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보세요, 기후변화 큰 재앙입니다"
"어른들 보세요, 기후변화 큰 재앙입니다"
  • 김준식
  • 승인 2019.08.01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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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칼럼]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스웨덴 소녀 '크레타 툰베리'
국회의사당 1인 시위...기후위한 등교거부 등 16세의 행동하는 학생

요즘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 소녀가 있다. 바로 16세의 스웨덴 소녀 크레타 툰베리이다.

이 소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에게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를 처음 배웠다. 어리지만 그녀에게는 기후변화가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을 직감하였다.

그런데 어른들은 기후변화가 지구촌의 큰 위기를 가져 올 것이라는 말만 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마침내 이 소녀는 15세가 되던 해인 지난해 8월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라는 팻말을 들고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날부터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계속했다.

처음엔 아무도 이 소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녀는 계속 외쳤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크레타 툰베리. 사진 유트브 '비디어 머그'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크레타 툰베리. 사진 유트브 '비디오 머그'

“여러분은 당신의 자녀를 사랑한다지만, 실은 그 아이들의 눈앞에 있는 미래를 빼앗고 있다.”

일부 어른들은 이 소녀에게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소녀는 “학교에서 뭘 배우죠? 정치인들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과학자들의 말도 듣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왜 배워야 합니까?”라고 반문하였다.

그리고 소녀는 “세계의 지도자들은 우리를 무시한다. 탄소배출은 그들의 눈앞의 이익 때문에 계속 증가한다. 이제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라. 미래 세대들은 우리들에게 왜 그때 희망이 남아 있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 물을 것이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당신들은 지금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정치가들은 인기 상실이 두려워 녹색성장이나 지속가능 발전만 외친다. 거대한 산림파괴, 유독성 대기오염, 사라지는 곤충과 야생동물, 산성화하는 해양…. 인류 문명의 종말은 다가온다. 지금 당장 행동하라. 행동을 시작하면 희망이 생긴다” 라고 외쳤다.

​이 소녀의 목소리는 마침내 친구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세계 160개 나라에서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은 이 소녀와 함께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구호 아래 연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크레타 툰베리의 목소리는 이제 세계의 공론이 되었다.

유엔은 물론 세계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과 유럽의회는 크레타 툰베리를 초청해 그의 목소리를 들었고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 돌풍으로 이어졌다.

크레타 툰베리는 지난 29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 가게 됐다” 며 “우선 8월 중순 대서양을 가로질러 영국에서 미국 뉴욕까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요트를 타고 항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녀는 탄소 배출이 많은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하지 않고 대륙을 이동할 방법이 마땅찮아 그간 유럽 내에서만 활동해왔다. 그래서 이번 대서양 횡단에 쓰이는 태양광 요트는 60피트(약 18.2m) 크기의 경주용 요트 ‘말리지아 2호’다. 말리지아 2호는 태양 전지판으로 전기를 생산해 수중 터빈을 작동시키는 친환경 방식으로 운항된다.

나는 그녀를 태운 이 작은 태양광 요트가 대서양을 무사히 건너기를 기도할 것이다. 그래서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는 커다란 비행기를 타고 유엔기후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이 동기가 되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기후위기에 직면한 이 지구를 구원해낼 특단의 결정들을 이끌어 내길 기대한다.

평생을 환경운동가로 환경교육 강사로 살아온 나도 이제부터는 말과 논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 본다.

김준식 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행정수도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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