시간에 모여서 교육을 합니다. 답사나 기타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게 합니다. 우수팀은 200~300만원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성과에 따라 2천~3천만원 사업, 계속해서 100~200억 사업까지 수행하게 됩니다.”

주민스스로가 모여서 100억~200억 단위의 사업이나 택지개발사업까지 수행할 수 있다니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주민 스스로 결정해서 수행하는 사업이니 행정에서 수행하는 사업보다 민원 해결이 쉽고 효율적이며 실패해도 주민들은 원망이 없고, 자신들의 역량강화를 더욱 더 원한다.

조치원 상리 ‘에너지자립마을사업’은 200만원 주민사업에서 시작해서 200억짜리 순환형임대주택 사업으로 발전했다.

도시재생대학은 시민들에게 도시재생의 개념을 전파하면서 스스로 이 사업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공감을 갖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사진은 11기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는 서금택 세종시의회의장
도시재생대학은 시민들에게 도시재생의 개념을 전파하면서 스스로 이 사업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공감을 갖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사진은 11기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는 서금택 세종시의회의장

약 1시간가량 강의같은 김센터장의 열띤 설명으로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들 스스로 참여와 역량강화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그 동안 행정관청의 전적인 권한으로만 행사되던 ‘지역도시계획수립’과 ‘경관형성계획’을 동․면별 과제로 직접 주민에게 던져주었을 때 주민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재산권만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 스스로 공공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어 공공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에 공익이 최대가 되는 결정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러한 ‘청춘조치원 도시재생사업’으로 세종시는 2019년 4월. 최초로 도시재생분야에서 대통령대상을 수상했다.

도시재생, 현대의 모든 도시, 세계의 모든 도시가 안고 있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의 중의 하나이다.

그 해답은 역시 주민 스스로에게 있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에 대한 문제해결의 해답이다. 앞으로 우리 세종시 ‘도시재생뉴딜정책’은 조치원을 비롯한 신도심의 문제해결도 시민주권특별자치시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주민 스스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풀어나가는 성숙한 시민의 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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