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천 옛 위령비 옆에 새로운 비석 세워졌다
용수천 옛 위령비 옆에 새로운 비석 세워졌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9.07.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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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다리 상징하는 희생자 위령비, 금남면 주민 요구로 신축 예산 편성
한 곳에 두 위령비 있어서는 안된다는 속설에 용수천 뚝방에 옛 비석 묻어
41년 전 금호중 학생 15명이 희생된 용수천 사고로 세워졌던 성덕교가 신축 확장되면서 희생학생 위령비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예전 위령비는 한 곳에 두 위령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속설에 따라 용수천 변에 묻었다.

40년 동안 슬픔의 다리 ‘성덕교’를 지켰던 ‘희생자 위령비’가 새로운 비석으로 바뀌면서 예전의 위령비는 뚝 방 속에 영면(永眠)하게 됐다.

1978년 장마로 불어난 용수천을 고깃 배로 건너다가 희생된 금호중 15명의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같은 해 11월 30일 주민들과 희생자 유족들이 건립한 ‘용수천 희생학생 위령비’는 성덕교의 신축확장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초 유족과 금남면 일부 주민들은 새로운 위령비 한 쪽에 보존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2개가 동시에 한 곳에 있으면 영혼들에게 좋지 않다는 속설에 따라 신축 비석 아래 용수천 뚝 방에 묻어버렸다는 것이다.

다만 1978년 당시 글귀는 그대로 신축 비석에다 새겨 그 뜻을 이어가는 것으로 중지(衆志)를 모았다.

이에 따라 비석 뒷면에 ‘1978년 7월 20일 비 오던 아침에 갑자기 강물에 휘말린 거룻배 전복으로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어이없이 져버린 그 가련한 넋들을 달래주기 위하여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다리를 놓고 여기 용수천 가에 뜻 모아 비를 세우나니 그대들 똧다운 넋이여 고이 잠들라’ 라고 새겼다.

이와 함께 금호중 출신 향토시인 강신갑 시인의 ‘못다 핀 15송이 꽃이여’라는 추모시를 ‘용수천 희생학생 위령비’ 왼쪽에 오석(烏石)으로 새겨 슬픔의 다리 신축으로 인한 역사성 훼손을 보완해주었다.

새로 건립된 비석은 거북 받침에다 용머리를 이고 있는 전형적인 전통 양식으로 옛 위령비가 있던 곳에 세워졌다. 약 108억원이 들어간 성덕교 확장 신축 공사 예산에는 위령비 건립비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으나 금남면 주민들이 나서서 신축을 요구, 추가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41년 간 용수천을 지켜왔던 옛 위령비

또, 기존 위령비에는 오탈자가 있었는데다가 과거 공기총 사격 연습 표적이 되면서 군데 군데 훼손된 곳이 많아 차제에 오래도록 남을 비석 제작이 필요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였다.

금남면 주민 김동빈씨는 “41년 전 못다핀 희생자들의 시신이 현 금남 의용소방서 앞에 모셔졌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며 “슬픔의 역사지만 다리 신축으로 역사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희생자 추모비 건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 이후 매년 7월 19일을 맞아 위령제를 지내온 금남원주민 청년회 측은 올해에도 성덕교 준공식 다음 날 영혼을 위로하는 제를 올리는 등 연례행사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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